< AI 협력 논의하는 韓·美 기업인들 > 한·미 기업인들이 지난 2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미드웨이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인공지능(AI) 서밋’에서 AI 협력 의지를 다졌다. 왼쪽부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샘 올트먼 오픈AI CEO, 혹 탄 브로드컴 CEO, 최태원 SK그룹 회장.     연합뉴스
< AI 협력 논의하는 韓·美 기업인들 > 한·미 기업인들이 지난 2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미드웨이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인공지능(AI) 서밋’에서 AI 협력 의지를 다졌다. 왼쪽부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샘 올트먼 오픈AI CEO, 혹 탄 브로드컴 CEO, 최태원 SK그룹 회장.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깐부 회동’을 할 때만 해도 인공지능(AI) 시대 주도권은 엔비디아가 쥐고 있었다. 한국 기업들이 엔비디아로부터 최대한 많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구매하는 게 회동의 주목표였다. 하지만 글로벌 메모리 공급 부족은 AI 시장 구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엔비디아뿐만 아니라 글로벌 빅테크들이 한국 기업과 손을 잡겠다고 나섰다. 삼성전자 및 SK그룹이 글로벌 빅테크와 총 9500억달러(약 1390조원) 규모 협력을 맺기로 한 것은 ‘K반도체’가 글로벌 AI 생태계의 핵심으로 올라섰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메모리부터 파운드리까지 역량 입증

한국 기업들은 지난 24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AI 서밋’을 계기로 모두 6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반도체 설계 기업 브로드컴과 5년간 2000억달러 규모의 협력을 한다. 협력은 브로드컴에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와 7세대 HBM4E를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최첨단 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정에서 차세대 통신용 반도체 솔루션을 생산해 브로드컴에 공급하기로 했다. 생산 거점으론 삼성전자 경기 평택캠퍼스가 거론된다.

또 두 회사는 반도체 설계와 공정을 함께 최적화하는 단계부터 칩 설계, 첨단 패키징, 양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긴밀하게 연계해 제품 개발 기간을 단축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한국과 미국의 강점을 하나로 결합한다면 더 빠르게 혁신하고 더 크게 성장하며 더 많은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 브로드컴 2000억달러 계약…SK, 엔비디아에 AI칩 장기 공급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번 협력을 통해 파운드리 사업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 공정에서 테슬라 차세대 AI6 칩, 딥엑스 DX-M2를 수주한 데 이어 브로드컴 칩 생산까지 따냈다. 삼성전자는 앤트로픽의 차세대 칩 협력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SK그룹은 엔비디아와 AI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5000억달러 이상 포괄적 협력을 하기로 합의했다. 여기엔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차세대 AI 메모리를 장기적으로 공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미국 빅테크와 체결한 협력 규모) 숫자가 생소할 수 있지만 허황된 것은 아니다”며 “젠슨 황은 만날 때마다 ‘모어 칩스’를 외친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엔비디아 외 다른 빅테크와도 총 2500억달러에 달하는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도 AI 메모리 장기 공급에 합의한 게 대표적이다. 앤트로픽 및 아마존웹서비스(AWS), 오픈AI 등과도 AI 인프라 관련 협약을 체결했다고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발표했다. 최 회장은 이와 관련해 “앤트로픽이 자체 칩 제조에 쓰일 부품의 공급 협력을 SK하이닉스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韓, GW급 AI 데이터센터 허브로 도약

한국을 기가와트(GW)급 AI 데이터센터 허브로 끌어올리기 위한 협약도 다수 체결됐다. SK텔레콤과 네이버 등은 엔비디아, 앤트로픽, AWS, 브룩필드 등과 손잡고 엔비디아 GPU(B200 기준) 약 200만 개가 투입되는 총 5GW 규모의 거대 인프라를 구축한다.

SK텔레콤은 엔비디아와 최대 2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구축·확장에 속도를 낸다. 이를 위해 최신 GPU 베라루빈 시스템을 우선 할당받기로 했다. 삼성SDS는 앤트로픽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기업용 AI 신규 시장을 공동 발굴한다.

네이버는 글로벌 대체자산 운용사 브룩필드로부터 최대 90억달러, 엔비디아로부터 10억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두 회사의 자본과 글로벌 네트워크는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연/박한신/강해령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