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데이터부터 생산까지 이어지는 독자 로봇 생태계를 구축했다. 해외 공급망과 외부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고 로봇 분야 성장 속도를 극대화해 후발주자로서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취지다. 산업계에서는 로봇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류재철 LG전자 사장이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류재철 사장, 로보틱스 승부수

26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다음달 서울 양재 연구개발(R&D) 캠퍼스 내 데이터팩토리 가동을 시작한다. 동시에 생산 거점인 경남 창원 스마트파크에선 로봇의 핵심 관절 부품인 액추에이터 초도 물량 생산에 들어간다.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는 선행 기술 R&D 전진기지 역할을 맡는다. 이로써 LG전자는 국내에 ‘마곡(선행 R&D)-양재(데이터·사업)-창원(부품·완제품 생산)’으로 이어지는 삼각 로보틱스 거점을 구축하게 됐다
LG전자, 로봇 데이터·생산 독자 생태계 구축
양재 R&D 캠퍼스에 들어서는 데이터팩토리는 로봇 지능화의 핵심 인프라다. 가정과 공장 등 복합적인 실생활 환경과 비슷하게 조성된 공간에서 로봇이 동작 경험 데이터를 축적하고 학습한다. LG전자는 연내 최대 300대의 ‘LG 클로이드’를 데이터팩토리에 투입해 대규모 학습 데이터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로봇의 자율성과 현장 대응 능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창원 스마트파크에선 조만간 액추에이터 초도 생산을 시작한다. 업계 관계자는 “액추에이터는 로봇에서 중요한 부품 중 하나”라며 “액추에이터 내재화는 하드웨어 품질 제어와 원가 절감, 기술 유출 방지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마곡에서 개발한 선행 기술을 양재에서 검증·고도화하고, 창원에서 부품과 완제품으로 생산하는 유기적 구조를 완성한 셈이다.

◇데이터·부품·완제품 내재화가 경쟁력

로보틱스 풀스택 구축은 지난해 말 취임한 류 사장이 직접 챙기는 사업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올해 초 주주총회에서 “올해를 로봇 사업의 원년으로 삼고 독자 역량을 기반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자신의 링크트인에 올린 글을 통해선 “경쟁사가 모방하기 힘든 내구성과 신뢰성, 가격 경쟁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근 글로벌 로봇 시장의 주도권 경쟁은 격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앞세워 제조·물류 현장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아틀라스를 주요 생산 공장과 물류센터 등에 투입해 공정 자동화를 실현하고 스마트 팩토리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둔 삼성전자 역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기업 외 다른 글로벌 기업도 로봇 개발을 위한 투자 규모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LG전자는 이런 경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차별화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LG전자가 제시한 차별화 포인트는 가전 제조 노하우와 독자적 풀스택의 결합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가전 품질 역량에 삼각 거점 기반의 독자 생태계를 더했다”며 “소프트웨어와 부품 공급망을 동시에 확보하는 만큼 향후 사업화 속도와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