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찬 한국그린데이터센터 인증위원장은 초고발열·초고밀도 AI 데이터센터로의 급격한 전환 속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통합 최적화와 자원 효율성 지표 기반의 제도 설계가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한경ESG] 커버 스토리 - 에너지 백년대계, AI 전기국가의 조건 인터뷰② 황수찬 한국항공대학교 AI융합대학 명예교수·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 (KDCC) 그린데이터센터 인증위원장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와 함께 데이터센터의 전력·용수 소비 문제가 글로벌 화두로 떠올랐다. 국내 데이터센터 산업의 그린화를 선도해 온 황수찬 그린데이터센터인증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국내 데이터센터의 효율성 수준과 글로벌 규제 대응 방안, 그리고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AI 데이터센터(AIDC) 활성화 정책의 쟁점을 짚어보았다.
황 위원장은 특히 초고발열·초고밀도 AI 데이터센터로의 급격한 전환기 속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통합 최적화와 정교한 자원 효율성 지표 기반의 제도 설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황 위원장은 “AI 데이터센터는 전력망을 흔드는 ‘부하 가변성’이 극심해 단순한 물리적 전력 공급만으론 해결할 수 없다”라며 “이제는 기술 표준 확립과 소프트웨어 최적화, 그리고 합리적인 인센티브 패키지를 연계한 국가 차원의 녹색 AI 인프라 생태계를 짜야 할 때”라고 말했다.
- 국내 그린 데이터센터 인증제도(GDC)는 어떤 성과를 내고 있으며, 산업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2012년 '그린IT' 붐이 일면서 지식경제부 주도로 시작된 인증은 초기 데이터센터를 빠르게 도입한 통신3사와 삼성·LG 계열사 위주로 안착됐다. 현재까지 누적 30여개 대형 데이터센터가 그린데이터센터 인증을 받았다. 매년 유지 인증을 받아야 하는 제도의 특성상 현재는 신규 센터와 일부 유지 센터 위주로 운영 중이다. 위원회는 전력효율지수(PUE)가 국제 표준으로 제정되기 전부터 현장 실사를 통해 냉방 장치 인버터 도입, 고효율 UPS/변압기 교체, 외기 냉방 활용, 과랭을 피한 온도 적정화 등으로 전력 절감 효과를 주문해왔다. 아울러 법령과 건축법에서 데이터센터의 별도 시설화를 이끌었다. 또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에 데이터센터 항목 추가에 노력해 위원회의 저(低) PUE 설계 적합성 평가를 통해 설계 인증을 받으면 녹색금융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재까지 6개 업체가 이를 통해 파이낸싱 비용을 낮췄다.
- 글로벌 시장에서 데이터센터의 친환경성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는 무엇인가.
“국제표준화기구(ISO/IEC JTC1/SC39)에서 제정한 30134 시리즈가 대표적인데, 핵심지수로 △전력효율지수(PUE) △물 사용 효율(WUE) △재생에너지 활용 비율(REF) △에너지 재사용 비율(ERF) △탄소배출 효율(CUE) 등이 있다. 최근 글로벌 표준기구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물 사용 효율(WUE)의 고도화다. 미국 서부 사막 지역 등에서 가뭄으로 식수가 부족해지자 데이터센터의 물 과소비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극심해졌다. 결국 이전의 PUE 중심에서 WUE, CUE를 결합한 종합적인 ‘자원 효율성 공시’로 옮아가는 추세다. 글로벌 기업들의 정량지표를 보면 PUE 1.2 이하, WUE 0.3L/kWh 이하, CFE/RE100, 친환경 건축 인증 등이 두드러진다.”
- 빅테크 기업들(구글, MS 등)은 PUE 1.2 이하의 경이적인 수치를 발표하고 탄소중립 정책과 연계하고 있다. 어떻게 가능한가.
“ 자체 전용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기 때문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완벽하게 통합 제어할 수 있다. AI를 활용한 냉각 제어, 외기냉방, 고효율 전력설비, 직접 칩 냉각(Direct-to-Chip Liquid Cooling) 등 최신 기술을 적용해 PUE 1.2 이하의 높은 에너지 효율을 달성하고 있다. 또한 탄소 인지 컴퓨팅 기술을 활용하여 탄소 저감을 달성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전력 그리드를 모니터링하다가 탄소 배출이 많은 시간대(화력 발전 비중이 높을 때)에는 컴퓨팅 부하를 줄이고, 재생에너지 공급이 원활한 시간대로 작업을 미룬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에서는 하드웨어(냉각·전력)와 소프트웨어(스케줄링, 모델 최적화)를 50 대 50으로 통합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랙 전력 밀도가 600kW 수준으로 높아지는 차세대 AI 데이터센터에서는 냉각장치만 개선해서는 한계가 있으며, 워크로드 스케줄링, 그래픽처리장치(GPU) 전력 제어, AI 모델 최적화, 탄소 인지 스케줄링을 통합하는 ‘컴퓨팅·전력·냉각의 통합 최적화’가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본다.”
- 우리나라의 데이터 산업 수준을 글로벌과 비교해 평가한다면.
“하드웨어 설비와 인프라 효율 측면에서는 글로벌 선진국 대비 80~90% 수준까지 바짝 추격했다. 특히 한국의 우수한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와 신축 센터들의 설계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다만, 신재생에너지(RE100) 수급 여건과 제도적 인센티브의 성숙도 면에서는 아직 보완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기존 데이터센터를 친환경 시설로 전환하려면 냉각설비 교체와 전력 인프라 개선 등 상당한 투자비용이 소요되는 것이 현실이다. 또 신재생에너지를 구매하는 직접전력구매계약(PPA)이나 녹색프리미엄 비용이 막대해 탄소중립 트렌드에 공감하면서도 재무적 부담 때문에 의사결정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 최근 고발열 AI 서버 도입으로 액체냉각 도입 요청이 많지만, 국내 표준 가이드라인이나 안정성 검증 사례가 부족해 선뜻 도입하지 못하는 기술적 병목도 있다. 앞으로는 하드웨어 경쟁력을 기반으로 재생에너지 확대, 액체냉각 표준화, AI 기반 운영기술을 함께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 이번 정부 지원이 AI 데이터센터(AIDC)에 집중돼 있다. 기존 데이터센터를 AI 데이터센터로 개조하거나 그린화하는 것은 가능한가.
“대단히 어렵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칩이 탑재되는 랙은 하나당 전력 소비가 100kW에서 향후 1MW까지 치솟는다. 과거 일반 랙이 5kW, 클라우드 랙이 15kW 수준이던 것과 비교하면 수십 배다. 기존 공랭식(공기 냉각)으로는 열을 식힐 수 없어 수랭식 냉각을 위한 배관 공사를 새로 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 벽에 구멍 하나만 뚫어도 건축 허가를 다시 받아야 하고, 전력 증설을 하려 해도 한전의 공급 여력이나 민원 문제에 부딪힌다. 결국 기존 센터들은 기존 설비용량에 맞춰 서버를 띄엄띄엄 배치하는 보수적인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으며, 고밀도 AI 데이터센터는 대부분 신축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하드웨어 리모델링보다는 소프트웨어 가상화 및 최적화를 통해 20~30%의 에너지 효율을 쥐어짜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다.”
- AI 데이터센터가 전력망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는 우려가 있다.
“일반적인 데이터 센터는 전력 부하가 비교적 일정하다. 반면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학습이나 추론 작업의 특성상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전력 부하의 순간적인 변동 폭이 매우 클 수 있다. 특히 수백 MW에서 1GW급 대규모 AI 데이터센터의 부하가 단시간에 크게 변하면 전력계통의 안정성에 큰 부담을 줄 수 있어 전력계통 운영기관도 이를 중요한 과제로 보고 있다. 다만 실제 운영에서는 부하를 단계적으로 조정하거나 워크로드 스케줄링 등을 통해 이러한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하가 급격히 감소할 경우를 대비해 가상 부하(Dummy Load)를 활용하거나 소프트웨어적으로 부하를 평탄화하는 기술도 연구되고 있다. 앞으로 AI 데이터센터에서는 전력망과 조화롭게 운영할 수 있는 기술이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본다.”
- 청정에너지로 운영되는 그린 데이터센터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는.
“청정에너지 기반의 자원 효율적 데이터센터의 구축과 운영은 당연한 과제다. 데이터센터의 그린화는 단순히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가 아니라 국가 에너지 안보와 산업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다. 다만 이를 위해 △전력망의 가용성 극대화 및 좌초용량의 방지 △한정된 국가 청정에너지 포트폴리오(CFE)의 효율적 배분 △글로벌 바이어들의 공급망(스코프3) 생태계로부터 국내 정보기술(IT) 생태계 보호 등이 전제돼야 한다. 전력 폭증 시대에 대한민국 디지털 경제의 심장이 멈추지 않도록 지켜내는 유일한 돌파구로서 데이터센터의 GDC 활성화와 인증센터에 대한 혜택, 정부의 인센티브가 중요하다고 보인다.”
- 정부가 전기 통신 인프라가 풍부한 지방으로 데이터센터 분산을 유도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지방 이전이 성공하려면 △전력(재생에너지 가격 경쟁력) △네트워크(지연시간 단축) △인력(지역 정주 여건) △리스크 관리(비상 출동 및 장애 대응) △비즈니스(선제적 수요 확보)라는 5대 요소가 해결되어야 한다. 고객이 지방 자원을 실제로 이용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분산 클라우드 플랫폼과 선제적인 수요 확보 정책이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다. 또 계통 접속 절차의 신속화, 송배전 인프라의 선제적 구축, 전력 공급 일정의 사전 확약, 인허가 패스트트랙 등을 제도화하여 기업이 투자 시점에 전력 공급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당장 올해 인프라 설계 단계에서부터 시급하게 확보해야 할 기술적·전략적 우선순위는.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데이터센터 건설 지원이 아니라, AI 데이터센터의 설계 표준과 성능지표를 먼저 확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환금융과 예측가능한 전력 인프라를 연계하는 국가 차원의 투자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현재 설계에 착수하는 데이터센터의 상당수는 AI 데이터센터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데이터설계 기준만으로는 초고발열·초고밀도 GPU 랙을 안정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액체냉각, 폐열 회수 및 재활용, 고밀도 전력공급, AI 기반 데이터센터 인프라 관리(AI DCIM) 및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에너지 최적화 등을 포함하는 ‘한국형 AI 데이터센터 설계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 PUE, WUE, CUE 등 국제표준 기반의 성능지표를 설계 단계부터 적용해 향후 녹색금융과 전환금융의 평가 기준으로 활용하면 투자자와 금융기관이 기술적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 현재 국회와 정부가 추진 중인 AI 데이터센터 지원법에 대해 제언한다면.
“현재 발의된 법안이나 시행령 초안을 보면 지원 대상을 ‘AI 데이터센터’로 한정짓고 있다. 정부는 전체를 다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산업계에서는 ‘과연 AI 서버 몇 개를 설치해야 AI 센터인가’라는 정의 단계부터 혼선이 많다. 국가 IT 인프라 전체를 지속가능하게 만들고 탄소를 저감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특정 기술(AI)에만 특혜를 줄 것이 아니라 국제 표준 기반의 ‘자원 효율성 지표’를 충족하는 모든 데이터센터를 대상으로 지원 체계를 짤 필요가 있다. 고효율을 달성한 대형 하이퍼스케일 센터는 제외하고, 5MW짜리 소규모 AIDC만 지원한다면 정책적 형평성에 맞지 않고 전체 산업의 그린 전환을 유도하기 어렵다. 예측 가능한 세제 혜택, 금리 우대, 인허가 패스트트랙을 포괄하는 ‘인센티브 패키지’를 만들고, 이를 위원회와 같은 전문기구를 통해 정량적으로 검증하는 제도로 발전시켜야 데이터센터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녹색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