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 코드 개정 최종안이 8월에 나올 예정이다. 업계는 뜨거운 감자인 '협력적 주주활동'이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세이프하버 조항 등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경ESG] 이슈 브리핑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2월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스튜어드십 코드 발전방향 논의를 위한 세미나'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도입 10년 만의 전면 개정인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 원칙)’ 최종안이 지난 7월 24일 발표됐다. 스튜어드십 코드 발전위원회는 그동안 업계 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개정 스튜어드십 코드 최종안과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지난 6월 8일 금융위원회와 한국ESG기준원, 스튜어드십코드 발전위원회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공개 의견 수렴을 위해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 초안을 내놓은 지 두 달 만이다.
기업가치 제고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자본시장 안정을 위한 체질개선 방안’으로 이름된 이 초안에서는 단순한 규범 안내를 넘어 기관투자자의 책임을 기존 지배구조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를 비롯한 지속가능성으로 확대했으며, 적용도 다양한 자산군으로 대폭 확장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스튜어드십 코드 내실화 방안을 내놓으며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안에 속도를 내 온 바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 10년 만에 실질 이행 여부를 따지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늬만 의결권’ 이제는 근절
최종안의 핵심은 국내 상장주식뿐 아니라 채권, 인프라, 비상장주식 등 자산군에 투자한 국내외 기관투자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한국 상장회사의 주식에 투자한 국내외 기관투자자에게 적용하지만, 비상장주식 및 해외자산 등에 투자한 기관투자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구체적인 범위는 각 기관투자자에게 맡겼다. 적용 자산군 확대에 따라 ‘주식 매각’을 ‘투자 철회’로 수정한다.
수탁자 책임 이행 활동의 범위를 지배구조에서 ESG 요소를 비롯한 지속가능성으로 확대하고, 주주제안과 소송참여에 한정하던 활동을 투자 확대, 유지, 축소, 배제, 철회 등을 포함하는 보다 적극적인 형태의 투자 의사결정까지 포괄한다. 주기적 점검 대상인 비재무 정보의 범위 또한 지배구조에서 ESG 요소를 비롯한 지속가능성으로 확대한다. 다만 대표적인 ESG 요소로 '기후변화'를 명시하거나, 해외 지속가능성 보고서의 동등성 인정 등 세부 의견은 향후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에 담을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에서 자본시장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 기관투자자 간 연대를 공식 인정한 ‘협력적 주주활동(Collaborative Engagement)’의 도입이다. 관계 법령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투자자들이 협력해 기업과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 안내지침이 새롭게 마련됐다. 이는 한국 기업 특유의 높은 지배주주(오너가) 지분벽 때문에 개별 자산운용사나 연기금이 단독으로 목소리를 내서는 기업을 변화시키기 어렵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한 결과다. 뜻이 맞는 투자자들이 뭉쳐 합산 지분율을 10~20%로 끌어올리면 경영진을 움직일 강력한 레버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자본시장법상의 대량보유 보고제도, 이른바 ‘5% 룰’이라는 거대한 벽이 여전히 버티고 있어서다. 현행법상 5% 이상 지분을 가진 기관투자자들이 특정 기업의 ESG 개선이나 이사 선임 등을 위해 공동 행동에 나서면 법적 ‘공동보유자’로 묶이게 된다. 이 경우 5일 이내에 상세 내역을 공시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자칫 경영권 침해 목적으로 해석돼 규제 당국의 모니터링 대상이 될 수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개정안 초안에) 개정 상법 내용이 반영되고 협력적 주주활동의 물꼬를 튼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협력적 주주행동에 면책조항(세이프 하버)을 과감하게 주지 않는다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행점검 주체를 둘러싼 논의도 남아 있다. 개정안은 자본시장 전반과 개별 참여기관투자자의 이행 수준 점검을 스튜어드십 코드 발전위원회가 맡고, 한국ESG기준원이 실무를 지원하는 구조다. 그러나 한국ESG기준원이 ESG 평가와 의결권 자문 업무를 함께 수행해 온 기관이라는 점에서 이해상충 관리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스튜어드십 코드, 한국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전문가들은 스튜어드십 코드가 실질적인 기업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선진 모델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과 일본이다.
세계 최초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영국은 자산소유자(Asset Owner), 자산운용사(Asset Manager), 서비스 제공자(Service Provider) 등 자본시장 생태계 내 세 주체의 역할을 세분화하여 각각 맞춤형 코드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자본시장 전체의 시스템적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시장 참여자들이 정부 및 규제당국과 소통하는 ‘정책적 관여(Policy Advocacy)’까지 주주활동의 범위에 포함하고 있다. 한국도 자산군 확대에 따라 채권과 부동산 등 자산별 이해상충을 조정하기 위해 이 같은 세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역시 거버넌스 코드를 개정하며 기관투자자들이 연대해 탄소배출 감축 등을 요구할 수 있는 협력적 관여 환경을 선제적으로 조성했다. 특히 해외 자산에 대한 의결권 행사 비용 처리 기준 등을 명확히 해 기관투자자의 실무적 부담을 덜어줬다.
결국 자본시장의 눈은 8월 중 최종안과 함께 발표될 ‘세부 가이드라인(이행 안내지침)’으로 쏠린다. 규범의 뼈대인 최종안이 선언적 수준에 그치더라도, 이를 현장에 적용할 매뉴얼인 가이드라인에서 얼마나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느냐가 성패를 가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무늬만 의결권’을 행사하는 단계를 넘어 실질적인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지려면, 8월에 발표될 가이드라인에 5% 룰을 회피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나 자산군 확산에 따른 이해상충 조정 기준이 얼마나 촘촘하게 담기느냐를 확인해야 확실한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