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ESG 금융은 녹색산업 중심 투자에서 철강·화학·해운 등 고탄소 산업의 전환을 지원하는 전환금융 중심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또한 ESG 채권과 펀드 시장에서는 단순한 ESG 간판보다 감축 성과와 전환계획의 신뢰성을 중시하는 ‘실리주의 ESG’가 확산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한경ESG] 스페셜 - 2026 상반기 달군 ESG NEWS ② 금융편
올해 상반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금융시장을 관통한 키워드는 ‘전환금융(Transition Finance)’과 ‘지속가능금융의 현실화’였다. 과거 ESG 금융이 재생에너지, 전기차, 친환경 건물 등 녹색으로 분류된 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해운, 항공 등 탄소다배출 산업의 전환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동시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ESG 확대 일변도에서 벗어나 수익성, 산업 경쟁력, 에너지 안보를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유럽은 ESG 규제를 일부 완화하면서도 지속가능금융 체계를 유지했고, 일본은 국가 차원의 전환금융을 확대했다. 반면 ESG 투자시장은 성장 둔화와 투자자들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는 국면이다.
한국 기후금융 확대…전환금융 제도화 본격 논의
올해 상반기 국내 ESG 금융시장의 핵심 이슈는 전환금융의 제도화였다. 정부와 금융권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대규모 투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녹색금융 중심 체계를 넘어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탄소다배출 산업의 저탄소 전환을 지원하는 금융체계 구축에 속도를 냈다.
특히 금융당국과 산업계는 전환금융 가이드라인 고도화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 연계 방안을 논의하며 국내 전환금융 시장 확대를 추진했다. ESG 공시 의무화 로드맵이 공되면서 금융권도 고객 기업의 탄소 데이터와 전환계획을 평가할 수 있는 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다만 국내 전환금융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환 프로젝트의 적격성 판단 기준과 검증 체계가 충분히 정립되지 않았고, 금융기관 역시 관련 데이터와 평가 역량 확보가 과제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의무공시 확대와 산업별 감축 로드맵 구축이 병행돼야 전환금융 시장이 본격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GX경제이행체 확대…아시아 전환금융 모델 부상
올해 상반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전환금융 사례는 일본의 GX(Green Transformation) 전략이었다. 일본 정부는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향후 10년간 150조 엔 규모의 민관 투자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지원하기 위한 GX경제이행체(국채) 발행을 지속 확대했다.
민간 시장도 빠르게 움직였다. 해운, 철강, 전력 등 고배출 산업 기업들이 전환채 발행을 통해 탈탄소 투자 재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일본 금융기관들도 산업 전환을 지원하는 금융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국가 차원의 산업 전환 전략과 금융정책이 결합된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다만 전환금융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졌다. 일부 환경단체와 국제기관은 일본 GX 채권이 액화천연가스(LNG), 암모니아 혼소발전 등 논란이 있는 기술까지 지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환금융이 실질적인 탈탄소 수단인지 화석연료 산업의 수명 연장 수단인지에 대한 논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지속가능채권, 양적 성장보다 신뢰성 경쟁으로
올해 상반기 지속가능채권 시장에서는 지속가능연계채권(SLB)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 지속가능연계채권 등 ESG 채권은 지난 몇 년간 빠르게 성장했지만 시장의 관심은 발행 규모보다 자금 사용의 투명성과 성과 검증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SLB는 조달 자금을 특정 녹색 프로젝트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설정한 ESG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금리 조건이 달라지는 구조다. 그러나 일부 기업이 이미 달성 가능성이 높은 목표를 설정하거나 핵심 사업 전환과 직접 관련성이 낮은 지표를 사용하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됐다. 투자자들은 이제 채권의 라벨보다 전환계획의 질을 따지고 있다.
감축 목표가 과학기반감축목표(SBTi)와 정합적인지, 스코프3 배출을 포함하는지, 목표 미달성 시 금리 조정 폭이 충분한지, 외부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 ESG 채권이 기업 홍보 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자본비용과 연결되는 금융상품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보다 엄격한 구조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SG 펀드 성장 둔화…‘실리주의 ESG’ 부상
올해 상반기 ESG 투자시장은 냉정한 현실과 마주했다.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는 ESG 펀드 자금 유입이 둔화되거나 일부 순유출로 전환되며 2020년 이후 이어진 ESG 투자 붐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ESG의 후퇴라기보다 투자 기준의 변화로 해석된다.
투자자들은 단순한 ESG 라벨보다 실제 재무성과와 감축 효과, 전환 가능성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금융기관 역시 ESG를 별도 상품군이 아닌 리스크 관리와 투자 분석 체계에 통합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권은 고객 기업의 탄소 배출량과 전환계획, 공급망 리스크를 신용평가와 투자심사 과정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ESG 금융의 중심이 이미지와 선언에서 데이터와 성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2026년 상반기는 ESG 금융이 선언 중심의 시대를 지나 전환과 실행 중심의 시대로 이동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앞으로 금융시장의 관심은 ‘얼마나 많은 ESG 상품을 보유하고 있는가’보다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전환을 지원하고 있는가’에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