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진출 50주년을 맞은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의 안나마리아 보이 사장은 사람과 혁신, 지속가능성을 기업 성장의 핵심 축으로 꼽았다. <한경ESG>는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최초의 여성 대표인 그를 만나 ESG 경영 철학과 한국 바이오산업의 미래, 그리고 다음 50년을 준비하는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한경ESG] 여성 리더 안나마리아 보이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사장
한국 진출 50주년을 맞은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기업 경쟁력의 핵심축으로 삼고 혁신과 지속가능성을 결합한 성장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1976년 설립된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은 그동안 심혈관·대사질환, 호흡기질환, 면역질환, 항암 분야를 중심으로 혁신 치료제를 공급하며 국내 보건의료 발전에 기여해 왔다.
이 같은 성장의 배경에는 연구개발(R&D) 중심 경영이 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지난해 순매출의 22.9%에 해당하는 64억 유로를 연구개발에 투자했으며, 전 세계 약 7000만 명의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은 베링거인겔하임이 선정한 글로벌 10대 전략 시장 중 하나다. 특히 2024년 일본, 중국에 이어 아시아 세 번째로 BD&L(Business Development & Licensing) 조직을 설립하며 국내 바이오벤처 및 연구기관과의 오픈 이노베이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의 혁신 기술을 글로벌 연구개발 네트워크와 연결하고, 국내 바이오 생태계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지난해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사장 겸 인체의약품 총책임자로 부임한 안나마리아 보이(Ana-Maria Boie) 사장이 있다. 의사 출신인 그는 루마니아와 독일, 러시아 등에서 경영과 마케팅, 세일즈, ESG 분야를 두루 경험한 글로벌 헬스케어 전문가다. 현재는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 헬스케어위원장과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이사회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그의 리더십 철학이다. 보이 사장은 인터뷰 내내 ‘사람·혁신·지속가능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한국 부임 직후 ‘Coffee Chat with Anna-Maria’ 프로그램을 시작해 임직원과 직접 만나 소통했고, 정기적인 오픈 포럼을 통해 직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조직문화를 구축해 왔다.
그의 관심은 조직 내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ESG 역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 중 하나다. 보이 사장은 글로벌 ESG 프레임워크인 SD4G(Sustainable Development for Generations) 개발 과정에도 참여했다. 모든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개발인 SD4G는 △More Health △More Potential △More Green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건강, 지역사회, 환경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조한다.
한국에서는 뇌졸중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엔젤스 이니셔티브(Angels Initiative)’, 교통약자의 이동권 향상을 지원하는 ‘무빙 포워드(Moving Forward)’ 캠페인, 디지털 기기 재활용을 통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B-Effect’ 등을 통해 ESG 가치를 실천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시작한 무빙 포워드 캠페인은 사단법인 무의와 협력해 교통약자를 위한 경사로 설치를 지원하며 제약업계의 새로운 사회공헌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환경(E) 측면에서도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2030년까지 사업장 탄소중립 달성과 가치사슬 환경영향 5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전자서명 시스템과 페이퍼리스 업무 환경 구축, 디지털 플랫폼 확대 등을 통해 종이 사용과 출장 수요를 줄이고 있다. 사용이 종료된 정보기술(IT) 기기를 재정비해 지역사회에 기부하는 Green IT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ESG를 임상시험 영역까지 확대하고 있다. 원격 모니터링, 전자동의(e-Consent), 분산형 임상시험(Decentralized Clinical Trial) 도입을 검토하며 환자의 이동 부담과 탄소 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임상시험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동시에 다양한 연령과 성별, 동반질환 환자의 참여를 확대하는 포용적 임상시험을 통해 실제 환자 환경을 반영한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최초의 여성 대표인 보이 사장은 조직문화 역시 ESG 전략의 중요한 축으로 꼽고 있다. 유연근무제와 일·가정 양립 지원 정책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여성가족부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획득했다. 또한 글로벌 우수고용협회(Top Employers Institute)가 선정하는 최우수 고용기업에도 7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은 올해 50주년을 맞아 분쉬의학상, KMI·365mc·필립스 등과의 협력 프로젝트, 학술·산업계 파트너십 확대 등을 추진하며 한국 보건의료 생태계와의 연결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보이 사장은 “지난 50년이 한국 사회와 함께 성장해 온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혁신과 협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보건의료 환경을 구축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안나마리아 보이 사장과의 일문일답.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의 조직문화가 다른 기업과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인가.
“우리는 전통적인 다양성과 형평성, 포용성(Diversity, Equity & Inclusion, DE&I)을 넘어 ‘Openness(개방성), Respect(존경) & Opportunity(기회)’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모든 직원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고, 성장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한국베링거인겔하임 리더십팀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다. 이것은 단순히 여성 비율을 높이기 위한 결과가 아니라, 능력 있는 인재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ESG를 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보는 이유는.
“ESG는 단순한 사회공헌활동이 아닌 기업이 사회와 함께 성장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본다. SD4G라는 글로벌 프레임워크 아래 More Health, More Potential, More Green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ESG를 실천하고 있다. 엔절스 이니셔티브, 무빙 포워드 캠페인, B-Effect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요한 것은 ESG를 사업과 분리된 활동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ESG는 기업의 장기 경쟁력과 직결된다.”
특히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ESG 활동은.
“‘무빙 포워드(Moving Forward)’ 캠페인을 꼽고 싶다. 교통약자의 이동권 향상을 위해 경사로 설치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또한 뇌졸중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엔젤스 이니셔티브’, 디지털 기기를 재활용해 희귀질환 아동을 지원하는 ‘B-Effect’, 35년 넘게 이어온 분쉬의학상 후원 등도 중요한 활동이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단순한 사회공헌이 아니라 한국 사회와 함께 성장하겠다는 우리의 장기적 약속이다.”
한국 시장이 글로벌 혁신 전략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한국은 매우 중요한 전략 시장이자 혁신 파트너다. 우수한 과학기술 역량과 바이오 생태계를 갖추고 있으며, 특히 바이오벤처들의 혁신성은 미국과 중국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강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데이터와 임상연구 역량에 있다. 현재 한국의 혁신 기술을 발굴해 글로벌 연구개발 네트워크와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과제는 무엇인가.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시스템과 실사용데이터(RWD), 우수한 임상연구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혁신을 추구하는 만큼 혁신의 가치도 적절히 인정받아야 한다. 신약 허가와 건강보험 급여 적용 과정이 보다 신속하고 예측 가능해진다면 환자들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도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진출 50주년을 맞아 앞으로의 50년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지난 50년 동안 우리를 성장시킨 원동력은 사람, 혁신, 지속가능성이다. 앞으로의 50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저는 혁신이 환자에게 전달될 때 비로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혁신 치료제 접근성을 높이고, 한국 바이오 생태계와 협력을 확대하며, 지속가능한 보건의료 환경을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다. 한국은 혁신 역량이 매우 뛰어난 나라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그 혁신이 더 빠르게 환자들에게 전달되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