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에이치엔은 반도체·배터리 산업의 환경 솔루션 강자에서 첨단 소재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반도체 투자 확대와 신소재 양산을 발판으로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 수처리·자원 재활용 등 ESG 경쟁력을 바탕으로 HBM 및 이차전지 소재 사업까지 강화하며, 환경 가치와 성장성을 동시에 갖춘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경ESG] ESG 핫 종목 - 에코프로에이치엔
탄소중립과 순환경제에 대한 투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자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문제다. 시대적 요구도 분명하고 방향성도 뚜렷하다. 문제는 기술적 차별화를 갖고 있는 회사를 잘 고르고, 적정 가격으로 살 수 있느냐다.
환경기술 한 우물
2021년 에코프로의 환경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신설한 에코프로에이치엔은 단순한 환경 오염물질 제거 장비 제조사를 넘어 환경 진단부터 소재 설계, 유지 보수, 솔루션 제공까지 아우르는 국내 유일의 ‘환경 토털 솔루션’ 기업이다. 최근에는 축적된 정밀화학 및 촉매 기술을 바탕으로 이차전지와 고성능 반도체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핵심 소재 시장에 전격 진출했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의 본업은 클린룸 케미컬 필터, 온실가스 감축 솔루션, 미세먼지 저감 솔루션으로 대변되는 환경사업 부문이다. 그중 ‘클린룸 케미컬 필터’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초정밀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공기 중 분자 오염물(AMC)을 선택적으로 제거해 수율을 유지하는 핵심 소모품이다. 선폭 미세화가 극한으로 치닫는 현 반도체 산업에서 AMC 관리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독자 개발한 특수 활성탄 기반 흡착 소재를 통해 90% 이상의 높은 제거 효율을 갖고 있다. 지난해 전체 매출의 40% 가까이가 여기서 나왔다.
‘온실가스 감축 솔루션’은 반도체 식각 및 증착 공정 후 배출되는 강력한 온실가스인 과불화화합물(PFCs)을 분해하는 장치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PFCs 가스를 직접 소각하는 기존 방식 대비 분해 온도를 1300~1400℃에서 750℃까지 대폭 낮추며 제거율은 99.7%까지 끌어올린 ‘대용량 촉매식 분해 시스템’을 2014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온실가스 감축 의무화 규제에 직면한 글로벌 반도체 고객사들에게 꼭 필요한 설비다.
‘미세먼지 저감 솔루션’은 2018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마이크로웨이브(microwave) 기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제거 설비가 주축이다.
반도체 팹 증설 수혜
DS투자증권에 따르면 반도체 전방산업의 신규 팹(Fab) 투자 사이클 확대에 힘입어 에코프로에이치엔의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35.7% 늘어난 1914억 원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도 175.3% 급증한 323억 원이 예상치다. 고성장 국면 진입이 기대되는 이유다. 특히 이익률이 높은 온실가스 감축 솔루션 부문의 외형 성장이 전사 수익성 개선을 강력하게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의 가장 주목할 만한 모멘텀은 기존 대기 환경장비 사업에서 벗어나 초격차 정밀화학 기술을 활용한 ‘첨단소재 기업’으로의 전면적인 체질 개선이다. 회사는 2024년 11월 충청북도 진천군 초평 은암일반산업단지에 약 1300억 원을 투입해 대지 면적 약 5만㎡ 규모의 초평사업장 준공을 완료하며 본격적인 소재 양산 채비를 마쳤다.
이차전지 양극재 소성 공정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용기인 ‘도가니’는 700℃ 이상의 고온과 열충격을 견뎌야 하나, 그간 중국서 전량 수입해 왔다. 사용 수명도 3~4회에 불과했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기존 대비 수명을 2배 이상 획기적으로 늘려 최대 10회까지 재사용이 가능한 ‘장수명 도가니’를 자체 개발했다. 에코프로비엠 등 주요 양극재 제조사들의 원가 절감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양극재의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을 극대화하는 핵심 첨가물인 ‘도펀트’와 배터리의 고온 수명을 향상시키는 ‘전해액 첨가제’ 역시 각각 월 50톤(t) 규모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양산 및 고객사 승인 프로세스를 밟고 있다. 연간 500t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도펀트 시장은 기술적 진입 장벽으로 수입에 의존하던 소재다. 최적의 나노입자 합성 및 분산 기술을 적용해 기술적 차별화를 꾀했다.
반도체 초미세 공정을 겨냥한 전자재료 사업도 순항 중이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반도체 전공정 포토리소그래피 패터닝 단계에서 수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소재(월 10t 생산능력)와 함께 최근 AI 열풍으로 수요가 폭증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웨이퍼 레벨 패키징용 임시 본딩 및 디본딩 수지(Release PI)를 성공적으로 개발했다.
뛰어난 화학적 내성과 저에너지 디본딩 기술이 집약된 이 신소재는 글로벌 종합반도체기업(IDM)의 성능 평가 지정을 완료하고 2027년 이후 대규모 양산을 목표로 생산능력 확충에 돌입했다. 차세대 HBM 소재 시장 선점을 예고하는 이유다.
ESG 환경 투자 매력 뚜렷
신소재 확장의 저변에는 본업인 환경 분야에서 일궈낸 투명하고 지속가능한 ESG 경영 성과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배터리 밸류체인의 순환경제를 완성하는 ‘수처리 솔루션(EWT)’의 진화는 가장 돋보이는 성과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이차전지 양극재 및 전구체 생산 라인에서 발생하는 고농도 염폐수를 정화하고 수자원을 공업용수로 100% 재이용함과 동시에 유가금속을 회수하는 차별화된 다단계 정화 공정 기술을 확보했다.
환경 인프라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인 ‘탄소배출권(SDM) 사업’도 구체화되고 있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중국 내 다수의 질산 제조 기업에 고성능 아산화질소(N2O) 저감 촉매 및 처리 설비를 제공하고, 여기서 감축된 실적을 유엔 기구로부터 인정받아 국내 탄소배출권 시장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는 탄소배출권 시장 가격에 따라 매출이 좌지우지된다.
주가 전망은
에코프로에이치엔의 주가는 오랜 횡보 국면을 거쳤다. 2023년 하반기 11만9000원대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그룹사 전반의 조정과 전기차 전방 수요 둔화 여파로 2만2050원까지 떨어졌다. 최근엔 바닥을 단단히 다지며 2만3000원~3만1000원대 박스권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목표주가를 제시한 증권사는 DS투자증권이 4만5000원으로 유일하다.
안주원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투자 사이클과 맞물리면서 클린룸 케미컬 필터와 온실가스 감축 솔루션 모두 성장할 것”이라며 “최소 내년까지 실적이 고성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