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 의제에 대한 관심은 주요 광역단체장마다 달랐다. 기후·에너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대전·충남, 구체적인 기술을 세부 지역별 신산업으로 접근한 경북·대구와 달리 세종·부산·경남은 기후 관련 관점이 공약에서 나타나지 않았다.
[한경ESG] 이슈 - 광역단체장 기후공약 분석
2026년 6월 3일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향후 4년간 지역 조타수를 맡을 광역단체장들이 확정됐다. 민선 9기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임기(2026~2030년)는 대한민국이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40%를 달성해야 하는 ‘골든타임’과 정확히 일치한다.
<한경ESG>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당선인 공약 홈페이지에서 주요 시·도지사 당선인들의 선거공보물과 당선인이 제공한 5대 핵심공약을 심층 분석한 결과, 기후·에너지 의제를 대하는 당선인들의 인식과 접근법이 여야를 막론하고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야 막론 ‘천차만별’…충청 ‘핵심 의제’ vs 영남권 ‘산업적 주력’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기후·에너지 의제에 대한 당선인들의 관심도가 지역별 산업 구조와 맞물리며 천차만별로 갈렸다는 점이다. 여당 당선인 중에서도 기후·에너지 의제에 적극적인 이들이 있는 반면, 한 마디도 하지 않은 당선인도 있었다.
기후·에너지를 5대 핵심 공약의 독자적인 한 축으로 전면에 내세운 곳은 대전(허태정)과 충남(박수현)이다. 대전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실현하는 친환경 도시’를 5대 공약 중 하나로 꼽았다. 특히 △에너지자립도 향상과 RE100 대응 역량 강화로 분산에너지특구 지정 추진 △햇빛발전소와 햇빛연금으로 이익을 공유하는 에너지 자립도시 △노후건축물의 에너지 성능 높이고 공공건축물 신축을 위한 생활형 탄소 중립도시 △기후위기와 대형사고를 대비하고 재난 시 컨트롤타워인 AI재난안전대응센터 구축 등 지방자치단체 탄소중립과 관련한 의제들을 두루 반영했다.
충남 또한 5대 공약의 하나로 에너지 전환을 내세웠다.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선도하는 충남’이라는 제목하에 농촌 물·환경 통합관리 등 생태환경 개선, 석탄화력발전 폐지 지역 투자 및 지역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 등 에너지 전환 구현, 기후테크 산업 육성 등을 배치했다. 충남 지역은 석탄화력발전소와 제철소 등 고탄소·다배출 업종이 밀집해 있는 지역적 특성상, 당선인이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과 기후테크 산업 육성을 피할 수 없는 생존 과제로 인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대구(추경호)와 경북(이철우) 등 영남권 당선인들 역시 기후·에너지에 일부 관심을 보였다. 다만 이들은 ‘산업적 관점’으로 접근했다. 경북은 포항 철강산업을 주축으로 경주 소형모듈원전 (SMR), 울진 원자력수소 등 원전 기반의 무탄소 에너지(CFE) 인프라 확충을 국가산단 유치와 연계했고, 대구는 염색산단 이전 및 하폐수처리장 지하화 등을 공약하며 기후를 지역산업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았다. 또한 에너지사용량 예측 등 AI 기반 설계 시공의 스마트 건축 시스템 도입, 공공건축물 중심 에너지효율형 그린 리모델링 확대 등도 언급했다.
반면 세종(조상호), 충북(신용한) 등 일부 지자체장은 5대 공약에서 기후·환경을 단 한 줄도 언급하지 않아 철저한 ‘기후 침묵’을 지켰다. 충북의 경우 전면의 5대 공약에서는 기후·환경 의제가 전혀 없었지만 지역별 세부공약에서는 충주시 수소특화단지 지정, 충주댐 수열에너지 특화바이오단지 조성 등 기후 산업 관련 대책을 내놓았다.
주거·교통 공약 홍수 속 ‘기후·생태’ 연결은 소수
두 번째 쟁점은 모든 지자체장이 사활을 건 주거와 교통 공약에서, 이를 기후나 생활 속 녹색 변화로 연결해 내는 정치적 상상력의 차이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주요 정책을 주거와 교통에 할애하여 기후 관련 공약 자체는 적었지만 ‘5분 정원도시’와 ‘한강 그린 르네상스’를 통해 생태적 관점을 확충했다. 오 시장은 정원 3000개소를 확보하고, 한강과 남산의 생태성을 회복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주거와 도시 개발을 녹색 생태도심 및 생물다양성 증진이라는 기후 의제와 매끄럽게 연결 지은 사례다.
반면 대다수 지자체는 주거·교통에 엄청난 관심을 쏟으면서도 이를 기후나 에너지 전환으로 확장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세종뿐 아니라 부산(전재수), 경남(박완수) 등은 KTX역 신설이나 도로망 확충, 주택 공급 등 개발 공약만 가득할 뿐, 개발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 저감이나 생활 속 녹색 변화를 유도하는 장치를 공약에 매치시키지 못해 대조를 이뤘다.
부산의 경우 해양수산부 이전 등 해양 중심의 공약을 대거 내세우면서도, 정작 해양생태계 복원이나 친환경 개발 등 생태적 관점, 혹은 해양 녹색산업에 대한 언급이 따로 없었다. 경남 역시 복지 및 교통 관련 공약에서 기후위기나 환경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공급 확대 등 선심성 주거 공약이 쏟아지는 가운데 노후 건축물의 그린리모델링을 언급한 당선인은 대전·충남·대구 정도만으로 주목할 만했다.
기후가 곧 민생…‘기후+복지’ 묶는 메가트렌드 등장
이번 지방선거 공약의 가장 큰 특징은 ‘기후와 복지’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주민 삶의 질을 바꾸겠다는 시도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점이다. 특히 이러한 흐름은 여당(이재명 정부) 소속 단체장 당선인들을 중심으로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흐름은 도 단위 지자체에서 재생에너지 수익을 주민에게 환원하는 ‘기후 기본소득’ 형태로 가시화됐다. 전북(이원택)은 2040년까지 30기가와트(GW) 규모의 신재생 인프라를 구축해 대대적인 ‘햇빛·바람 연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고, 강원(우상호) 역시 민통선 철책을 활용한 RE100 고속도로를 통해 주민에게 ‘청정연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대전 역시 시민이 생산하고 이익을 공유하는 ‘햇빛연금’을 내세웠다.
도시형 지자체에서는 교통 복지를 기후와 융합했다. 서울의 ‘기후동행패스’ 광역 교통망(GTX-A, 신분당선) 확대, 경기의 ‘수도권통합패스(ONE패스)’ 및 ‘경기편하G버스’ 도입, 광주전남(민형배)의 ‘10-30-60 교통 대전환’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시민들의 교통비 부담을 줄여주는 복지 정책인 동시에, 자가용 수요를 흡수해 수송 부문 탄소를 줄이는 1석 2조의 기후 복지 모델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