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제 상거래 분쟁에서 당사자 간 합의로 문제를 해결하는 조정 결과에 법적인 강제력을 부여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구속력이 없어 분쟁 해결에 한계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법원의 간단한 확인을 거쳐 곧바로 집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조정이 국제 분쟁의 핵심 해결 수단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4일 ‘국제상사조정을 통한 화해계약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조정의 치명적 약점인 구속력 부족 문제를 푸는 것이 핵심이다. 조정은 당사자들이 치우치지 않은 제3자의 도움을 받아 합의로 문제를 해결하는 제도다. 중재인이 판정을 내리는 중재보다 빠르고 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법으로는 조정 합의가 단순한 계약에 불과해 약속 이행을 강제할 수 없다. 상대가 마음을 바꿔 따르지 않겠다고 하면 재판을 다시 열어야 한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결과가 뒤집힐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국제 분쟁에서는 강제 집행력이 있는 중재가 주로 쓰였다.

법무부는 법원이 조정 결과에 큰 문제가 없으면 신속하게 집행 승인을 내주도록 하기로 했다. 까다로운 판결 대신 간소한 결정 절차를 거쳐 강제력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합의 내용에 불법적인 요소가 있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법원이 신청을 거절한다. 김갑유 법무법인 피터앤김 대표 변호사는 “조정이 활발하게 쓰일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새 법은 국제 상거래 분쟁에만 적용된다. 법무부는 2019년 8월 서명한 싱가포르 협약을 지키기 위해 이번 제정안을 마련했다. 이 협약은 국제 조정의 집행력을 높이는 내용으로 한국과 미국 등 60개국이 서명했다. 일본과 싱가포르 등 22개국은 의회 비준을 마쳤다. 한국도 법을 고친 뒤 비준 절차를 거친다.

국내 분쟁은 주로 법원 등 공공기관이 맡지만 국제 조정은 싱가포르국제조정센터(SIMC) 같은 민간 전문기관을 거친다. 법무부 관계자는 “해외 기업과 다투는 국내 기업이 싱가포르 등에서 조정받는 경우가 많다”며 “입법이 끝나면 국내 관련 기반 시설을 넓히는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혁/허란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