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입시사주 전문 역학원에서 한 학부모가 상담을 받고 있다.  우연수 기자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입시사주 전문 역학원에서 한 학부모가 상담을 받고 있다. 우연수 기자
“우리 아이가 의대 갈 사주인가요.” 지난 9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에 자리한 한 사주 명리 상담소. 책상에 앉은 상담사 신모씨의 스마트폰에는 미처 읽지 못한 예약 문자 2592개가 쌓여 있었다. 하루에 걸려 오는 부재중 전화만 100통 안팎이다. 지금 당장 예약해도 실제 얼굴을 마주하려면 1년가량 기다려야 한다. 상담 목적은 비슷하다. 진로를 정하지 못한 학생 부모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조언을 구한다. 지난해 10월 예약을 남기고 7개월 만에 상담받은 30대 A씨는 “교육 제도가 워낙 자주 바뀌다 보니 반신반의하며 찾아왔다”며 “아이의 기질과 성향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유치원생 적성까지 묻는 부모들

서울 대치동과 목동 학원가에서 입시 컨설팅이 사주와 심리 검사, 뇌과학 상담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부모들의 불안감이 새로운 사교육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교육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입시 상담 학원은 2020년 71곳에서 지난해 115곳으로 늘었다. 18년째 목동에서 철학관을 운영하는 신씨도 입시 상담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 중이다. 그는 “진로와 입시 상담 문의가 많아져 지난해부터 입시 상담만 받는다”고 했다. 이곳 방문객은 초등학생과 중학생, 고등학생이 각각 30%를 차지한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학부모도 적지 않다. 인공지능(AI) 관련 직업이나 유튜버 등 진로 선택지도 다양해졌다. 특히 최근엔 자녀의 성향을 일찍 파악하려는 수요가 늘었다. 신씨는 “어릴 때 올수록 좋다”며 “타고난 성향은 못 바꾸기 때문에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사주에 따른 아이의 기본 성향은 학부모들의 단골 질문이다. 목동 학군지에서 잘 적응할지, 어떤 학원이 맞을지도 묻는다. 한 학부모는 인터넷 후기에 “사주라기보다 교육 전문가의 조언을 듣는 느낌”이라고 적었다. 그는 “빨리 컴퓨터 프로그래밍(코딩) 교육을 시키라고 조언받았다”며 “진로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남겼다.

◇대치동 종합 상담 1시간에 35만원

대치동에서는 더 전문적인 상담이 이뤄진다. 전통적인 철학관 이미지를 벗고 종합 상담 업체를 표방한다. 지난해 문을 연 한 업체는 아이의 타고난 기질과 운의 흐름을 데이터화한다고 선전했다. 사주와 심리, 뇌과학을 결합한 대면 상담을 제공한다. 비용은 1시간에 35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한 달가량 대기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직접 만나지 않고 받는 보고서도 10만원대에 팔린다.

올해 개업한 다른 입시 사주 전문 업체는 사주 정보와 함께 생활기록부, 성적표를 요구한다. 이곳은 명문 사범대 출신 전문가가 직접 상담한다고 홍보한다. 행운을 가져다준다며 수십만원대 입시 팔찌를 파는 업체도 생겼다.

일부 민간 교육 업체는 성격 유형 검사(MBTI)를 진로 상담과 학습 지도에 활용한다. 인터넷 강의를 일정 시간 들으면 관련 자격증을 발급하는 과정도 있다. 아이의 지능과 발달 상태를 평가하는 웩슬러 지능 검사도 상술로 쓰인다. 일부 학원가에서 수백만원짜리 입시 상담 상품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에서는 임상 심리학자 자격이 있는 전문가만 이 검사를 다룰 수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일반 학원 강사들이 입시 전략 도구로 남용하고 있다.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훈련되지 않은 비전문가가 검사지 하나로 아이를 판단하면 심각하게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웩슬러 검사를 국내에 처음 도입한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수개월을 기다려 100만원이 넘는 비용을 내고도 구체적인 설명 없이 학원 추천만 받았다는 불만이 쏟아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이를 좋은 대학에 보내려는 학부모의 기대와 불안이 왜곡된 시장을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신 교수는 “아이의 적성과 진로는 한 번의 상담이나 검사로 결정할 수 없다”며 “검증되지 않은 상담에 의존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