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글로벌 ESG 뉴스 브리핑
지난 2025년 7월 23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국제사법재판소(ICJ) 판사들이 각국의 기후 보호 의무에 관한 권고적 의견(advisory opinion)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2025년 7월 23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국제사법재판소(ICJ) 판사들이 각국의 기후 보호 의무에 관한 권고적 의견(advisory opinion)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책]

유엔 총회, 국가의 기후변화 대응 법적 의무 명시한 결의안 채택
유엔 총회는 5월 20일, 국가가 온실가스 배출로부터 기후 시스템을 보호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음을 명시한 결의안을 찬성 141표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다. 이번 결의안은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제시한 “기후변화 대응은 단순한 정치적 선택이 아닌 국제법상 국가의 법적 의무”라는 판단을 공식 지지한 결과다. 이에 따라 기후 공약을 이행하지 않거나 환경을 파괴하는 국가에 대해 국제법적 책임을 묻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강화됐으며, 향후 글로벌 기후 소송의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U, ESRS 공시 데이터 포인트 대폭 삭제…약 30% 부담 감축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5월 19일, 기업들의 실무적 지속가능성 공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유럽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개정안(이른바 ESRS 2.0)의 위임 규정 초안을 공개하고 4주간의 피드백 기간에 착수했다. 이번 조치는 올해 2월 최종 타결된 '옴니버스 I 패키지'의 후속 실무 조치다. 집행위는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EFRAG)의 기술적 권고를 받아들여 기존 표준(ESRS 1.0)에 존재하던 필수 공시 데이터 포인트 중 489개를 삭제하고 모든 자발적 공시 항목을 제외하는 등 규제 현실화에 나섰다. 이에 따라 기업당 보고 비용은 약 30% 절감될 것으로 추산되며, 2월 확정된 공급망 실사법(CSDDD)의 적용 기준 완화(직원 1000명, 매출 4억5000만 유로 상향)와 맞물려 기업 부담을 대폭 덜 것으로 전망된다.

EU, 탄소국경조정제도 이행 규정 초안 공개
EU 집행위원회는 5월 12일 역외 수출 기업들이 주목해 온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구체적인 이행 규정 초안을 공개하고 4주간의 의견 수렴에 착수했다. 이번 초안에는 제3국(수출국)에서 이미 납부한 탄소 가격을 EU 내 CBAM 인증서 구매 감면 액수로 전환하는 세부 계산 공식, 탄소 대금 납부 증명 절차, 독립적 제3자 검증인의 자격 요건 등이 담겼다. 특히 이번 초안에는 역외 기업들이 실제 배출량을 증명하지 못할 때 적용하는 기본값의 페널티 기준을 한층 강화했다. 기존에는 수출국 내 하위 10%의 고배출 시설 평균값이 기준이었지만 이번 초안에서는 데이터가 불투명할 경우 해당 국가에서 가장 탄소 배출이 많은 배출 시설의 수치를 적용하도록 하여 사실상 실측 데이터 제출을 강제했다. 철강재나 알루미늄 가공품처럼 여러 자재가 섞인 복합 품목에 대한 스코프3 계산 공식도 세분화됐다.

EU 집행위, 삼림파괴방지법 적용 품목 재편
EU 집행위원회는 5월 4일, 삼림파괴방지법(EUDR)의 행정 부담을 낮추기 위한 ‘단순화 검토 패키지’와 함께 적용 품목을 재편하는 개정 위임법률 초안을 공개했다. 이번 초안은 소고기 가죽(원피)이나 재생 타이어 등 모니터링이 까다롭고 삼림 파괴와의 직접적 연관성이 낮은 일부 파생 품목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반면, 규제 우회를 막기 위해 인스턴트 가공 커피나 올레오케미컬 및 비누 산업에 사용되는 특정 팜유 유도체 등은 대상 품목에 새로 추가됐다. 집행위는 이번 품목 조정을 통해 핵심 원자재인 소·코코아·커피·팜유·고무·대두·목재의 실무적 실사 비용이 기존 대비 최대 75%까지 절감될 것으로 기대하며, 대기업 대상 본 제도는 연기 없이 올 12월 30일부터 본격 적용된다고 못박았다.

영국판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 속도 낸다
영국 정부가 2027년 1월 1일 도입을 확정한 ‘영국형 탄소국경조정제도(UK CBAM)’의 이행법안 마련을 위한 최종 기술 컨설팅(의견 수렴)을 5월 21일 마쳤다. 올해 초 재정법 2026(Finance Act 2026)을 통해 법적 뼈대를 세운 영국은 5월까지 배출량 계산, 모니터링, 검증에 관한 세부 하위 규정을 조율했다. 영국의 CBAM은 EU와 목적은 같지만 철저히 ‘세금 기반’으로 운영되며, 대상 품목에 전력이 제외되는 대신 수소가 포함된다. 또한 면제 기준을 중량이 아닌 연간 수입액으로 설정하는 등 EU 규정과 차이가 있어, 양국 모두에 수출하는 기업들은 두 가지 제도를 동시에 추적·대응해야 한다.

[금융&투자]

빅3 ‘블랙록·뱅가드·SSGA’, 재무적 기후 리스크 선별 대응 선언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뱅가드,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SSGA) 등 이른바 글로벌 ‘빅3’ 기관투자자들이 지난 5월 본격적인 미국 대기업 주총 시즌을 맞아 업데이트된 의결권 행사 지침을 가동했다. 5월 중순 블랙록 투자스튜어드십(BIS) 보고서 등에 따르면, 이들 대형 운용사는 과거의 일방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캠페인성 주주제안에 대해서는 선을 긋는 대신, 철저한 재무적 중요성 관점에서 기후 리스크를 다루기 시작했다. 블랙록은 저탄소 전환 과정에서 실질적인 재무 손실 가능성이 있는 고배출 기업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기후 공시 확대를 요구하고 미이행 시 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치적 논쟁을 피하고 투자자 수익률 보호라는 수탁자 책임을 극대화하려는 대형 자산운용업계의 기조 변화를 반영한다.

유럽중앙은행, 은행권 기후·자연 리스크 관리 가이드라인 제시
유럽중앙은행(ECB)은 5월 14일, 금융권의 기후 및 자연 위험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기후·자연 리스크 관리 우수 사례’를 발표하며 금융권을 압박했다. ECB는 은행들에 단순히 산업 섹터별 평균치를 기반으로 리스크를 산출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개별 고객사 단위의 ‘환 리스크 모델링’을 구축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자산이 위치한 정밀한 지리적 위치 정보를 매핑하여 기후 재해로 인한 ‘물리적 리스크’를 세부적으로 측정하도록 유도하는 등 자산 건전성 평가 기준을 고도화했다.

HSBC, 중국 친환경 기업 해외 진출 돕는 전용 대출 프로그램 출시
유럽 최대 은행인 HSBC는 5월 18일, 중국의 신재생에너지 및 저탄소 기술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도록 40억 달러(약 5조4000억 원) 규모의 친환경 전용 대출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지원 대상은 태양광·배터리·전기차 기업뿐만 아니라 전력 소모가 많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저탄소로 전환하는 기업까지 포함된다. 최근 서구권 정부와 금융사들이 제재 우려로 중국 자본과 거리두기를 하는 것과 달리, HSBC는 글로벌 친환경 설비 시장을 주도하는 중국 기업들을 잡아 아시아 중심의 기후금융 주도권을 쥐겠다는 실리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

머스크, 세계 최초 ‘100% 에탄올’ 선박 시험 운항 성공
글로벌 해운 대기업 머스크가 올해 1분기 동안 진행된 세계 최초의 ‘100% 완전 에탄올 기반’ 선박 운항 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5월 22일 밝혔다. 그동안 메탄올 추진선 중심의 넷제로 전략을 펼쳐 온 머스크는 이번 성공을 통해 에탄올이라는 새로운 친환경 연료 선택권을 추가하게 됐다. 다만 해운업계 전체가 에탄올 연료를 본격 도입할 경우 연간 약 500억 리터의 대규모 수요가 발생해 공급망 및 항만 인프라 부족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바이오연료 재배 과정에서의 간접적 산림 파괴 우려가 있어 공급망 투명성 확보가 향후 과제로 꼽힌다.

유럽 항공업계, ‘자발적 기후 클럽’ 탄소 제거 구매 연합 출범
EU의 항공 부문 탄소 규제(CORSIA 등)가 강화되는 가운데, 유럽 주요 항공사들이 중심이 된 ‘유럽 탄소 제거 바이어스 클럽(EU Carbon Removals Buyers Club)’이 5월 2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공식 출범했다. 그동안 빅테크 기업들이 독점하다시피 했던 고품질 탄소 제거(CDR) 시장에 친환경 연료 전환이 시급한 항공업계가 대규모 공동 구매 연합 형태로 출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파편화된 탄소 제거 스타트업들의 기술을 검증하고, 공동 계약을 통해 구매 단가를 낮춰 대량의 크레디트를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SBTi, 공급망 배출 보완 위한 새 넷제로 표준 초안 개발 착수
과학기반감축목표이니셔티브(SBTi)는 5월 15일 기업들의 스코프3 감축 기준을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넷제로 표준 초안(Draft Net-Zero Standard) 마련에 공식 착수했다. 그동안 스코프3은 측정의 불확실성과 공급망 전반의 복잡성으로 인해 많은 기업이 공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개정 드래프트는 기업들이 공급망 내에서 실질적이고 정교한 탄소감축 투자를 유도할 수 있도록 기준을 세분화할 예정이며, 이는 기술 투자와 공시 기준 체계를 동시에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