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이슈 브리핑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하고 있는 380MW 급 수소터빈의 축소모형.사진 제공=두산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하고 있는 380MW 급 수소터빈의 축소모형.사진 제공=두산
청정 수소는 연소 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전원이다. 다른 에너지원과 달리 입지 제한이 적고,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 커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딜로이트가 지난 3월에 발표한 수소경제 관련 리포트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 세계 수소 공급량은 약 9000만 톤이다. 하지만 이 중 99%가 생산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는 그레이수소로 아직 청정 수소 생산량은 미미한 수준이다.

초기 시장이기에 생산 역량을 먼저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국가가 새로운 에너지 패권을 쥐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미국, 독일, 일본, 호주, 중국 등 주요 국가가 수소경제 정책을 적극 추진하는 이유다. 한국 역시 2019년부터 수소경제 로드맵을 수립하고, 2021년 수소법을 개정하며 수소 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한국은 에너지 다소비 국가이면서 동시에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수소 생산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일반 수소 시장부터 개설

지난해 개정된 수소법의 핵심은 청정 수소 발전 의무화 제도(CHPS)다. 발전사들이 일정 비율 이상 수소 발전 전력을 의무적으로 구매하도록 하는 제도로 기존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RPS)에 포함된 수소를 분리해 운영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국내에서 대부분의 수소 발전 전력은 수소 연료전지로 생산된다. 기존 RPS와 통합 운영 시에는 다른 재생에너지와 달리 연료비에 대한 변동성이 가격에 부과돼 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올 상반기 안에 세계 최초로 수소 발전 입찰시장을 개설한다고 예고했다.

입찰시장은 제도 초기에는 상·하반기 각 1회씩 개설하며 안정화 이후에는 연 1회 개설한다. 청정 수소 생산 등이 활성화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일반 수소 발전 시장과 청정 수소 시장으로 나누어 운영할 예정이다. 이후 분산전원 보급 추이와 청정 수소 공급 현황을 고려해 일반 수소 발전 시장을 점진적으로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일반 수소에는 석유화학 공정이나 철강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부생 수소와 천연가스(LNG)를 고온·고압에서 분해하는 개질 수소가 포함된다.

계약의 안정성을 위해 일반 수소 계약 기간은 20년, 청정 수소는 10년으로 한다. 계약 기간이 길기 때문에 입찰에 참가할 수 있는 사업자의 최소 요건도 강화했다. 시장 참여자는 두 시장 모두 RPS에 미등록된 사업자이며, 기업 신용평가 등급 BBB- 등의 재무 능력과 일정 수준 이상의 순시전압 유지 성능, 무효 전력 공급 능력 성능 등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일반 수소 시장과 청정 수소 시장은 거의 유사하게 운영되지만, 낙찰자 선정에서 다소 차이를 보인다. 가격 요소의 경우 입찰 참가자가 제시한 가격을 기준으로 점수를 산출하고 비가격 요소의 경우 별도로 구성한 평가위원회가 항목별 정량 및 정성평가를 시행할 방침이다. 각각 60%, 40%의 비중을 두기 때문에 비가격 요소의 비중도 상당하다.

비가격 요소가 핵심 될 것

비가격 요소는 일반 평가와 계통 평가로 나뉘며, 주민 수용성 및 사업 진척도, 산업·경제 기여도, 사업 신뢰도, 환경 기여도, 발전기 성능, 송배전 연계 등의 요소로 이루어진다. 전력거래소 측은 “일반 수소 시장의 경우 분산전원 확대 기여도를, 청정 수소의 경우 연료 도입 안정성과 청정 수소 등급을 높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일반 수소 시장의 경우 사업자가 고정비와 연료비를 구분해 입찰가격을 제출하면 외부 요인에 따른 연료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관련 지표를 사후 조정해 정산한다. 이후 계약가격의 정산은 차액 정산(CfD) 방식으로 계약량과 일치할 경우 낙찰가격에 맞게 정산이 이루어지며, 계약량을 초과할 경우 오차범위 내에서 계약가격대로 정산하고 그 이상은 현물시장 정산(SMP)을 활용한다. 계약량 미달의 경우 고정비를 회수할 수 없다.

청정 수소 시장은 수소 발전량에 대한 발전 차액 지원(FIP) 방식을 사용한다. 기존 발전기의 발전원가와 새로 투입된 발전원가, SMP를 합친 값을 비교해 차액을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일반 수소 시장과 달리 고정비와 변동비를 구분하지 않은 통합 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한다.

지난 3월 28일 전력거래소가 주최한 ‘수소 발전 입찰시장 제도 설명회’에서는 입찰 물량과 경쟁 구조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입찰 물량은 2025년에는 일반 수소 발전분에 대한 입찰을 진행해 2025~2027년 일반 수소 발전 예상 개설 물량은 매년 1.3TWh(설비용량 200MW 수준)다. 청정 수소 발전 입찰시장은 2024년 개설해 2027년 3.5TWh, 2028년 3.0TWh로 운영한다. 첫 수소 발전 개설 물량(2025년분·1.3TWh)은 한전이 전량 구매한다. 업계 추정치에 따르면 정부로부터 발전 사업 허가를 받은 연료전지 설비용량만 총 7GW 수준으로 200MW를 훨씬 웃돈다. 시장이 발전 물량을 포용하지 못한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청정 수소의 경우 많은 부분을 해외에서 도입하는 물량을 사용하는데, 이때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국내 기술이 얼마나 산업에 기여했는지도 비가격 요소로 평가할 것”이라며 “단가 차이를 완전히 극복할 수는 없지만, 비가격 요소로 상쇄하도록 설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료전지, 수소 혼소 등 비용 구조가 다른 시장을 구분하지 않은 것에 대한 우려에는 “시장을 분리하면 경쟁이 활성화되지 않을 수 있어 동일한 시장에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김양일 전력거래소 수소시장팀 차장

“청정 수소 인증제·등급제 필요”
김양일 전력거래소 수소시장팀 차장.사진 제공=전력거래소
김양일 전력거래소 수소시장팀 차장.사진 제공=전력거래소
-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와 자주 비교되는데, 어떤 점이 다른가.

“RPS와 청정 수소 발전 의무화 제도는 장기계약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CHPS는 고정가격으로 계약해 연료비의 변동성을 헤지(위험 회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이 다르다.”

- 청정 수소 시장 형성보다 입찰시장이 먼저 등장한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

“수소 산업 활성화 측면이 크다. 기존 개질수소나 부생수소는 차량 및 모빌리티에서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수요 규모가 작다. 청정 수소의 경우 발전 부문의 대규모 수요가 있기 때문에 청정 수소의 도입, 생산, 유통 등 인프라 부문의 관련 산업 성장까지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전력시장은 현물시장 중심으로 운영 중이다. 입찰시장은 현재 운전 중이거나 당장 건설이 완료될 시장이 아니라 사업 준비 기간, 파이낸싱, 건설 등을 모두 고려한 선도 시장 개념이다. 다양한 산업계 워킹 그룹을 운영하며 새로운 제도로 혼란이 가중되지 않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 수소법 내 CHPS 외 주목할 부분이 있다면.

“청정 수소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생산한 수소가 얼마나 청정한지 인증하는 인증 제도도 필요하다. 식품의 경우 유통 과정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누가 생산했는지, 어떠한 방식으로 생산됐는지 알리는 라벨이 찍히지 않나. 그런 것처럼 청정 수소도 해외에서 도입되거나 국내에서 생산됐을 때 어디까지 청정 수소로 볼 것인지 등급제와 인증제를 시행해야 한다. 정부에서도 청정 수소 인증제 관련 연구 과제를 수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