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 기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잘한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높은 주가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탄소 배출량 등 ‘환경(E)’과 관련한 요소가 주가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나현승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최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ESG 투자의 지속 가능성’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나 교수 연구팀은 한국지배구조원의 ESG 평가를 받은 683개 국내 비금융 기업을 표본으로 2020년 초반 주가 흐름을 연구했다. 이 시점은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며 국내 증시가 크게 하락하다 반등했던 시기다.

연구 결과 지배구조원 평가에서 B등급 이상을 받은 기업이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 주가 수익률이 높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10.41%의 추가 주가수익률을 확인했다. ESG가 강한 기업이 주가 하락 국면에서 높은 방어력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나 교수는 “개별 구성 요소 중 특히 ‘E’가 주가 수익률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E 요소가 기업의 주가수익률에 영향을 미쳤다는 발표는 이외에도 많았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계량 연구를 근거로 “탄소 디스카운트(위험 프리미엄)는 기업의 기대수익률을 좌우하는 요소”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탄소 배출량이 많아 향후 탄소세 부과·탄소 규제 등의 리스크가 있는 기업들은 주가에서 5~7% 손해를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ESG 인게이지먼트(적극적인 주주 활동)를 통한 초과 수익률 실현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ESG 인게이지먼트 방식의 투자는 초과 수익률을 실현하는 동시에 투자 대상 회사의 ESG 성과도 향상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주주 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권고적 주주제안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고적 주주제안이란 주주의 의사를 묻는 방법 중 하나다. 주주들의 제안이 주주총회에서 의결되더라도 권고 효과만 있을 뿐 구속력은 없다.

국민연금의 ESG 투자가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국민연금 책임투자펀드의 수익률 추이를 분석한 결과, 2020년 책임투자펀드는 벤치마크인 코스피지수에 비해 9.6% 초과 수익을 거뒀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