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2 공통 키워드는 ‘친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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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열린 세계 최대의 IT(정보기술)·가전 전시회인 CES 2022를 관통하는 주제는 ‘친환경’이었다.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탄소중립 움직임과, ESG 열풍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조 연설부터 전시장 구성, 선보인 기술까지 곳곳에서 ESG 키워드가 눈길을 끌었다
[한경ESG] 이슈 브리핑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1월 5일부터 7일까지 열린 세계 최대 IT(정보기술)·가전 전시회 ‘CES 2022’를 관통하는 주제는 ‘친환경’이었다.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탄소중립 움직임과 ESG 열풍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속 가능한 일상’을 기조연설 주제로 잡았고, SK와 LG그룹은 친환경을 테마로 전시장을 꾸몄다. 올해 주요 기업이 선보인 신제품과 신기술 중에도 환경과 관련한 것이 유독 많았다.
삼성전자의 파격…기조연설 주제로 ‘ESG’ 택해
삼성전자는 이번 CES에서 기술을 통해 환경·사회문제 등을 해결해 ‘지속 가능한 일상’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제품 제조 과정에서 탄소와 폐기물을 줄이고, 다른 기업과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실천 방안도 제시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은 개막 하루 전인 4일 ‘미래를 위한 동행’을 주제로 펼친 기조연설을 통해 “앞으로 솔라셀 리모컨 등 친환경 기술을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호텔 팔라조 볼룸에서 열린 기조연설에서 한 부회장은 기술이 나아가야 할 목표가 지속 가능한 미래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속 가능성을 갖춘 제품을 소비자들이 사용하면 일상에서 지속 가능성을 추구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이 같은 현상을 ‘지속 가능한 일상’이라고 이름 지었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업종을 초월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 부회장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선보인 친환경 솔라셀 리모컨을 올해부터 TV 신제품과 생활가전에도 쓸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아낄 수 있는 건전지 수는 2억 개가량으로 라스베이거스에서 한국까지 이을 수 있는 수량”이라고 했다. 여러 글로벌업체가 솔라셀 리모컨을 도입하면 절감할 수 있는 건전지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밖에도 삼성전자가 제품에서 지속 가능성을 구현한 사례는 다양하다. 그는 “삼성전자는 한 해 5억 개의 다양한 기기를 제조하는데, 모두 반도체가 들어간다”며 “탄소저감 인증을 받은 삼성 메모리반도체 5종은 칩 생산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을 기존 대비 70만 톤 감축했다”고 말했다.
제품 외장재, 포장재 등에 쓰이는 플라스틱도 재활용 소재로 바꾸고 있다. 한 부회장은 “올해 TV 등 디스플레이 기기는 지난해보다 30배 이상 많은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해 제조하기로 했다”며 “2025년까지 모든 모바일·가전제품에 재활용 소재를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는 한 부회장의 기조연설에 대해 ‘파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개별 제품이나 기술이 아니라 회사 비전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기 때문이다. 폼팩터(형태)를 파괴한 프로젝터 등 구체적 제품에 대한 소개는 한 부회장과 호흡을 맞춘 현지 직원들이 담당했다.
전시장 콘셉트도 탄소중립과 친환경
SK그룹에서는 SK(주),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 E&S, SK하이닉스, SK에코플랜트 등 계열사 6곳이 CES 2022에 참여했다. SK 전시관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은 ▲그린 애비뉴 ▲생명의 나무 ▲내일로 가는 발걸음 ▲그린 플레이그라운드 등 4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관람객들이 SK의 탄소감축 노력을 하나의 여정처럼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 부스 주제는 ‘탄소 없는 삶, 그 길을 당신과 함께 걸어갈 동반자 SK’이며 전시관 면적은 920m2. SK가 오랜 시간 조림사업을 해온 충북 인등산이 모티브다. 전시관 전체를 하나의 숲길처럼 꾸몄으며, 중앙에는 대형 나무 모형을 설치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SK의 의지를 드러냈다.
SK그룹은 전시 주제인 ‘동행’의 취지를 살려 관람객이 탄소감축에 참여하고 기여할 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내일로 가는 발걸음’과 ‘그린 플레이그라운드’ 구역에 관람객이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탄소절감 방법을 배우고 체험하는 공간을 마련한 것. 체험을 통해 지급한 ‘그린포인트’는 베트남의 맹그로브숲을 살리는 데 쓰인다. 관람객들은 SK가 투자한 대체 식품 기업의 시식 코너에서 다양한 식품을 맛보기도 했다.
LG전자는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오프라인 전시관을 꾸몄다. 전시관 곳곳에 설치한 뷰포인트에서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인식하면 CES 2022 혁신상 수상작은 물론 과거 CES에서 선보인 초대형 올레드 조형물을 가상 체험할 수 있게 했다. ESG 경영의 일환으로 2000m2 규모의 CES 전시관을 친환경 목재로 꾸민 점이 눈에 띄었다. 대부분 목재가 접착제 없이 나무 찌꺼기를 압착한 OSB 합판이며, 페인트나 니스를 칠하지 않은 미송 합판 등 재활용 제품이다. 전시 종료 후에는 분해해 재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두산중공업은 CES 부스에서 수소 비즈니스 솔루션을 선보였다. 해상풍력터빈에서 생산한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폐자원을 수소화하는 기술도 소개했다. 그린수소는 생산 단계부터 탄소가 배출되지 않아 수소 중에서도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분류된다.
친환경 신기술의 경연장
ESG와 관련한 스타트업 제품과 서비스도 눈길을 끌었다. 최근 세계적으로 ESG 경영 방식을 도입한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관련 투자도 늘고 있는 추세다. 벤처캐피털(VC) 분석업체인 딜룸에 따르면, 2021년 3분기 기준 기후 기술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글로벌 VC의 투자 금액은 323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는 2020년 전체 투자 금액(210억 달러)보다 많다. 지역별 투자 비중을 보면 북미 57%, 유럽 28%, 아시아 14% 등의 순이다.
바이오연료 스타트업 BeFC는 바이오연료전지 기술로 구동하는 능동형 센서 태그를 선보였다. 연료전지를 종이로 만든 것이 눈길을 끄는데 친환경, 탄소저감 취지에 부합하는 기술이다. 웨어러블 기기, 사물인터넷(IoT), 의료기기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이 센서 태그 기술은 CES 2022 혁신상을 받았다.
전기차 충전 솔루션 스타트업 에바는 저렴한 설치 비용에 전력 효율이 높은 전기차 충전기를 소개했다. 에바의 전기차 충전기 ‘스마트 EV 차저’는 한정된 전력 상황에서 여러 대를 한 번에 충전할 수 있는 ‘다이내믹 로드 밸런싱’ 기능을 제공한다. 이 기능으로 관련 설비 구축과 운영 비용을 기존 제품보다 최대 80% 이상 아낄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디지털 헬스업체 비쿨(BCool)은 배터리가 필요 없는 친환경 스마트 온도계를 전시했다. 스마트폰 전용 앱으로 체온 측정 기록을 저장할 수도 있다.
버드버디는 새 모이를 주는 급여기로 CES 2022에서 ▲스마트홈 ▲디지털 이미징과 사진 ▲소프트웨어와 모바일 등 3개 부문 혁신상을 받았다. 새 모이통에 렌즈를 설치해 어떤 새가 왔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시스템으로 1000종 이상의 새를 식별하고, 검색된 새 사진을 사용자의 사진 앱 갤러리에 저장해주기도 한다. 외신들은 이 제품에 대해 “사람과 자연을 연결했다”고 평가했다.
고선은 태양광을 활용해 물을 정화할 수 있는 장치를 내놨다. 야외에서 온수로 샤워도 할 수 있다. 하이드라루프시스템은 물을 재활용하는 가정용 수도 장치를 선보였다. 싱크대와 세탁기 등에 사용한 물을 정수해 화장실 등에서 다시 쓸 수 있게 해준다. 솔라브리즈는 수영장 물에 떠 있는 부유물을 걷어내는 로봇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송형석 한국경제 기자 click@hankyung.com
삼성전자의 파격…기조연설 주제로 ‘ESG’ 택해
삼성전자는 이번 CES에서 기술을 통해 환경·사회문제 등을 해결해 ‘지속 가능한 일상’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제품 제조 과정에서 탄소와 폐기물을 줄이고, 다른 기업과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실천 방안도 제시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은 개막 하루 전인 4일 ‘미래를 위한 동행’을 주제로 펼친 기조연설을 통해 “앞으로 솔라셀 리모컨 등 친환경 기술을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호텔 팔라조 볼룸에서 열린 기조연설에서 한 부회장은 기술이 나아가야 할 목표가 지속 가능한 미래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속 가능성을 갖춘 제품을 소비자들이 사용하면 일상에서 지속 가능성을 추구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이 같은 현상을 ‘지속 가능한 일상’이라고 이름 지었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업종을 초월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 부회장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선보인 친환경 솔라셀 리모컨을 올해부터 TV 신제품과 생활가전에도 쓸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아낄 수 있는 건전지 수는 2억 개가량으로 라스베이거스에서 한국까지 이을 수 있는 수량”이라고 했다. 여러 글로벌업체가 솔라셀 리모컨을 도입하면 절감할 수 있는 건전지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밖에도 삼성전자가 제품에서 지속 가능성을 구현한 사례는 다양하다. 그는 “삼성전자는 한 해 5억 개의 다양한 기기를 제조하는데, 모두 반도체가 들어간다”며 “탄소저감 인증을 받은 삼성 메모리반도체 5종은 칩 생산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을 기존 대비 70만 톤 감축했다”고 말했다.
제품 외장재, 포장재 등에 쓰이는 플라스틱도 재활용 소재로 바꾸고 있다. 한 부회장은 “올해 TV 등 디스플레이 기기는 지난해보다 30배 이상 많은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해 제조하기로 했다”며 “2025년까지 모든 모바일·가전제품에 재활용 소재를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는 한 부회장의 기조연설에 대해 ‘파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개별 제품이나 기술이 아니라 회사 비전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기 때문이다. 폼팩터(형태)를 파괴한 프로젝터 등 구체적 제품에 대한 소개는 한 부회장과 호흡을 맞춘 현지 직원들이 담당했다.
전시장 콘셉트도 탄소중립과 친환경
SK그룹에서는 SK(주),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 E&S, SK하이닉스, SK에코플랜트 등 계열사 6곳이 CES 2022에 참여했다. SK 전시관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은 ▲그린 애비뉴 ▲생명의 나무 ▲내일로 가는 발걸음 ▲그린 플레이그라운드 등 4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관람객들이 SK의 탄소감축 노력을 하나의 여정처럼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 부스 주제는 ‘탄소 없는 삶, 그 길을 당신과 함께 걸어갈 동반자 SK’이며 전시관 면적은 920m2. SK가 오랜 시간 조림사업을 해온 충북 인등산이 모티브다. 전시관 전체를 하나의 숲길처럼 꾸몄으며, 중앙에는 대형 나무 모형을 설치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SK의 의지를 드러냈다.
SK그룹은 전시 주제인 ‘동행’의 취지를 살려 관람객이 탄소감축에 참여하고 기여할 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내일로 가는 발걸음’과 ‘그린 플레이그라운드’ 구역에 관람객이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탄소절감 방법을 배우고 체험하는 공간을 마련한 것. 체험을 통해 지급한 ‘그린포인트’는 베트남의 맹그로브숲을 살리는 데 쓰인다. 관람객들은 SK가 투자한 대체 식품 기업의 시식 코너에서 다양한 식품을 맛보기도 했다.
LG전자는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오프라인 전시관을 꾸몄다. 전시관 곳곳에 설치한 뷰포인트에서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인식하면 CES 2022 혁신상 수상작은 물론 과거 CES에서 선보인 초대형 올레드 조형물을 가상 체험할 수 있게 했다. ESG 경영의 일환으로 2000m2 규모의 CES 전시관을 친환경 목재로 꾸민 점이 눈에 띄었다. 대부분 목재가 접착제 없이 나무 찌꺼기를 압착한 OSB 합판이며, 페인트나 니스를 칠하지 않은 미송 합판 등 재활용 제품이다. 전시 종료 후에는 분해해 재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두산중공업은 CES 부스에서 수소 비즈니스 솔루션을 선보였다. 해상풍력터빈에서 생산한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폐자원을 수소화하는 기술도 소개했다. 그린수소는 생산 단계부터 탄소가 배출되지 않아 수소 중에서도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분류된다.
친환경 신기술의 경연장
ESG와 관련한 스타트업 제품과 서비스도 눈길을 끌었다. 최근 세계적으로 ESG 경영 방식을 도입한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관련 투자도 늘고 있는 추세다. 벤처캐피털(VC) 분석업체인 딜룸에 따르면, 2021년 3분기 기준 기후 기술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글로벌 VC의 투자 금액은 323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는 2020년 전체 투자 금액(210억 달러)보다 많다. 지역별 투자 비중을 보면 북미 57%, 유럽 28%, 아시아 14% 등의 순이다.
바이오연료 스타트업 BeFC는 바이오연료전지 기술로 구동하는 능동형 센서 태그를 선보였다. 연료전지를 종이로 만든 것이 눈길을 끄는데 친환경, 탄소저감 취지에 부합하는 기술이다. 웨어러블 기기, 사물인터넷(IoT), 의료기기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이 센서 태그 기술은 CES 2022 혁신상을 받았다.
전기차 충전 솔루션 스타트업 에바는 저렴한 설치 비용에 전력 효율이 높은 전기차 충전기를 소개했다. 에바의 전기차 충전기 ‘스마트 EV 차저’는 한정된 전력 상황에서 여러 대를 한 번에 충전할 수 있는 ‘다이내믹 로드 밸런싱’ 기능을 제공한다. 이 기능으로 관련 설비 구축과 운영 비용을 기존 제품보다 최대 80% 이상 아낄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디지털 헬스업체 비쿨(BCool)은 배터리가 필요 없는 친환경 스마트 온도계를 전시했다. 스마트폰 전용 앱으로 체온 측정 기록을 저장할 수도 있다.
버드버디는 새 모이를 주는 급여기로 CES 2022에서 ▲스마트홈 ▲디지털 이미징과 사진 ▲소프트웨어와 모바일 등 3개 부문 혁신상을 받았다. 새 모이통에 렌즈를 설치해 어떤 새가 왔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시스템으로 1000종 이상의 새를 식별하고, 검색된 새 사진을 사용자의 사진 앱 갤러리에 저장해주기도 한다. 외신들은 이 제품에 대해 “사람과 자연을 연결했다”고 평가했다.
고선은 태양광을 활용해 물을 정화할 수 있는 장치를 내놨다. 야외에서 온수로 샤워도 할 수 있다. 하이드라루프시스템은 물을 재활용하는 가정용 수도 장치를 선보였다. 싱크대와 세탁기 등에 사용한 물을 정수해 화장실 등에서 다시 쓸 수 있게 해준다. 솔라브리즈는 수영장 물에 떠 있는 부유물을 걷어내는 로봇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송형석 한국경제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