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이 줄줄이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선다. 사업 영역 확대에 필요한 실탄을 마련하는 데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증시 호황에 힘입어 두둑한 수익을 내고 있음을 고려하면 손쉽게 유동성을 확보할 전망이다.

호황 누린 증권사…'대규모 실탄' 장전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오는 16일 5년 만기 지속가능채권 1100억원어치를 발행한다. 이 증권사는 지난 4일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진행한 수요예측(사전청약)에서 6200억원의 매수주문을 받으며 투자자 모집에 성공했다. 지속가능채권은 발행 목적이 환경 또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투자로 제한된 채권이다.

NH투자증권을 시작으로 주요 증권사가 잇달아 채권 발행에 나설 예정이다. 삼성증권(2500억원)과 한국투자증권(2000억원)이 이달 말 2000억원 이상을 조달할 계획이다. KB증권도 다음달 2000억원어치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도 사업구조 다각화를 위해 분주히 투자 실탄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사들은 주식 위탁매매 의존도를 줄이고 기업금융과 부동산금융, 대체투자 등을 주력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직접 투자에 나서거나 기업들을 상대로 자금을 빌려주는 일이 늘어나면서 필요한 자금이 지속적으로 불어나고 있다.

이자비용이 저렴한 것도 증권사들이 채권시장을 활발히 드나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시장금리가 떨어지면서 지난해 초 연 2.25%였던 3년 만기 AA-등급 회사채 평균 금리(시가평가 기준)는 이달 5일 연 1.30%까지 내려왔다. 신용도가 높은 대형 증권사는 연 1%대 초반 금리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환경이 유지되고 있다.

증권사들이 최적의 영업환경 아래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음을 고려하면 어려움 없이 채권 발행에 성공할 전망이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지난해 거둔 순이익은 각각 5768억원, 5075억원으로 전년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두 회사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글로벌 증시 호황에 힘입어 주식 위탁매매와 자산관리(WM) 사업 실적이 크게 개선된 가운데 기업금융을 비롯한 다른 사업에서도 고르게 성과를 낸 덕분이다. 증권업계는 올해도 주요 증권사들이 사상 최고 수준의 실적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