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경의 동남아를 걷다] 메콩 신흥 3국에서 피는 꽃
라오스 넷제로 행사에 와 달라는 비엔티안 무역관장의 연락을 받고 망설였다. 1년 반 전 첫 방문에서 별로 달라질 게 없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라오스에서 자동차·유통·금융업을 하는 한국계 기업이 새로 문을 연 5층짜리 한국형 라이프스타일 복합쇼핑몰은 낯익은 한국 프랜차이즈를 찾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고질적인 범람에 시달리던 강변에서는 우리 대외경제협력기금으로 쌓은 둑 덕분에 시민들이 서울의 천변처럼 운동을 즐기고 있었다.

친환경 에너지·제조업 투자 확대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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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캄보디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프놈펜의 신도시는 스카이라인을 새로 그리고 있었다. 이런 나라에서는 10년이 아니라 3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미얀마를 포함한 메콩 신흥 3국은 모두 유엔이 지정한 최빈개도국이다. 흔히 낙후되고 위험할 것이라고 짐작하지만, 비즈니스 협력 행사를 치르며 기업인을 만나보니 기회가 엿보인다.

먼저 탄소중립과 에너지다. 캄보디아에서 전기 오토바이 공장을 운영하는 한국 ㅂ사는 현지 정부로부터 국제온실가스감축사업 승인을 받았다. 파리협정에 따라 기업이 개도국에서 벌인 감축사업을 해당국이 승인하면 그 실적을 본국의 국가 감축목표 달성에 쓸 수 있는데, 우리나라 첫 사례다. 라오스 산업통상부 장관이 참석한 넷제로 파트너십에서는 30여 명의 우리 기업인이 상담을 펼쳐 라오스전력공사와 태양광발전 업무협약을 맺는 등 결실을 보고 있다.

보완적 생산기지로도 매력적인 곳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아직 1000~2000달러대라 인건비 경쟁력이 있다. 대표적 생산허브인 이웃 베트남은 점점 고비용 구조가 되고, 중국 업체의 진출 러시로 인력 구하기가 전보다 어려워진 데다, 첨단산업 육성 정책 속에 노동집약적 산업은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미얀마는 풍부한 노동력에 더해 중국과 인도를 잇는 요충지에 자리해 차세대 생산거점의 기초 조건을 갖췄지만, 국제 제재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그럼에도 70개사 남짓 진출한 한국 봉제기업들은 수출을 늘리고 있고, 현시점 미국 시장에서는 경쟁국보다 관세 우위도 누린다. 올 4월 신정부 출범 이후 인도·중국·러시아와의 교류가 늘면서 이들 자본이 전기차, 태양광, 의약품 분야의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취업 사기 사건으로 떠들썩했던 캄보디아는 대대적인 초국가 범죄 단속에 나섰고, 그로 인해 위축된 비공식 경제의 공백을 신재생에너지·모빌리티·전기·전자 등 고부가가치 제조업 육성으로 극복하려 한다. 또한, 거래 대부분에 달러가 통용돼 자금 운용에 유리하다. 한편, 동남아 유일의 내륙국 라오스는 바다로의 출구를 확보하기 위해 비엔티안과 베트남 중부의 붕앙항을 잇는 철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우리 기업도 참여하고 있다.

한류에 K소비재·프랜차이즈 인기

소비시장도 놓칠 수 없다. 메콩 신흥 3국에 미치는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매우 크나, 이들도 협력국 다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힘쓰고 있다. 특히 소비재는 다른 동남아 국가처럼 한류와 프리미엄 이미지 덕에 한국산 선호도가 높다. 캄보디아 부유층에서는 한국 냉방가전의 인기가 높아 매출이 태국 시장 못지않다고 한다. 게다가 국경 분쟁 이후 태국 제품의 대체 수요도 생기면서 K소비재와 프랜차이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양곤에서 만난 한국 기업인이 “모든 조건이 좋다면 경쟁이 더 치열하고 비용 구조도 금방 나빠진다. 부족함 속에 비즈니스 기회가 있다”고 말해준 게 기억에 남는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있을까. 도전 정신으로 험지 시장을 개척하는 기업인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그 곁에 코트라도 함께 하겠다고 다짐한다.

구본경 KOTRA 동남아대양주지역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