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공화당 대학살'

높은 탑일수록 무너질 때 충격도 크다.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따르는 위험이 그런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3일 이를 입증했다. 미시시피와 알래스카 선거까지 마무리되면 민주당의 상원 의석은 56석까지 늘어날 수 있다. 지금은 하필 민주사회주의자들이 민주당 장악에 나선 시기다. 따라서 선거의 최대 승자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다.

트럼프가 초래한 더 큰 부수적 피해는 누적된 공화당의 성과를 무너뜨린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보수성향 주들의 부흥은 워싱턴과 대조를 이루는 미국의 희소식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애리조나 등에서 새로 확보한 주지사직과 주 의회를 통해 노조 개혁과 세제 개혁, 학교 선택권 확대의 성과를 해체할 것이다.

이런 패배는 민주당 지지층의 투표 참여가 급증한 데다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무당파와 중도 유권자들이 포퓰리즘적 주장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된 결과다. 피해는 각 주의 경계 안에 한정되지만, 해당 지역 포퓰리즘 정책의 승리는 다른 주에서도 모방을 부추길 것이다.

미국에도 손해 끼칠 유럽의 러시아 천연가스 구매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며 최근 내놓은 구상은 거의 2년 동안 정체된 평화 협상 과정에서 나온 최악의 아이디어일 수 있다. 미 행정부 협상단은 유럽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다시 구매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이번 가스 구상이 나쁜 이유는 미국의 경제적 이익에도 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미국은 수년 동안 유럽 우방국이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출 수 있도록 에너지 공급원을 다변화하라고 촉구해왔다. 핵심적인 대체 공급원 가운데 하나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였다. 미국 기업은 더욱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LNG 수출 터미널에 수백억달러를 투자했다. 트럼프의 개입은 미국 기업의 관련 자본을 조달하기 어렵게 할 수 있다.

이는 본질적으로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와 버락 오바마의 ‘러시아 곰 달래기’ 전략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메르켈은 러시아에서 서유럽으로 연결되는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사업을 주도한 인물이다. 크렘린궁 안에서는 이번 일을 두고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고 있을 것이다. ‘도널드 버락 메르켈’이라니.

'제2의 일론 머스크' 돌려보낸 美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선거운동 당시 미국 대학을 졸업하는 모든 외국인에게 자동으로 영주권을 주자고 제안했다. 좋은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 구상은 이제 없던 일이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들이 학위를 들고 고국으로 돌아가도록 강요하려 한다.

미 행정부는 대학이 ‘졸업 후 현장실습(OPT)’ 대상으로 추천하는 외국인 학생 한 명당 7만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제도는 유학생이 졸업 후 최대 1년 동안 미국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기업에 인재를 공급하는 핵심 통로 역할을 한다. 7만달러의 수수료는 이 통로를 막아버릴 것이다.

미국의 위대한 혁신가 가운데 상당수는 처음에 공부하거나 연구하기 위해 미국에 왔다. 일론 머스크를 생각해보라.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조치는 미국 경제 전반의 번영에 해를 끼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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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