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오의 아테네 연설에 담긴 이교도적 국가주의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그리스 아테네 연설에서 고대 아테네의 야망과 경쟁, 열정을 서구 문명의 핵심으로 꼽았다. 그는 유럽이 평등과 안락함을 좇느라 이를 잃었으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은 거리낌 없이 국력을 추구하고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과거 유럽의 그런 열정은 식민주의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불렀다. 유럽연합은 이를 막기 위한 선택이었다. 루비오는 투키디데스의 역사서를 페리클레스 연설까지만 읽은 듯하다. 이후 아테네는 힘의 논리로 멜로스를 굴복시켰지만 법과 정의가 빠진 오만은 무모한 시칠리아 원정과 멸망을 자초했다. 최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무역 갈등 중인 캐나다를 체급 차이로 조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루비오는 겸손을 중요시하는 성경의 미덕을 외면하고 있다. 서구 문명은 ‘아테네’와 ‘예루살렘’의 긴장 속에서 유지된다. 그의 연설은 공화당 내 기독교 우파가 쇠퇴하고 국가적 자기주장을 앞세우는 보수주의가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AI 호황은 어떻게 끝나는가

현재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열풍은 값비싼 엔비디아 칩과 막대한 전력을 쏟아붓는 과거 ‘IBM 메인프레임’ 방식을 닮았다. 하지만 실제 기술 전환은 성능이 10배 좋아지거나 가격이 10분의 1로 떨어지는 ‘10배의 법칙’이 작동할 때 일어난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알리바바 등 중국의 오픈웨이트 모델들은 오픈AI보다 약 90%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미국 AI 연구소들의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 게다가 기기 자체에서 구동돼 AI 토큰 비용이 들지 않는 소규모 언어 모델도 질의응답의 88.7%를 처리할 만큼 똑똑해졌다.

가격이 90% 폭락하면 수요는 900% 폭증해야 현상 유지가 가능하다. 과거 인터넷 수요가 폭발했지만 가격 폭락 탓에 파산한 통신사들처럼, AI 가격 붕괴는 데이터센터 건설 중단과 채무불이행을 촉발할 수 있다. 신약 개발 등 고난도 작업에 데이터센터가 필요하겠지만 일상적 AI 작업은 개인 기기로 이동할 것이다. 변화는 서서히 다가오다가 한순간에 폭발한다.

민주당은 스스로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과거 당 원로들이 검증된 인물을 대선 후보로 뽑던 밀실 정치 시대가 그립다. 역설적으로 최근 두 민주당 대선 후보는 트럼프를 막으려는 기득권의 밀실 야합이 낳은 산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을 완전히 장악하고 마가(MAGA)가 진정한 대중 운동으로 결집한 건 그의 집권기가 아니라 정적들이 권력을 잡은 공백기였다. 언론과 안보기관의 유착, 정보기관의 국내 정치 개입, 무리한 기소, 인지 능력이 저하된 현직 대통령을 재추대하려던 음모 등 기득권의 비정상적 행태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도왔다. 대중 영합적 경선 제도가 정당 기능을 약화하고 양당의 극단적 활동가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지난달 출간된 고(故) 바니 프랭크 전 미국 하원의원의 유작은 트럼프를 만든 책임을 좌파에 묻는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유권자들은 민주당에 투표하면 대다수가 동의하지 않는 당내 극소수가 정책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진보주의자이던 그가 지목한 폐해를 다음달 의회 권력을 쥐게 될지도 모를 민주당이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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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