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된 미국 중간선거가 ‘블루 웨이브’를 넘어 ‘블루 쓰나미’로 끝났다. 민주당은 워터게이트 사건(1972년) 이후 반세기 만에 가장 큰 격차라는 역사적 대승을 거뒀다.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전에 직접 뛰었음에도 참패를 면치 못했다.

2년 전 대선 때 트럼프를 지지한 유권자 중 15%포인트 정도가 민주당으로 넘어갔다. 청년층의 변심은 두려울 정도다. 2년 전 대선 때 38%에 불과하던 18~29세 유권자의 민주당 지지율이 70%로 수직 상승했다.

민주당이 앞세운 선거구호 ‘어포더빌리티’(생활비 부담 완화)가 먹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통신·방송사 공동 유권자조사에서 10명 중 9명(89%)이 ‘생활비’를 투표 결정의 중요 요인으로 꼽았다. “높은 생활비가 가장 큰 패배 원인”(정부 투명성 태스크포스위원장)이라는 진단이 공화당 내에서도 나온다. 이란전쟁 여파로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약 3.8L)당 4.29달러로 1년 전(3.06달러)보다 40%나 치솟았다. 식료품비, 주거비, 의료비도 급등해 가계 살림살이를 압박 중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직전 워싱턴DC 리플렉팅풀 앞에서 마지막 유세를 하면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전략을 재탕했다. 베네수엘라와 이란의 자유화 진전을 과시하는 등 거대 담론도 앞세웠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3.4%(연율)까지 치솟고 설비투자와 일자리 증가세가 뚜렷해지는 등 경제지표가 호전된 것을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권자는 이념적 구호나 GDP·증시 등 거시지표보다 감당하기 힘든 물가·유가·임금을 추궁하며 집권세력을 심판했다. ‘이런 월급으로는 미래가 없다’며 유럽 청년들이 정치판을 뒤엎을 기세로 거리로 뛰쳐나온 것과 일맥상통한다.

조작기소 특검법을 강행하고, 노조·청년·지방을 우군화하기 위한 편향적인 경제정책으로 내달리는 여당이 간과해선 안 될 교훈이다. 기업·가계에 희망을 주는 정책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내부 권력 다툼에 한창인 야당에 던지는 메시지도 묵직하다. 민심을 외면하는 정치가 설 자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