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100년 뒤 손주 세대는 하루 3시간, 1주일에 15시간만 일해도 충분한 시대가 올 것’으로 내다봤다. 기술 발전에 따른 노동 효율화로 시간이 남아돈 나머지 “버터 위에 빵을 얇게 펴 바르듯 남아 있는 일을 가능한 한 나누려고 애쓸 것”이라고 했다. 그 100년 뒤가 2030년, 약 4년 앞으로 다가왔다. 인공지능(AI)은 노동을 넘어 종교, 창조 등 인간의 모든 지적 활동을 대체하고 있다. AI 시대 시간과 인간의 의미를 두고 종교인, 소설가, 사회학자가 머리를 맞댔다.
소설가 최진영 "기술 가속 시대…실패할 기회 보장해야"
소설가 최진영(사진)은 5일 ‘글로벌인재포럼 2026’에서 ‘기술의 시대, 인간의 시간을 재설계하다’를 주제로 한 세션에서 “2023년 AI가 극도로 발전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단편소설 ‘인간의 쓸모’를 쓰면서 AI와 달리 인간에게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기에 시간이라는 개념을 발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의 성공이 아니라 실패에 주목했다. ‘죽음이 사라진 시대’를 상상하며 장편소설을 쓰고 있다는 그는 죽음이라는 한계가 삶의 가치를 탐구하게 했듯이 실패가 인간의 고유성을 만든다고 봤다. 인간다움을 정의하는 데 필요한 다섯 가지 단어로 ‘잘못과 실수, 후회와 반성, 망각’을 꼽았다. 그는 “소설을 쓸 때 키보드 자판에서 가장 자주 누르는 키가 백스페이스”라며 “단번에 완성된 문장을 내놓는 AI와 달리 문장을 계속 지우고 고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패란 새로움의 다른 이름”이라며 “문장을 고치는 과정에서 이야기는 처음 구상한 것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설명했다.

‘실패할 기회’를 보장해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술 변화의 결과가 매우 편향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청년들에게는 실수할 기회가 상실되고 있다”며 “AI가 저숙련 근로자를 대체하면서 젊은 사람은 일할 기회를 잃고, 중장년은 이후 세대에게 노하우를 물려줄 기회를 빼앗기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의 가속이 오히려 시간의 기근을 낳는 현상도 짚었다. 노 교수는 “기술 발전으로 업무가 늘다 보니 노동 강도는 더 세지고,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을 따라잡느라 시간이 부족해지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토론자들은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일은 AI에 맡길 수 없는 인간만의 과제이자 성취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대한불교조계종 반야선원의 보만 스님은 “기술은 우리에게 도구를 줄 뿐, 삶의 의미와 행복까지 선물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AI의 명확한 한계는 정답은 주되 목표와 방향은 묻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요즘 사람들이 AI에 상담을 많이 받지만, 불안을 나누고 인생을 함께 탐구할 ‘인간 멘토’는 대체할 수 없다”고 했다.

구은서/최한종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