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6’에서 윤정구 이화여대 경영학과 명예교수(왼쪽부터)와 정정선 한국IBM 인사총괄 상무, 이재원 현대오토에버 경영지원실장이 화상으로 함께한 니나 요르덴 영국 케임브리지대 베넷공공정책스쿨 교수와 ‘AI를 더 신뢰하는 시대, 리더의 역할’을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이솔 기자
5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6’에서 윤정구 이화여대 경영학과 명예교수(왼쪽부터)와 정정선 한국IBM 인사총괄 상무, 이재원 현대오토에버 경영지원실장이 화상으로 함께한 니나 요르덴 영국 케임브리지대 베넷공공정책스쿨 교수와 ‘AI를 더 신뢰하는 시대, 리더의 역할’을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이솔 기자
“인공지능(AI)이 신입의 일은 대신해줘도 미래 리더를 키워주지는 않습니다.”

니나 요르덴 영국 케임브리지대 베넷공공정책스쿨 교수는 5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폐막한 ‘글로벌인재포럼 2026’(한국경제신문사·교육부·한국직업능력연구원 공동 주최)에서 “기업이 AI를 활용해 업무를 효율화하는 과정에서 미래 세대가 시행착오를 거쳐 성장할 기회까지 줄어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맹성현 KAIST 명예교수 겸 효성그룹 AI융합연구원장은 “AI가 즉답을 내놓는 시대에 학생은 문제와 씨름하며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을 잃어버리고 있다”며 “지식의 희소성이 떨어진 시대에 대학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지식 전수 기관에서 벗어나 ‘경험의 장’으로 변신해야 한다”고 했다.

라파엘 레이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총장은 “AI 에이전트가 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직관과 판단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글과 카카오 등에서 인사관리(HR)를 담당한 황성현 가천대 스타트업칼리지 교수는 “인간은 ‘문제 해결자’에서 AI에 맡길 가치 있는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는 ‘문제 창조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환 신한금융지주 AX디지털파트장은 “일뿐 아니라 판단할 기회를 배분하는 것도 AI 시대 리더의 중요한 덕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 도입만으로 경쟁력 확보 못해…리더 가치 판단력이 성과 갈라
AI, 의사결정 참여 늘어날수록…덜 검증하고 책임 소재 흐려져

니나 요르덴 영국 케임브리지대 베넷공공정책스쿨 교수는 인공지능(AI)을 도입하는 것만으로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지는 않는다며 “기술이 누구에게 어떤 가치를 창출할지 이해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AI를 실제 업무 개선과 성과로 연결하는 리더의 판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AI 도입 효과 측정 어려워”

요르덴 교수는 5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6’에 참여해 “리더는 자기 조직을 진단하고, 어디에서 가치가 창출되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AI를 더 신뢰하는 시대, 리더의 역할’ 세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AI 활용이 늘수록 인간 리더의 역할이 커진다고 역설했다.

요르덴 교수가 소개한 생산성 연구는 미국, 영국, 독일, 호주 기업을 대상으로 했다. AI가 널리 쓰이지만 기업이 체감하는 생산성 효과는 아직 크지 않다는 게 연구의 핵심 결과다. 그는 컨설팅·법무 등 전문서비스 기업 조사에서도 AI가 할 수 있는 일과 실제 맡길 수 있는 일 사이에 간극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술적 복잡성과 데이터 품질 문제, 예산 부족 등이 맞물려 AI 활용 효과가 기업 전체로 확산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기업들이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설문에서 기업들은 비용 절감과 매출 증대를 AI 도입의 주요 목적으로 제시했다. 정작 과거 주요 기술 도입 프로젝트에서는 이런 성과를 제대로 측정하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 요르덴 교수는 “기업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AI 같은 기술로 얻은 재무적 성과를 측정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AI 기술이 빠르게 범용화되는 만큼 도입만으로 경쟁우위를 차지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기술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조직의 어떤 업무를 개선해 누구에게 가치를 제공할지 판단하는 일이 리더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 리더 역할은 판단과 책임

정정선 한국IBM 인사총괄 상무는 AI를 더 신뢰하면서 검증은 줄어드는 ‘AI 신뢰의 역설’을 경계했다. 그는 “AI가 더 빠르게 자연스러운 답을 줄수록 우리는 덜 질문하고 덜 검증하게 된다”며 “AI가 의사결정에 더 많이 개입할수록 정작 책임 소재가 흐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AI가 정확한 분석을 내놓더라도 조직이 잘못된 결정을 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AI가 업무 맥락과 조직 상황까지 온전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을 이유로 제시했다. 정 상무는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패턴을 찾지만 조직의 의사결정은 패턴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며 “리더는 그 안에 어떤 맥락이 있는지 파악해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더를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정 상무는 “이제는 더 좋은 질문을 던지고 팀원들이 판단 기준을 세우도록 돕는 사람이 좋은 리더”라며 “가장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가장 좋은 사고를 끌어내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원 현대오토에버 경영지원실장은 리더가 잘못된 목표를 제시하면 AI 활용이 늘어도 업무는 개선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상사가 ‘AI 활용률을 30%까지 높이라’고 지시하면 직원들은 불필요한 회의록 요약까지 AI에 맡겨 수치만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AI 활용이 증가할수록 리더와 직원을 연결하는 중간관리자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중간관리자라는 직책을 없애더라도 그 기능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다”며 구성원의 사정을 이해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AI가 답을 내는 시대에도 무엇을 질문할지 결정하고, 결정에 책임을 지며 그 결과를 사람들과 함께 감당하는 것은 인간 리더의 몫”이라고 했다.

고재연/양지윤/이미경/한명현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