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 SK SUPEX AI위원회 부사장이 5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6’에서 발표하고 있다. 이솔 기자
김지현 SK SUPEX AI위원회 부사장이 5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6’에서 발표하고 있다. 이솔 기자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기업의 업무 생산성은 높아지지만 소수의 직원에게 일이 집중되는 ‘일의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AI를 잘 활용하는 직원에게 업무가 쏠리면서 신입 직원의 성장 기회가 줄고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도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지현 SK SUPEX AI위원회 부사장은 5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6'의 '센스메이킹을 통한 AI발 인력 재배치' 세션에서 "일 잘하는 소수에게는 일이 더 몰리고 주니어와 신입사원들은 시행착오와 경험을 할 수 있는 배움의 기회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자신의 업무 경험을 사례로 들었다. 과거 연구원 4명이 약 10주에 걸쳐 작성하던 보고서를 올해부터는 AI를 활용해 혼자 한 달 만에 완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연구원 8명이 연간 10건 작성하던 보고서도 올해는 10월까지 혼자 10건을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여러 AI 서비스를 활용한다고 소개했다. 퍼플렉시티로 시장 동향과 관련 자료를 조사하고 챗GPT로 데이터를 분석한 뒤 제미나이와 클로드 등을 활용해 결과물의 오류와 논리적 허점을 점검하는 방식이다. 과거 여러 연구원이 역할을 나눠 수행하던 업무를 AI의 도움으로 혼자 처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변화가 반드시 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김 부사장은
"모든 권한과 문서 관련 히스토리를 저만 알고 있다"며 "제가 다른 곳으로 스카우트되면 회사 입장에서는 업무에 공백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I가 업무 속도를 높이면서 오히려 직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과거에는 동료들과 업무를 나눠 처리하는 과정에서 검토하고 생각할 시간이 있었지만, AI는 즉각적으로 결과물을 내놓기 때문에 끊임없이 추가 작업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김 부사장은 이 과정에서 과로에 따른 번아웃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AI에 대한 의존이 이용자의 확증편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5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6’에서 발표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규창 한양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천장현 머서코리아 컨설팅 대표, 김지현 SK SUPEX AI위원회 부사장. 이솔 기자
5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6’에서 발표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규창 한양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천장현 머서코리아 컨설팅 대표, 김지현 SK SUPEX AI위원회 부사장. 이솔 기자
김 부사장은 AI가 단순한 업무 보조 도구를 넘어 실제 업무를 대신하는 'AI 에이전트'로 발전하면서 기업의 인력 운영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기존 생성형 AI가 개별 업무의 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면 AI 에이전트는 하나의 업무 전체를 수행해 직원은 물론 팀과 부서의 역할까지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의 보고 체계와 회의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가 보고서 작성과 자료 분석에 걸리는 시간을 대폭 단축하더라도 기존의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가 유지되면 생산성 향상 효과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에이전트로 회사의 속도가 빨라졌는데 여전히 기존의 보고 체계와 조직 문화 때문에 병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천장현 머서코리아 컨설팅 대표는 AI 도입 과정에서 중간관리자들이 특히 큰 불안을 느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영진은 AI를 통한 생산성 향상을 요구하고 실무진은 AI로 업무를 처리하는 가운데 중간관리자는 관련 지식이 부족하면 양쪽의 요구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천 대표는 "불안은 정보 부족이 아니라 해석의 공백에서 자란다"며 직원들이 AI 자체보다 AI가 자신의 직무와 경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어 불안해한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AI 도입 목적과 업무 재편 방향을 구성원들에게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특히 중간관리자가 업무 전문성을 갖춘 만큼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잠재력도 크다고 평가했다. 천 대표는 "중간관리자에게 AI에 대한 무장을 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이들을 대상으로 AI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다빈/안시욱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