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3년 10월 16일 아일랜드의 수학자 윌리엄 로언 해밀턴은 더블린의 브룸 브리지를 걷고 있었다. 그는 3차원 공간의 회전을 설명하려면 4차원의 수학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수년간에 걸친 고민 끝에 그가 고안한 '사원수'는 훗날 로봇과 컴퓨터 그래픽, 우주선 기술에 활용되는 수학적 도구가 됐다.
수학자이자 과학 작가인 로빈 애리언호드는 신간 <벡터>에서 현대 과학의 혁명 뒤에 숨겨진 수학의 역사를 따라간다. 저자는 뉴턴의 고전역학부터 맥스웰의 전자기학,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이르기까지 물리학의 발전에는 세계를 표현하는 수학적 언어의 혁신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핵심은 '벡터'와 '텐서'다. 단순한 숫자와 달리 벡터는 크기와 방향을 동시에 나타낸다. 물체가 얼마나 빠르게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수학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뜻이다. 텐서는 여기서 더 나아가 여러 차원에 걸친 정보를 다룬다. 저자는 이 개념들이 우주의 움직임과 자연법칙을 이해하는 토대가 됐다고 설명한다.
새로운 수학적 개념이 쉽게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다. 19세기 말에는 사원수와 벡터 해석을 둘러싸고 수학자들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사원수의 옹호자 피터 테이트는 조시아 윌러드 기브스의 벡터 해석을 비난했다. 책은 이들의 논쟁이 과학 학술지 네이처로 번졌다고 소개한다.
벡터와 텐서의 활용 범위는 현대에 들어 더 넓어졌다. 저자는 검색엔진에서 문서의 키워드뿐 아니라 발행일과 저자 등의 정보를 다루는 일, 뇌파와 심전도 신호를 분석하는 일에도 텐서가 활용된다고 설명한다. 인공지능도 이런 수학적 도구를 토대로 발전했다.
책은 5000년에 걸쳐 인류가 세계를 이해하는 수학적 언어를 어떻게 만들어왔는지 살핀다. 저자는 오늘날 당연하게 사용하는 수학적 개념들이 수많은 학자의 발견과 논쟁을 거쳐 탄생했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