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 검사장/사진=연합뉴스
정유미 검사장/사진=연합뉴스
검찰(현 공소청)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항의했다가 고등검찰청 검사로 강등돼 법무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1심에서 승소한 정유미 검사장이 항소심 첫 공판에서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 실무 현장은 난장판"이라고 밝혔다.

정 검사장은 5일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권순형) 심리로 열린 인사명령 처분취소 소송 항소심 공판에서 "국가는 국민이 지치게 하면 안 된다"며 법무부와 끝까지 싸우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정 검사장은 이날 변론에서 "최근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며 현실성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초등학생도 아는 삼권분립에 대해 일부 국회의원이 삼권분립 위에 대통령이 있고, 헌법 어디에도 사법부의 독립이 없다는 말을 너무 당당히 한다"고 말했다.

이어 "거대한 혼란 속에 나의 소송은 사소할 수 있다"면서도 "끝까지 가려는 이유는 법률가로서 포기할 수 없는 원리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법무부 측은 이날 "연구위원으로서 부적절한 글을 게시해 대검찰청 검사급으로 보직을 유지해줄 수 없었다"며 "(대전고검 검사로) 발령되자마자 검찰 수뇌부를 향해 정보통신망법 위반 소지가 다분한 모욕적인 글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 검사장은 법무부의 인사 처분을 '반칙'에 비유하며 맞섰다. 정 검사장은 "실무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계혁에 성공할 수 없다는 글을 썼다"며 "지금 현실을 보면 내가 당시 제기한 우려 중에 틀린 게 하나도 없다"고 했다. 법무부가 자신이 쓴 글 중 일부를 문제 삼아 강등을 정당화했다는 취지다.

정 검사장은 국가기관이 권력을 남용하면 안 된다고도 했다. 정 검사장은 "법무부는 신분상 불이익 대신 경고가 맞다고 인정하고 사과했어야 한다"며 "법무부가 나를 비롯한 동료들에게 내린 인사 처분은 희망과 기대를 갖지 못하게 사람을 지치게 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측은 여러 차례 정 검사장의 발언이 재판과 관련 없는 내용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정 검사장의 발언을 제지하지 않았다.

정 검사장은 작년 11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비판하는 글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렸다. 법무부는 그해 12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던 정 검사를 대전고검 검사로 발령했다. 이에 정 검사장은 인사 처분이 강등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법무부의 인사 처분이 법적으로 '강등'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인사권 남용이라고 판단해 정 검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법무부가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이날 항소심 절차를 마무리하고 다음달 3일 오후 2시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임민규 기자 jessim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