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틴 채 'path 1(길), Oil on canvas, 2015. 팔라스 파트너스 제공
더스틴 채 'path 1(길), Oil on canvas, 2015. 팔라스 파트너스 제공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법률가다. 동시에 화가다. 캔버스 앞에 앉을 때면 더스틴 채(Dustin Chae)라는 이름을 쓴다. 평생 법과 논리로 세상을 이해하려 애썼던 법조인의 정체성을 벗어나 색채와 점·선·면의 조형언어로 존재를 탐색하는 것이다. 그렇게 10년 넘게 그리며 질문을 던졌다. “나는 누구인가? 또 무엇인가?”

서울 성수동 팔라스 파트너스에서 다음 달 11일 개최하는 더스틴 채의 개인전 ‘WHO AM I?’는 그 오랜 질문의 흔적을 펼쳐보는 자리다. 지난 10여년 간 그린 회화 가운데 고른 55여 점을 선보인다.

기하학적 추상회화부터 풍경화, 스스로를 응시한 자화상까지 소재와 표현 방식이 다채롭다. 특정 양식에 머무르기보다 여러 회화적 실험을 통해 구축한 나름의 세계관을 살펴볼 수 있는 셈이다.

작품을 관통하는 화두는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 물음이다. 더스틴 채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사라지는 세상 속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는다. 불교의 무상(無常), 인연법(因緣法)에 기반한 사유가 엿보인다.

전시 대표작인 ‘Path 1(길)’에서 이런 세계관이 펼쳐진다. 짙은 푸른색 바탕 위에 붉고 노란 원과 삼각형, 사각형 등 크고 작은 도형이 화면을 채운다. 겹치고 맞물리거나, 때론 일정한 간격을 두고 흩어진 도형들은 독립적이면서도 하나의 화면을 이룬다.

더스틴 채는 그림을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삶을 성찰하는 수단이라 말한다. 그는 작가노트에서 “텅 빈 허공의 캔버스에 한 점, 한 점 정성껏 집중하여 그림을 그리고 또 그려본다”며 “그 과정에서 생명과 자유의 소중함을 더욱 간절하게 깨닫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림 작업은 너무나 고마운 반려자이자 끊임없는 배움과 깨달음의 소중한 인생 여정”이라며 “제 부끄러운 그림들을 기꺼이 마주 대해 주시는 모든 분에게 공감과 행복의 시간이 되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전시는 12월1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