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나 작가가 4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6'에서 발표하고 있다. 문경덕 기자
김하나 작가가 4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6'에서 발표하고 있다. 문경덕 기자
여름방학을 앞둔 고등학교 교실이었다. 창밖으로 부산 해운대 바다가 보이던 그곳에서 문학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책 읽기를 권했다. 심심한 날엔 고전문학을 읽어보라는 얘기였다. 두꺼운 책이라 베고 자기도 좋으니, 졸다가 깨다가 한두 쪽씩 읽어보라고 했다. 부드러운 권유였다.

김하나 작가는 4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6’ 세션에서 이와 같은 30년 전 고등학교 시절 일화를 꺼냈다. 그는 그날 이후부터 독서가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 쌓인 시간은 그가 2024년 고전 읽기에 관해 쓴 책 <금빛 종소리>로 이어졌다. 이 책은 그날 선생님의 말씀을 담고 있다.

김 작가는 책을 선생님에게 보내며 손 편지를 함께 보냈다. 선생님의 말씀이 학생들 안에서 무언가를 키워냈더라도 이를 확인하기란 쉽지 않을 테니, 그것을 보여주는 증거 격이다. 한참 뒤 학교의 표식이 찍힌 흰 봉투가 집에 도착했다. 선생님은 “이제는 건물에 가려 교실에서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김 작가는 “이 편지를 읽고 울었다”고 했다.

김 작가가 ‘EVERYTHING AI, 지속가능을 위한 길’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인재포럼 세션에서 이 사연을 꺼낸 것은 우연한 대화, 독서처럼 당장 결과를 예측하거나 효용을 계산하기 어려운 경험이 삶에 무엇을 남기는지 전하기 위해서다.

그는 “선생님의 말씀은 민들레 홀씨처럼 내 안에 남아 인생 속에서 거대한 나무처럼 자라났다”고 말했다.
4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6'에서 이고운 크래프톤 PUBG 프랜차이즈 전략팀 매니저가 발표하고 있다. 문경덕 기자
4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6'에서 이고운 크래프톤 PUBG 프랜차이즈 전략팀 매니저가 발표하고 있다. 문경덕 기자
‘지시하는 인간, 수행하는 AI: 자아 상실의 시대’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특별 세션에선 AI 시대 게임 경험에 관한 분석도 나왔다. 이고운 크래프톤 PUBG 프랜차이즈 전략팀 매니저는 게임에서 벌어지는 자동화의 역설을 짚었다.

게임은 이용자가 기꺼이 장애물을 넘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그런데 이용자는 그 과정을 매크로 프로그램에 맡기고, 게임회사도 자동전투와 같은 기능을 도입하고 있다.

그런데 그는 이처럼 자동화가 보편화한 상황에서도 절대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 매니저는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부정 프로그램을 예로 들었다.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이 프로그램을 만났을 때 이용자가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불만을 넘어 ‘모욕감’에 가깝다고 했다. 게임 경험의 본질을 해치기 때문이다.

손화철 한동대 글로벌리더십학부 교수는 AI에 ‘NO(아니요)’라고 말할 가능성도 사회적으로 열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가 특정 기업이 판매하는 상품이자 서비스라는 사실을 청중에게 환기시켰다.

그는 “AI를 부정하라는 것이 아니다”며 “무조건 예스라고 말하는 것을 경계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