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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대신 AI에 연애 상담…"AI 시대, 사회성 정의부터 달라져야" [글로벌인재포럼 2026]
4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6’ 기조세션 연사로 참여한 박주연 덕성여대 교양대 교수는 “AI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기조세션에서는 ‘사회성과 공동체의 미래’라는 주제로 정도영 KAIST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교수를 비롯해 정혜인 플리마인드 대표, 박주연 교수, 이일청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 대외협력 총괄이 대담을 나눴다.
연사들은 AI가 인간의 일상과 업무에 깊숙이 들어오면서 정서적 교류까지 대신하기 시작했지만 인간관계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AI의 등장은 인간의 소통 방식부터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친구나 가족, 멘토에게 털어놓던 고민을 이제는 AI와 상의하는 일이 늘고 있다. AI는 상대방의 반응을 걱정하거나 거절당할 위험을 감수할 필요 없이 언제든 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챗봇과 일주일에 세 차례 챗봇과 대화하도록 했더니 우울과 불안 수준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외로움은 감소했다”며 “자신의 감정과 고민을 챗봇에 많이 털어놓을수록 외로움이 감소하는 결과가 관찰됐다”고 말했다.
박 교수도 중국에서 비슷한 실험 결과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중국 랴오닝사범대 등 공동 연구진이 올해 발표한 연구에서는 참가자 134명에게 세 사람이 공을 주고받는 게임을 하도록 했다. 대신 일부 참가자에게는 의도적으로 공을 거의 전달하지 않는 등 사회적 배제를 경험하게 했다.
그 결과 소외된 참가자들은 그렇지 않은 참가자보다 AI 챗봇과 대화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박 교수는 “AI가 인간관계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정서적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AI와의 정서적 교류가 늘어날수록 현실의 인간관계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AI가 외로움을 줄여주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인간관계를 아예 대신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인간관계에서 겪는 불편함과 갈등은 사회성을 발달시키는 중요한 과정이지만 AI는 대체로 이용자의 요구에 긍정적인 답변만을 제공한다”며 “이런 소통 방식에 익숙해질수록 현실에서 타인과 관계를 맺는 경험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사들이 AI 시대에 오히려 인간 고유의 사회성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본 이유다. 지식 습득과 정보 처리 등 인지적 업무를 AI가 지원하는 만큼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며 다른 사람과의 갈등을 해결하는 비인지 역량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기업들이 인재를 채용할 때는 비인지 능력을 충분히 평가하지 않다가 조직 내 갈등이 발생하고 나서야 그에 따른 비용을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고 짚었다.
다만 AI의 확산을 인간관계의 위기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 교수는 AI를 인간관계의 대체재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소통을 돕는 매개체로 활용할 수 있다고 봤다.
학교와 직장에서는 이런 변화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앞으로 AI 에이전트가 조직의 구성원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개인은 동료와 의견을 조율하는 동시에 AI에 어떤 정보를 제공하고 어느 수준까지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할지 판단해야 한다.
AI의 답변을 검증하고 사람과 AI의 역할을 조정하는 능력도 새로운 협업 역량으로 떠오를 수 있다. 다만 최종적인 판단과 윤리적 책임은 인간에게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게 연사들의 공통된 견해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