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전작권 전환, 서두를 일 아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안보를 스스로 책임지는 자주적 역량을 갖추는 것이 국가의 기본 책임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안보의 실효성은 정치적 명분이나 수사가 아니라 냉혹한 전략적 현실 위에서 검증된다.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가장 본질적인 질문은 하나다.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한반도의 전략적 안정성과 연합 방위 태세가 흔들림 없이 유지될 수 있는가?

전략적 안정성은 위기 시 국가 간 상호 선제 타격 유인을 차단하고, 불신으로 인한 군비 경쟁의 악순환을 통제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제2차 타격(보복) 능력에 기반한 핵전력의 생존성, 양자 간 위기 소통 채널, 군비 통제의 투명성이 담보하는 견고한 ‘구조적 억제력’을 토대로 성립한다. 그러나 최근 미·중 전략경쟁 가열, 북핵 고도화, 전통적 군비통제 체제의 해체, 인공지능(AI)과 드론 등 신개념 안보 기술의 급부상은 전략적 안정성을 흔들며 오판에 따른 우발적 분쟁 가능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 같은 한반도 안보환경에서는 전면전 억지에 국한하지 않고 국지 도발 및 우발적 충돌까지 포괄하는 연합 지휘통제와 위기관리 역량의 확보가 시급하다. 미국의 확장억제가 전면전을 막는 핵심 축임은 분명하나, 국지적 위기 상황까지 완벽하게 통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작권 전환은 다음의 세 가지 원칙하에 추진돼야 한다.

첫째, 정치적 일정에 쫓긴 조급한 전환을 경계해야 한다. 전작권 전환은 단기 정치적 성과를 위해 속도를 낼 사안이 아니다. 한국군의 지휘통제(C4I), 정보·감시·정찰(ISR), 합동작전 능력과 미래연합사의 지휘 역량이 검증되지 않은 채 전환을 서두르면 권한과 능력 사이 틈새가 벌어지게 된다. 이는 위기 시 의사결정의 혼선과 북한의 오판 가능성을 키운다. 본질은 전환 시점 그 자체가 아니라 객관적 조건이 충족됐는지다.

둘째, 성급한 전환에 따른 안보적 위험 못지않게 전환을 기약 없이 미루는 데 따르는 전략적 손실 또한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준비가 부족한 전환이 연합작전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것처럼, 기약 없이 전환을 미루는 것도 한국군의 주도적 작전 역량의 발전을 지연시키고 책임과 권한의 불일치를 지속시킬 수 있다. 즉 전작권 전환을 주권 회복과 동맹 약화라는 이분법으로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 핵심은 한국군의 주도적 작전 수행 능력을 강화하면서 미국의 확장억제와 연합 방위 태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있다.

셋째, 실전적이고 객관적인 검증 체계를 확립하는 동시에 전략 변수까지 선제 조율해야 한다. 한·미는 한국군의 핵심 역량, 미래연합사의 지휘통제, 미 증원 전력 전개 및 연합 위기대응 능력 등을 실전 훈련과 객관적 평가로 입증해야 한다. 주관성을 배제하고 정량·정성 데이터에 기반한 공동 검증 메커니즘을 구축해 미흡한 부분은 구체적인 이행 로드맵을 통해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나아가 미·중 갈등 심화에 따른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요구와 한국군의 한반도 작전임무 간 충돌 가능성을 고려해 대만해협 유사시 미군과 한국군의 역할을 정리하는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동맹의 억제력을 담보하되, 한국이 의도치 않게 지역 분쟁에 연루되지 않도록 작전적 한계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요약하자면 전작권 전환은 정치적 속도전이 아니라 연합전력을 주도할 실효적 역량의 입증으로 담보돼야 한다. 상호 합의된 조건의 충족, 철저한 실전 검증 그리고 다각적인 전략적 대비가 한반도의 전략적 안정성을 수호하고 진정한 안보 자강을 실현하는 핵심 요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