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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유럽 시위와 한국의 미래
中에 밀려 유럽 제조업 약화
韓도 기업 혁신·성장 유도해야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韓도 기업 혁신·성장 유도해야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복지는 성장하는 경제 위에서 지속될 수 있다. 성장과 세수 기반이 약해지는데 기존 지출 약속은 유지되면 증세와 부채 확대는 필연이다. 프랑스의 긴축 반대 시위는 국민이 기대하는 공공서비스와 정부의 재정 능력 사이에 벌어진 균열을 보여준다. 복지 위기는 지출 규모만의 현상적 문제가 아니다. 과거부터 그 약속을 지킬 산업과 생산성이 충분히 자라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를 방기한 탓이다. 이민 역시 부족한 인구를 숫자로 채우는 정책이어서는 안 된다. 노동력 도입에는 언어 교육과 숙련도 향상, 주거와 지역사회 정착이 뒤따라야 한다. 이민자를 경제적 불만의 희생양으로 삼아서도 안 되지만, 통합 비용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산업정책이 없다면 이민정책도 저임금 인력을 보충하는 데 머물기 쉽다. 사람을 받아들이는 정책과 사람의 생산성을 높이고 사회에 동화하는 정책이 함께 가야 한다.
높은 에너지 비용도 어려움을 증폭시킨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25년 유럽연합(EU) 에너지 집약산업의 전기요금은 평균적으로 미국의 두 배 수준이었다. 비싼 전기는 기업의 투자 여력과 가계의 구매력을 동시에 깎는다. 탄소중립은 필요하지만, 막무가내로 올린 배출권 가격에 따른 비용 증가는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미 산업은 떠나고 각종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는 사라지고 있다.
그 틈을 중국이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전기자동차의 가격 경쟁은 유럽 완성차업체를 압박하고, 배터리와 태양광에서도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업체의 EU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2025년 전체의 절반을 넘었고 2023년에 비하면 거의 두 배가 됐다. 같은 해 EU의 역외 태양광 패널 수입액 가운데 중국 비중은 98.6%였다. 친환경 시장은 확대되는데 중국산에 완전히 잠식된 유럽의 현실은 대한민국 미래에 보내는 엄중한 경고다. 중국의 막대한 보조금과 저임금 경쟁력을 이길 EU 내 제조업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값싼 수입품은 소비자 권익과 에너지 전환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구매 가격만으로 국가경제의 손익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생산 기반이 무너지면 숙련 인력과 협력업체, 연구개발 생태계가 약해지고 성장과 일자리가 사라진다. 제조업 생산 능력을 키우는 산업정책이 부재하면 전환 비용은 그 나라가 부담하고 산업 과실은 해외 기업이 가져갈 수 있다.
이를 방지하려면 정부 정책에 생산성 향상과 기술 개발, 민간 투자 등의 조건을 붙여 국내 산업 혁신과 성장을 유도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역할을 잘 분담하고 자본 효율을 강조하는 배분이 이뤄져야 한다. AI를 적극 활용해 제조 효율과 공급망, 기술 축적의 격차를 더 벌려야 한다.
대한민국의 선택은 분명하다. 우선 복지에는 성장을 기반으로 한 지속 가능한 재원이 확보돼야 한다. 이민에는 통합의 책임을, 에너지에는 안정성과 비용 경쟁력을 결합해야 한다. 그리고 제조업 생산성 향상과 수출 경쟁력 강화를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산업정책을 수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