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서민대출을 받아주겠다며 저신용자 수천 명에게 접근해 약 50억원의 불법 수수료를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금융회사 문턱을 넘기 어려운 저신용자의 절박한 사정을 악용한 범죄가 확산하는 움직임이다. 금융 취약계층의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정책서민금융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벼룩의 간’까지…수수료 50억 챙겨

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관악경찰서는 대부업법 위반 등 혐의로 불법사금융업체 대표와 법률사무소 본부장 등 53명을 지난달 22일 송치했다. 이들은 2024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3481명에게 466억원의 대출을 중개하고 수수료 명목으로 49억7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대출금의 10~15%를 떼간 것으로, 1000만원을 빌리면 100만~150만원을 수수료로 내야 하는 구조였다.
서민 대출 받아준다며 50억 뜯어간 일당
주요 중개 대상은 햇살론, 사잇돌 등 서민금융상품과 신용보증재단 등의 정책자금이었다. 피해자는 대학생과 사회초년생부터 중장년 자영업자까지 다양했다. 대출금은 주로 1000만원 미만 등 소액이었다.

일당은 텔레그램으로 확보한 대출 희망자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금융회사 관계자인 것처럼 접근했다. 연체 이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금융 규제가 완화돼 정부 지원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속였다. 이후 개인정보를 넘겨받아 대출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여러 금융기관에서 대출받도록 유도했다. 대출이 실행되면 수수료를 챙겼다.

대부업법상 차주에게 중개수수료를 요구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은 대출이 실행되면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이 불법인지 몰라 피해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당은 대출이 어려운 고객의 개인회생·파산 사건까지 돈벌이로 삼았다. 대출이 불가능한 고객 76명을 법률사무소 두 곳에 연결해주고 알선 대가로 7875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범죄수익금 중 4억3000만원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을 신청했다.

◇ 서민 노리는 대출 브로커

이번에 적발된 일당 대부분은 동종 전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유사 범죄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5월 인천경찰청은 저축은행 고객 22만여 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해 불법 대부 중개에 활용한 전·현직 저축은행 직원과 콜센터 운영 일당 등 12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피해자 58명에게 접근해 자신들을 통해서만 햇살론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속여 1억원 상당의 수수료를 챙겼다.

불법 브로커들은 제도권 금융의 높은 문턱과 정보 격차의 틈새를 파고든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은 대출모집인 중심의 영업이 활발하기 때문에 금융 지식이 부족한 저신용자로서는 정상적인 모집인과 불법 브로커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서민금융상품은 대출모집인 취급 대상이 아니다. 모집인은 소속 금융기관의 대출 상품만 영업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신용자도 은행 창구에 가면 주눅이 드는데, 저신용자들은 오죽하겠느냐”며 “이런 사람들을 불법 브로커들이 노린다”고 설명했다. 특히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 대출심사에서 거절당하거나 소득 증빙에 어려움을 겪으면 ‘대출을 받아주겠다’는 브로커의 제안에 쉽게 현혹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기관 역시 대출 신청자의 정보로 정상적인 심사가 이뤄져 브로커 개입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브로커가 신청자만 창구에 보낸 뒤 문자메시지로 답변을 알려주는 방식이 동원되기 때문이다.

정책서민금융의 접근성을 높이고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서민금융상품은 ‘서민금융 잇다’ 앱이나 전국 54곳의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보증 대출은 해당 금융회사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최영총/우연수 기자 young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