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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월세 내느니 차라리"…4050 큰손 제친 2030 '생존 매수'
2030 '생존 매수'…경매시장 큰손 됐다
올해 부동산 경매 매수 비중 41%…4050 첫 추월
전·월세 임대료 치솟자 '마지막 주거 사다리'로 몰려
올해 부동산 경매 매수 비중 41%…4050 첫 추월
전·월세 임대료 치솟자 '마지막 주거 사다리'로 몰려
2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9월 임의경매를 통해 서울 집합건물(아파트 빌라 오피스텔 등)을 매수한 1490명 중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34.9%(520명)로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30대 구입 비율은 10년 전만 해도 23.4%로 40대(28.6%)와 50대(27.0%)에 이어 세 번째였는데 올해는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20대(6.5%)를 합한 2030 매수 비중은 41.4%로 처음 40%를 넘었다. 2030 매수자는 617명으로 4050 매수자(616명)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지난해까지 부동산 경매 시장은 4050 중심으로 움직였다. 넉넉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자산 증식과 은퇴 준비에 본격 나서는 연령대여서다. 지난해 1~9월 서울 집합건물 경매 물건을 매수한 40대와 50대는 923명으로 전체 낙찰자의 52.3%였다. 2030 매입자(539명)의 1.7배다.
1년 만에 경매시장이 청년층 중심으로 재편된 것은 주택시장 불안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월세난이 심해지고 임차료가 상승하자 2030을 중심으로 ‘차라리 매수하겠다’는 수요가 확산하고 있다는 얘기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택 매매와 전·월세 가격이 상승하는 ‘트리플 강세’에 위기의식을 가장 크게 느끼는 세대는 20대와 30대일 수밖에 없다”며 “각종 규제로 매매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청년층이 ‘마지막 주거 사다리’로 경매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매가 내집 마련 현실적 수단" … 주거용 공매도 4명 중 1명 2030
시세보다 싸고 갭투자도 가능…무리해서라도 경·공매 뛰어들어
전세난과 월세 상승이 겹치자 20대와 30대가 부동산 경·공매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부동산 규제와 대출 한도 제한으로 손발이 묶인 것도 청년층이 경·공매로 눈을 돌린 배경으로 꼽힌다. 시세보다 싼 부동산 경·공매가 2030세대의 ‘마지막 주거 사다리’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공매 핵심으로 떠오른 2030
2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9월 임의경매로 서울 집합건물(아파트·빌라·오피스텔 등)을 매수한 1490명 중 617명은 20대와 30대(41.4%)였다. 3분기 누적 기준 20·30대 매수 비중이 전체의 40%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매 시장에서도 20·30대 비중이 급증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온비드 연령별 회원 낙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3분기까지 주거용 건물 공매 매수인 중 20·30대 비중은 24.8%였다. 공매 매수인 네 명 중 한 명은 2030세대란 의미다.
2020년만 해도 공매 매수인 중 20·30대 비율은 13.1%였다. 이 비율은 2022년 17.7%로 뛰었고 올해 급등했다. 올 들어 9월까지 20대와 30대가 공매로 낙찰받은 부동산 물건은 400건으로, 2021년 같은 기간(219건)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반면 부동산 공매 시장을 움직여온 40대와 50대의 매수 비중은 줄었다. 2020년 30.9%이던 40대 비중은 지난 3분기 24.9%로 떨어졌다. 50대 비중도 같은 기간 31.3%에서 30.3%로 낮아졌다.
청년들이 부동산 경·공매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것은 자금 사정과 각종 부동산 규제 때문이다. 경매로 주택을 사면 토지거래허가제 등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지 않는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가 가능하다. 일반 매매 시장의 까다로운 진입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과 경기 15개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살 때 자금조달계획서와 증빙자료 제출 의무가 있지만 경매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전·월세 물건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청년이 주택 경매로 돌아선 측면도 크다고 분석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들어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8.91%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2.31%)의 세 배를 웃돈다. 경기권에서는 수원 영통구(17.47%) 안양 동안구(16.9%), 서울에서는 성북구(16.56%) 서대문구(14.07%) 등 상대적으로 저가 주택이 많은 지역이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전용면적 33㎡ 이하 연립·다세대 원룸의 평균 월세(보증금 1000만원 기준)는 71만원으로 8월보다 5.2% 올랐다. 지난 3월 기록한 올해 최고치와 같은 수준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지금 사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일종의 ‘FOMO(소외 공포)’가 심해진 데다 생애 최초 매수자에게 적용되는 담보인정비율(LTV) 70% 혜택 등이 20·30대의 매수세를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청년층 주거 선택지 넓혀야”
시장에선 젊은 층 사이에서 경·공매 열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닥치고 공급’을 강조하고 있지만 3기 신도시 등 신규 택지와 도심 공공개발로 주택을 공급하더라도 실제 아파트 분양과 입주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경·공매 시장이 각종 리스크에 노출되기 쉬운 만큼 청년층의 주거 선택지 확대를 위해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공매 시장에선 복잡한 권리관계, 명도 문제, 감정가가 거래가보다 높아지는 문제 등이 발생하기 쉽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택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수요 억제 중심의 규제로 대응해 청년층이 리스크가 큰 경·공매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며 “청년층의 주거 선택지를 넓혀줄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수현/이유정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