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성장펀드 규모를 150조원에서 200조원으로 늘려놓고도 국회에는 150조원 기준으로 투자계획을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구체적인 투자계획이 확정되기도 전에 국회가 예산부터 심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예산정책처가 지난달 30일 공개한 ‘2027년도 정무위원회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올 7월 국민성장펀드의 5년간 투자 규모를 150조원에서 200조원으로 확대하고 연간 투자액도 30조원에서 40조원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투자계획은 올해와 같은 30조원이다. 직접투자 3조원, 간접투자 7조원, 인프라 투융자 10조원, 저리대출 10조원 등 세부 배분도 달라지지 않았다. 내년도 첨단전략산업기금채권의 국가보증 발행 한도는 15조원에서 18조원으로 늘렸지만 투자계획에는 확대 방침을 반영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은 확대된 규모에 맞춘 세부 운용계획을 다음달 중순 확정하겠다고 예산정책처에 설명했다. 국회의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인 다음달 2일보다 늦은 시점이다. 예산정책처는 “2027년 국민성장펀드 운용의 기초적인 계획이 국회 예산안 심사를 거치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출자금 1조원에 대한 국회 심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수정된 투자계획을 조속히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과 평가 기준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직접투자와 대출 등 지원 방식이 다른 사업을 모두 ‘투자 승인액’만으로 평가하고 있다. 예산정책처는 실제 자금 집행이나 첨단산업 육성 효과가 평가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펀드 규모를 확대하고도 내년도 투자 승인 목표를 올해와 같은 30조원으로 유지한 데 대해선 “성과 관리 자체가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자금이 대기업과 수도권에 집중된 점도 문제로 꼽혔다. 지난 9월 말 기준 저리대출 승인액 6조8605억원 중 대기업이 85.9%를 차지한 데 비해 중소기업은 2.3%에 그쳤다. 지역별 투자 승인액의 55.3%도 수도권에 집중됐다. 예산정책처는 “저리대출 재원은 자금 확보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집중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운용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