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과태료 역대 최대 규모
KB 1723억, 하나 925억 부과
과징금 줄었지만 법적 공방 예고
금융위원회가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7개 은행과 6개 증권사에 총 3700억원 규모 제재안을 확정했다. 2023년 대규모 손실 사태가 불거진 지 약 3년 만이다. 금융위 역대 최대 과징금이지만, 당초 금융감독원이 제출한 제재안보다는 낮은 수준에서 최종 결정됐다. 1조원 이상의 자율배상금을 지급하고도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받은 은행들은 행정소송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진통 끝에 최종 과징금 결정
금융위는 4일 정례회의에서 국민·신한·하나·농협·SC제일·우리·수협은행 등 7개 은행에 과징금 3619억6000만원과 과태료 17억7800만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과징금은 국민은행이 172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하나(925억원), 농협(402억원), 신한(387억원), SC제일(179억원), 우리(3억원) 순이었다. 수협은행에는 과징금 없이 과태료 4200만원만 부과됐다.
금융위는 수익률 모의실험 결과 등 중요 투자위험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거나 투자자 재산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금융위는 “일부 은행은 손익구조를 단순화해 설명하는 데 그쳤고, 기초자산의 가격변동성 등에 따른 위험에 대한 설명을 누락했다”며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행위에 법과 원칙에 따른 엄중한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KB·신한·NH·한국·삼성 등 6개 증권사에도 설명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과징금 92억8200만원과 과태료 16억1200만원을 부과했다.
과징금 확정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있었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약 2조원의 과징금을 사전통지하고 올해 2월 제재심의위원회를 거쳐 1조4000억원 수준의 제재안을 금융위에 제출했다. 하지만 금융위가 5월 사실관계와 법리 보완을 요구하면서 금감원은 6월 과징금을 약 6000억원으로 재산정했다. 금융위는 이후 여러 차례 심의를 거쳐 최종 과징금을 확정했다.
◇법적 분쟁 가능성
제재 논의 과정에서는 불완전판매의 법적 책임 범위와 제재의 비례성이 주요 쟁점으로 거론됐다. 특히 금소법 시행 초기 계도기간의 판매분을 어떻게 반영할지, 동일 의무 위반에 대해 과징금과 과태료를 중복 부과할 수 있는지 등이 논의됐다.
잇따른 은행 승소 판결도 고려됐다. 지난 1월 법원은 국민은행 관련 소송에서 홍콩 H지수의 과거 변동 추이와 모의실험 결과 등을 고객에게 제공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8월에는 투자자의 금융권 근무 경력과 위험 이해도 등을 고려해 농협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은행권에서는 예상보다 과징금 규모가 작게 확정된 데 안도하면서도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은행권 관계자는 “1조3000억원대의 자율배상을 진행한 만큼 피해 구제 노력이 과징금 산정에 더 충분히 반영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최종 의결 내용을 검토한 뒤 행정소송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받은 국민은행은 이사회 논의를 거쳐 대응 방향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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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기자로 첫 발을 딛은 후 증권, IB, 사회(법조)를 거쳐 2025년부터 금융 분야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