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바젤에 있는 론자 본사. 연합뉴스
스위스 바젤에 있는 론자 본사. 연합뉴스
바이오의약품 수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스위스 론자가 수천억원을 들여 미국 내 CDMO 생산시설을 대거 인수한다. 론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CDMO 글로벌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기업이다.

론자가 독일 머크(Merck KGaA)의 미국 내 CDMO 생산 시설을 인수한다고 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인수 대상은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바이오접합체), 위스콘신주 매디슨(고활성 페이로드·링커)과 베로나(고활성 페이로드·링커),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바이러스 벡터),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지질나노입자 등) 등 5곳에 있는 독일 머크의 바이오의약품 개발·생산 시설이다. 이들 시설에서 일하는 직원 1100명의 고용도 승계한다.

이번 인수를 통해 론자의 미국 내 CDMO 생산시설은 기존 4곳에서 9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미국 직원 수도 기존 약 5000명에서 6000여명으로 늘어난다. 인수를 완료하면 미국 내 직원 수만 해도 삼성바이오로직스(지난 2분기 기준 5573명)보다 많아진다. 론자는 "이번 거래로 미국에서 개발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역량을 확충함으로써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인수 금액에 대해서는 "1억~5억스위스프랑(CHF) 정도의 가격에 인수한다"고만 밝히고 정확한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1억CHF는 약 1600억원으로, 최대 8000억원 정도에 인수한다는 얘기다. 론자는 "인수 자금은 론자가 보유한 현금과 기존 신용공여 한도를 활용해 조달할 예정"이라며 "거래 종결은 2027년 중반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볼프강 비난트 론자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바이오접합체와 바이러스 벡터에 대한 바이오기업의 수요가 높은 상황"이라며 "이번에 인수하는 시설은 고객사의 혁신적인 신약 개발부터 제품 출시, 상업 생산과 공급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지원하는 론자의 역량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카이 베크만 독일 머크 경영이사회 의장 겸 그룹 CEO는 "머크의 CDMO 사업부 직원은 전문성과 헌신을 바탕으로 탄탄한 사업 기반을 구축해 왔다"며 "론자는 이 기반을 더욱 발전시키고 해당 사업이 다음 성장 단계로 도약하도록 이끌 수 있는 기업"이라고 했다.

론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2028년 연간 약 2억5000만CHF(약 4102억원)의 추가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론자는 "인수 사업의 매출이 2030년대 중반까지 최대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며 "수익성도 당시 론자 그룹 전체의 마진 수준에 이를 전망"이라고 했다.

인수 대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올해 실적 목표치를 하향 조정하지는 않았다. 업계에서는 내년 실적부터 인수 대금 지급의 영향이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