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열린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전략 국민보고회. /연합뉴스
지난달 7일 열린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전략 국민보고회. /연합뉴스
한국형 녹색대전환(K-GX)이 본격화하면서 핵심광물 공급망의 인권·환경 위험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설비가 늘어날수록 광물 수요가 증가하고, 광물의 채굴·정제·가공 과정에서 노동권 침해와 환경오염, 지역사회 갈등이 발생할 위험도 커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0월 7일 K-GX 전략을 발표하고 태양광·풍력, 전기차 등 4대 분야 10대 시그니처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전기차 한 대에는 내연기관차보다 약 6배, 육상풍력 설비에는 같은 규모의 가스발전 설비보다 약 9배 많은 광물이 필요하다. 한국은 정부가 지정한 핵심광물 33종의 상당 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녹색전환이 확대될수록 해외 광산과 제련소에서 발생하는 위험이 국내 제조업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커진다.

◇탈화석의 다음 병목은 광물

한국형 녹색대전환 시대…'핵심광물' 공급망 리스크 관리 시급
핵심광물은 산업 전반에 걸쳐 사용된다. 리튬·니켈·코발트·흑연은 배터리, 네오디뮴·디스프로슘 등 희토류는 전기차 모터와 풍력터빈의 영구자석에 투입된다. 구리와 알루미늄은 송·배전망, 갈륨과 인듐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활용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보고서에서 각국의 발표 정책을 반영한 시나리오상 핵심 에너지 광물 수요가 2040년까지 거의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핵심광물 33종 수입량은 1470만t, 수입액은 약 357억달러(약 48조원)였다. 2020~2024년 수입량 증가율은 인듐(연평균 28%), 탄탈륨(17%), 리튬(14%) 순으로 높았다. 수요 확대에 대응하려면 광산 투자와 장기구매계약뿐 아니라 재활용 원료 확보, 대체소재 개발도 병행해야 한다.

한국의 취약점은 광산뿐 아니라 정·제련에도 있다. 광물 공급망은 채굴·선광의 상류, 정·제련·소재 가공의 중류, 부품·완제품 제조의 하류로 구분된다. 한국은 하류 제조 경쟁력이 높지만 상류와 일부 중류 공정의 해외 의존도가 크다. 2024년 수입량 기준 핵심광물 33종 중 17종은 최대 수입국의 비중이 50%를 넘었다. 흑연·갈륨·인듐은 중국, 니오븀은 브라질, 니켈은 뉴칼레도니아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두드러진다.

IEA는 2035년 중국 외 지역의 자석용 희토류 채굴 능력이 약 5만t에 이를 수 있지만 금속·합금·자석 생산능력은 희토류 함량 기준 약 1만8000t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광산을 여러 나라에서 확보하더라도 후속 가공공정이 특정 국가에 집중되면 공급망 위험은 해소되지 않는다. 여러 원산지의 광물이 섞이는 정·제련 단계에서는 개별 광산의 인권·환경 문제를 추적하기도 어렵다. 2025년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이후 일부 자동차업체가 영구자석 부족으로 생산 차질을 겪은 것도 가공 단계에 집중된 공급망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광물과 함께 들어오는 인권·환경 위험

‘핵심광물’이 산업적 중요성과 공급망 위험을 기준으로 구분되는 개념이라면 ‘전환광물’은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등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광물을 가리킨다. 전환광물의 수요가 늘면서 채굴·가공 과정의 인권·환경 문제도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위험은 콩고민주공화국 코발트 광산의 아동노동과 강제퇴거, 인도네시아 니켈 광산의 산림 훼손과 오염, 남미 리튬 염호의 물 사용을 둘러싼 갈등이다. 미얀마·중국 접경 지역에서도 희토류 채굴로 토양·수질 오염과 분쟁 위험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토착민의 자유롭고 사전적이며 충분한 정보에 기반한 동의(FPIC)를 받지 않은 개발은 토지 분쟁과 생계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노동자뿐 아니라 지역주민, 여성, 아동, 인권옹호자 등 영향을 받는 사람을 파악하는 일이 공급망 실사의 출발점이다.

완제품 제조사도 예외가 아니다. 국제앰네스티는 2024년 전기차 제조사 13곳의 광물 공급망 인권 실사 관련 정책과 공시 수준을 평가했다. 최고점은 90점 만점에 51점을 받았다. 협력사 행동규범을 마련하는 것과 실제 광산을 식별하고 피해를 구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EFRAG)이 2026년 분석한 유럽 기업의 지속가능성 보고서 905건에서도 인권정책 공시 비율은 89%, 협력사 선정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을 활용한다는 비율은 81%였다. 그러나 정책 공시만으로 현장의 실사와 시정 조치가 이뤄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인권 리스크는 곧 공급 리스크

BHRRC의 2026년 전환광물 추적기에 따르면 2025년 인권침해 관련 의혹은 329건이었다. 기존 추적 광산에서 제기된 의혹은 전년보다 73% 늘었고 인권·환경옹호자에 대한 공격도 42건 보고됐다. 지역사회 반발은 소송과 조업 중단으로 번져 광물 수급 자체를 흔들 수 있다. 책임 있는 광물 조달은 인권·환경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는 과제가 됐다.

한국 기업이 확인할 것은 세 가지다. 광물이 어느 국가에서 왔는지를 넘어 어떤 광산과 제련소를 거쳤는지, 생산 과정에서 누구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는지, 문제가 확인되면 누가 예방·시정과 피해 구제를 책임질 것인지다. 구매·법무·ESG 부서는 장기계약과 투자 조건에 노동안전, 환경보호, 정보공개 및 고충처리 절차를 반영해야 한다. 위험지역에서 무조건 거래를 끊기보다 개선을 요구하고 이행 여부를 검증하는 접근도 필요하다.

한국형 녹색대전환 시대…'핵심광물' 공급망 리스크 관리 시급
한국은 광물 수입국인 동시에 배터리·자동차·반도체 수출국이다. 구매력과 기술력을 활용해 책임 있는 조달을 확산할 여지가 크다. 광물의 출처와 생산 과정을 확인하는 일은 윤리적 선택을 넘어 한국 제조업의 공급 안정성을 지키는 조건이 됐다.

이연우 법무법인 태평양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