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삼성물산 주주들이 제일모직과의 합병으로 손해를 봤다며 삼성물산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합병의 위법성, 그리고 당시 이사들의 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30부(부장판사 김석범)는 29일 심모씨 등 옛 삼성물산 주주들이 삼성물산과 이 회장, 옛 삼성물산 이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소송비용도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했다.

주주들은 2015년 제일모직이 옛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하는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가치가 부당하게 낮게 평가됐다며 2020년 2월 소송을 냈다. 이 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을 1 대 0.3500885로 정해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당시 옛 삼성물산 주주는 보유 주식 1주당 합병법인 주식 약 0.35주를 받았다.

재판부는 합병에 사업상 목적이 있었다고 봤다. 경영 안정화와 자산가치 제고, 재무구조 개선, 성장동력 확보 등을 고려한 만큼 합병 목적이 오로지 이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합병비율도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자본시장법령에 따라 주식가치를 기준으로 외부 전문평가기관의 평가를 거쳐 비율을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주가를 의도적으로 조작했거나 법령상 금지행위가 개입됐다는 특별한 정황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봤다. 자산 규모, 자산가치 등 다른 지표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사들이 충분한 검토 없이 합병을 승인해 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위반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사들이 회사의 재정 상황과 경영상 어려움, 합병 시점과 비율의 적절성, 예상 이익 등을 검토했다고 판단했다. 회사의 경영상 이익을 위해 합병을 승인했으며, 그 과정에서 이해 상충이나 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두 회사 주주들이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다는 주장에는 주주평등원칙을 서로 다른 회사의 주주 사이까지 확대 적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사들의 위법 행위가 인정되지 않는 만큼 이에 가담했다는 전제로 제기된 삼성물산과 이 회장의 공동불법행위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민사소송 1심 판결은 소 제기 약 6년8개월 만에 나왔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