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애플은 혁신의 이면까지 책임질 준비가 됐나
2024년 2월 29일, 오스트리아 조명·센서 기업 AMS오스람 주가가 하루 만에 38.5% 폭락했다. 애플워치에 들어가는 마이크로LED를 개발하고 있었는데, 애플이 프로젝트를 돌연 취소한다고 통보해서다. 이미 AMS오스람은 13억유로(약 1조9000억원)를 들여 말레이시아에 생산 공장을 건설한 상황이었다. 그 여파로 AMS오스람은 5억7600만유로의 손해를 봤다. 직원 420여 명은 회사를 떠나야 했다.

애플 공급사가 되는 건 전 세계 기업에 꿈 같은 일이다. 연간 2억4780만 대, 하루 68만 대 팔리는 아이폰 제조에 뛰어들 기회다. 왕라이춘 럭스셰어정밀 창업자는 폭스콘 여공으로 일하다가 회사를 창업해 아이폰 조립 사업을 따냈다. 그 결과 매출 66조원 기업을 키워낸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동시에 애플 공급망 생태계에 편입하면 협상력을 완전히 잃는 건 감수해야 한다. 애플이 2013년 사파이어 유리 공급업체 GT어드밴스트테크놀로지(GTAT)와 체결한 계약이 본보기다. 계약에는 ‘GTAT는 수요 예측의 범위에서 애플 구매 주문을 수락하고 기한에 맞춰 이행해야 한다’는 조항과 ‘애플은 정식 구매주문을 발행한 제품 외에는 구매 의무가 없다’는 조항이 같이 들어 있었다. 협력업체는 애플 수요에 맞춰 생산 물량을 준비해야 하지만, 애플이 그 물량을 전부 살 의무는 없다는 뜻이다.

GTAT는 원래 사파이어 유리 제조장비를 판매하는 회사였다. 애플의 구애로 사파이어 유리를 직접 생산하는 회사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듬해 GTAT는 양산 실패와 자금난으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사파이어 유리 생산량과 품질이 애플 요구에 못 미쳐서다. 여기에 애플과의 계약에 담긴 조항이 발목을 잡았다. 애플 경쟁사에 사파이어 유리와 제조장비를 팔면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애플 외 판로를 막아놓은 것이다.

애플 창업자 스티븐 잡스는 “실패하지 않고 원하는 것을 이루기는 어렵다”고 했다. ‘혁신의 상징’ 애플도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탄생했다. 글로벌 기업이 된 뒤로는 공급업체의 자본과 인력, 기술이 함께 투입된 결과다.

최근 애플이 출시한 폴더블폰 아이폰 듀오도 마찬가지다. 아이폰 듀오 디스플레이에 균열이 생기는 ‘크랙 게이트’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경첩(힌지)을 공급하는 한국 기업 파인엠텍이 “당사에서 공급하는 부품의 품질 결함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지만, 이 회사 주가는 지난 26일 하루 만에 15.6% 추락했다. 아직 공식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는 애플이 이 사태의 책임을 직접 지는 것이야말로 혁신과 그 이면을 함께 감당하는 빅테크의 자세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