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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정치에 흔들리는 정책, 혼란은 국민 몫
잇따라 '전면 번복'되는 주요 정책
일관성 잃으면 정부 '신뢰'도 흔들
남정민 경제부 기자
일관성 잃으면 정부 '신뢰'도 흔들
남정민 경제부 기자
최근 관가에서 자주 들리는 자조다. 정부가 완강하게 밀어붙이던 정책들이 정치권의 논의를 거치면 갑자기 ‘180도’ 뒤집히는 사례가 잇따르면서다.
정책은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면서 다듬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공무원들의 한숨이 부쩍 늘어난 것은 최근의 정책 변경이 미세조정 수준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기존 방침을 전면 수정하거나 보류한 정책을 갑자기 추진하는 등 정부의 공식 발표가 무색하도록 정책 방향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있다. 정책의 방향성이 번복된다는 건 정책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그 혼란과 비용은 정책 수요자인 국민이 오롯이 지게 된다.
대표적 사례가 기초연금 개편이다. 정부가 고소득 고령자를 수급 기준에서 단계적으로 제외하는 개편 방향을 공개한 지 한 달 반 만에 백지화했다. 보건복지부는 수급 기준을 고령자의 70%에서 기준 중위소득의 일정 비율 이하로 바꾸는 정부안을 마련하고 발표 직전까지 갔지만, 고령층 표심을 의식한 정치적 판단으로 제동이 걸렸다. 한국의 통상 지형을 바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도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일 연내 가입 신청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지만, 26일 농어민과의 대화에서는 “국가 전체를 위해서는 안 할 수 없다”며 “추진하게 된다면 어떤 보완 조치를 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1월 시행될 예정이던 가상자산 과세도 다시 흔들리고 있다.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도입하려다가 과세 인프라 부족과 투자자 보호 장치 미비 등을 이유로 시행 시점을 세 차례 미룬 제도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후보자 시절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 기본원칙에 따라 2027년부터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못 박았다. 국세청도 지난 7월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시행 준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여당 내부에서 유예론이 확산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과세 체계 정비가 먼저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청년 표심을 의식한 조치라는 걸 여당도 부인하지 않았다. 결국 이 부총리가 지난 22일 국정감사에서 “업계와 국회의 의견을 모아 숙고해 판단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정부가 발표한 정책을 바탕으로 기업은 투자계획을 세우고, 국민은 생애계획을 짠다. 정책의 일관성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계속해서 흔들린다면 계획 수립은 무의미해진다. 정책이 예측 가능성을 잃는 순간 정치에 대한 신뢰도 함께 무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