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DSR은 관대한데 대출 문턱은 높은 나라
“우리나라처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관대한 나라를 본 적이 없습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2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역대 정부가 DSR을 늘렸다 줄였다 하다 보니 통제가 안 될 정도로 가계부채가 늘어났다”며 이렇게 말했다. 과거 정부가 DSR을 도입해 놓고도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해 가계부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 원장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 2018년 도입된 DSR은 개인의 연간 소득에서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은행권에서는 원칙적으로 이 비율이 4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리라’는 취지다.

DSR 규제는 빈틈이 적지 않다. 전세자금대출 등 일부 대출은 DSR 산정에서 제외되거나 예외를 인정받는다. 지난해 10월에서야 1주택자의 수도권·규제지역 전세대출에 한해 이자 상환액만 DSR에 반영하도록 했을 뿐이다. 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대출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신규 취급액 중 DSR 예외 비중은 70.5%로 추산됐다.

하지만 정작 대출을 받으려 은행 문을 두드리는 금융소비자에게는 이 원장 발언이 의아하게 들릴 법하다. 최근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줄고 신용대출 문턱은 높아졌다. 은행들은 대출 모집을 중단하거나 한도를 축소하기도 했다. 정부가 은행권의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면서다. 소득이 충분하고 기존 빚이 적더라도 돈을 빌리기 어려운 상황이 되풀이되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개인의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에는 빈틈이 남아 있고, 대출 공급을 억제하는 규제는 강하게 작동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개별 차주가 원리금을 감당할 수 있더라도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면 금융시스템 전체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금융당국이 대출 증가 속도를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총량 규제에 의존할수록 금융회사는 개별 차주의 위험을 평가하기보다 당국이 정한 대출 증가 목표를 맞추는 데 집중한다.

이 원장 말대로 한국 DSR이 관대하다면 허점을 바로잡아야 한다. 동시에 총량 규제가 불가피하다면 언제까지 어떤 기준으로 운용할지도 분명히 정해야 한다. 갚을 능력이 있는 사람까지 대출받기 어려운 현실을 가계부채 관리라는 명분만으로 정당화할 수는 없다. 유동수 정무위원장은 같은 날 국감에서 “이런 식으로 관리하면 금융산업 발전이 어려울 것 같다”며 “다양한 정량적 지표로 관리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물었다. 금융당국이 답을 내놓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