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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 미학은 도자기에서도 살아 숨쉬죠, 흙과 불로 빚어낸 걸작 속에서요"
오광수 이랜드문화재단 이사 인터뷰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거친
한국미술 비평·행정 전문가
80년대부터 피카소 국내 대중에 알려
예술성·실용성 갖춘 도예 작업에 관심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거친
한국미술 비평·행정 전문가
80년대부터 피카소 국내 대중에 알려
예술성·실용성 갖춘 도예 작업에 관심
그러나 피카소의 예술성은 특정 경향으로 설명할 순 없다. 스스로 “나는 12살에 이미 라파엘로처럼 그렸다”고 할 만큼 어린 시절부터 회화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그는 전통 구상회화부터 대상을 해체하고 변형하는 추상적 묘사까지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판화, 조각, 콜라주 등 평생 다양한 매체를 자유자재로 다뤘다.
그런 피카소가 화가로서 괄목할 성취를 이룬 말년에 새롭게 빠져든 세계가 있으니 바로 도예다. 최근 서울 마곡동에서 만난 오광수(88) 이랜드문화재단 이사는 “그의 예술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영역 가운데 하나가 바로 도자”라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오 이사는 “피카소의 도예는 그가 가장 자유롭게 자신을 드러냈던 시절의 작업이면서 일반 대중이 현대미술에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준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캔버스에서 조형의 혁신을 보여줬던 피카소가 불에 흙을 굽고 빚으며 예술과 일상의 경계까지 허물었다는 것이다.
오 이사는 “피카소와 도예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직접 프랑스에 다녀오기도 했다”며 “해외 거장의 작품을 접할 기회가 지금처럼 많지 않던 1980년대 열린 도예전은 피카소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접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고 말했다.
피카소의 수많은 작업 중에서도 오 이사가 도예에 주목한 건 피카소의 상상력이 도자를 통해 입체적으로 구현됐기 때문이다. 평범한 접시가 사람의 얼굴처럼 바뀌거나 아예 도자기 자체가 유쾌한 형태를 갖는 등 그릇이라는 본래 쓰임새에 얽매이지 않고 모습을 자유롭게 변주한 것이다.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는 그의 회화와 달리 피카소의 도조(陶彫·도자 예술)는 대중성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 도예 작업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다. 그는 “사람들은 미술관에서 예술작품을 마주할 때 긴장하거나 어렵게 느끼기도 하지만, 도자기는 일상에서 스스럼없이 사용하는 물건”이라며 “과거에도 훌륭한 도자기가 예술작품으로 인정되긴 했지만, 피카소는 그 개념을 확장해 현대미술과 일반 대중 사이의 거리를 좁혔다”고 했다. 미술의 심미적 가치만 주목받고 생활적 기능이 거세된 시대에서 소박한 예술을 통해 미술의 역할을 넓혔다는 뜻이다.
피카소의 도예작품은 2023년 ‘이건희 컬렉션’의 일환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소개돼 주목받았다. 이후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경남도립미술관을 거쳐 최근까지 전북도립미술관에서 대중과 만났다.
오는 12월 중순부터는 강원도 고성에 문을 여는 그랜드 켄싱턴 설악비치에서도 이랜드뮤지엄이 수집한 11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오 이사는 “피카소가 직접 형태를 빚은 작품, 도공의 도자기에 그림을 그린 작품을 함께 살펴보면 좋겠다”며 “세계적인 예술가가 만든 작품의 바탕에 일상이 있었다는 점에서 친근하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