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자 정재승의 서재 한편에 비치된 생전 아인슈타인의 사진  ⓒarte, photo by 문덕관
뇌과학자 정재승의 서재 한편에 비치된 생전 아인슈타인의 사진 ⓒarte, photo by 문덕관
인공지능(AI) 시대에 어떤 삶을 살도록 아이를 교육해야 할까. 남편보다 나를 더 잘 위로해 주는 챗GPT에 사랑의 감정을 느끼면 안 될까. AI 시대에 인간 예술가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뇌과학자 정재승 KAIST 교수가 이런 질문들 담은 신간 <서늘한 대화>를 펴냈다. AI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인간을 자리에서 밀어내고 있는 지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묻는 책이다. 학자와 예술가, 기업가, 학부모 등과 나눈 대화를 기반으로 교육과 노동, 사랑, 예술 등 전방위적인 변화 속 앞으로의 삶을 탐구한다.

제목에 ‘서늘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덴 변화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이 반영됐다. 그는 ‘서늘함’이 ‘두려움에 얼어붙지도, 낙관에 취하지도 않은 채 아직 바꿀 수 있는 미래를 바라보는 마음의 온도’라고 정의한다.

그러면서 AI가 가져올 변화를 막연히 두려워하거나 편리함에 기대 받아들이기만 하는 태도를 경계한다. 어떤 미래가 올지 예측하는 데 머물지 않고 어떤 미래를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AI가 쓴 미래의 초안을 인간답게 고쳐나가는 것’이다.

저자는 학부모에게 모든 일에 시큰둥하다는 아이에게 ‘요즘 흥미가 생기는 게 좀 있니’라고 물으라고 말했다. 대답하지 않으면 뭐라고 물어야 하냐는 질문에 그는 “그 질문이 또다른 시험이 아니라는 점을 믿을 때까지”라고 답했다. 교육이 지켜야 할 것은 ‘알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더 오래 빛나는 아이의 눈빛’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AI 시대에 인간만의 예술은 무엇인가…정재승 <서늘한 대화>
저자는 책과 음악, 미술, 연극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예술 애호가로도 유명하다. 책에는 그의 서재에서 본지 기자와 나눈 대화도 소개돼 있다. 그는 집에 걸린 작품을 주기적으로 교체하는데,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무엇인지 기자가 묻자 ‘동시대성’이라고 답했다.

“우리 시대의 음악과 발견, 예술과 비극이 제 안으로 들어와 제 생각과 선택을 조금이라도 바꾸는 과정을 경험하고 싶습니다.”

동시대에 대한 저자의 시각은 AI 문제와도 연결된다. 그는 한 잡지에 실린 배우 정호연 인터뷰를 소개한다. 영어 연기에 도전하며 억양을 걱정한 그에게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냥 당신의 호흡대로 해요. 당신 억양으로 말하라고요.” 이 인터뷰에서 정호연은 “완벽한 일은 AI에 맡기고, 우리는 충실히 인간이 돼야죠”라고 했다.

저자는 “AI와 동시대를 산다는 것은, 기계를 흉내 내지 않고, 기계가 수집할 수는 있어도 대신 살아낼 수는 없는 억양과 흉터를 자기 안에 남기는 일”이라고 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