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언론관'에 맞선 워싱턴포스트의 8년, 신간 <정치는 어떻게…>
2017년 6월 15일, 미국 백악관에서 비밀 만찬이 열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마주한 이들은 아마존 창업자이자 워싱턴포스트 사주인 제프 베이조스와 편집국장 마틴 배런 등이었다. 트럼프는 워싱턴포스트가 자신을 불공정하게 보도한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같은 시각 신문사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러시아 관련 의혹을 추적하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었다.

<정치는 어떻게 뉴스를 위협하는가>는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을 지낸 배런이 정치권력과 거대 자본, 언론이 충돌한 현장을 기록한 회고록이다. 영화 '스포트라이트'의 실제 모델인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탄핵, 2020년 대선 불복과 의사당 난입 사태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압박과 갈등을 생생하게 되짚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을 '국민의 적'으로 규정했다. 공격은 말에 그치지 않았다. 사주 베이조스가 소유한 아마존의 사업까지 문제 삼으며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워싱턴포스트의 러시아 의혹 보도에 불만을 품고 배런의 해임을 요구하려 했다는 일화도 등장한다.

책은 언론 내부의 갈등도 감추지 않는다. 기자들의 SNS 활동과 정치적 발언을 둘러싸고 편집국 안에서도 논쟁이 벌어졌다. 배런은 언론이 정치적 활동가가 되는 대신 철저한 취재와 검증으로 권력을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23년 미국 출간 당시 뉴욕타임스는 이 책을 격동의 10년을 치밀하게 기록한 연대기로 평가했다. 반면 워싱턴포스트에선 배런이 내부 갈등을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으로 서술한다고 지적했다. 언론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분투와 그 과정의 복잡한 이면을 함께 생각하게 한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