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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언 칼럼] "경제 좋다는데 진짜냐"는 기업들
반도체 호황·성장률 반등에도
'체감할 수 없다'는 기업 상당수
부실 탓 연체율은 10년 만에 최고
슈퍼사이클 소외 산업 수두룩
물가 자극하는 재정 풀기보다
구조조정·경제체질 개선 필요
김수언 수석논설위원
'체감할 수 없다'는 기업 상당수
부실 탓 연체율은 10년 만에 최고
슈퍼사이클 소외 산업 수두룩
물가 자극하는 재정 풀기보다
구조조정·경제체질 개선 필요
김수언 수석논설위원
기업이 스스로 ‘상황이 좋다’고 말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런 점에서 다소 과장됐을 수 있다. 고공비행하던 주식시장이 끝도 없이 곤두박질하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것도 내수 분야의 체감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만 기업 현장 얘기를 듣다 보면 ‘버티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부쩍 커지고 많아졌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다. 여기에다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 같은 자영업 위기도 현재진행형이다. 중소기업과 자영업 부실이 쌓이면서 은행권 대출 연체율은 10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다수의 경제 주체가 성장률 반등 국면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얘기다.
얼마 전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3.4~3.6%로 제시했다. 지난 7월의 정부 전망치보다 최대 0.6%포인트 높은 수치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역시 올해 성장률이 8월 전망치(3.3%)를 상당 폭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 흐름이라면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 성장률도 3%대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이렇게 되면 2017년(3.4%)과 2018년(3.2%)에 이어 거의 10년 만에 3%대 성장률을 2년 연속으로 달성한다. 성장률 절대 수치는 그때보다 더 높을 수 있다.
반도체 덕에 올해 수출은 1조달러 돌파가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는 2분기에만 1166억달러로 독일과 일본을 합친 것보다 많다는 소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SNS에 “밀물이 들어오면 모든 배가 뜬다(A rising tide lifts all boats)”는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며 대규모 흑자를 반겼다. 성장의 혜택이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취지다.
수치로 나타나는 경제는 호황이다. 그렇지만 중소기업과 자영업 다수가 체감하는 경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반도체 호황이 모든 산업과 계층의 소득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여건이 녹록한 것도 아니다. 경제 성장과 수출, 경상 흑자가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이지만, 모든 경제 문제를 반도체 하나로 해결할 수는 없다. 오히려 반도체 쏠림이 심해지면서 혜택을 보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의 격차가 빠르게 커지는 양상이다. 반도체를 빼면 다른 산업의 성장 및 수출 기여도는 높지 않다. 국내 거래가 많은 중소기업이 ‘경제 좋다는 게 진짜냐’고 하소연하는 것은 이런 산업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정부는 반도체 초과 세수·추가 세수를 바탕으로 확장 재정을 공식화했다. 불안한 물가를 자극할 게 분명한데도 반도체와 비반도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균형을 줄이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한국은행은 계속되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다 성장률 상승과 반도체 소득 증가 등으로 인해 가뜩이나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 최고가격제 등 정부가 재정을 동원해 관리하고 있는데도 3% 선에 근접했다.
돈을 푸는 확장 재정 탓에 앞으로 물가 불안이 야기되면 서민과 중소기업 부담은 되레 커진다. 안 그래도 엄청난 경상수지 흑자에 반도체 성과급이 시중 유동성을 늘릴 게 뻔하다. 정부가 손쉬운 돈 풀기에 앞서 경제체질 개선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성장률 반등 흐름이 얼마나 이어질지 예단하기 어렵다. 그런 만큼 호황 이후를 대비해 국가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노동·복지·연금 등 구조개혁이 급선무다. 정치적·사회적 갈등 탓에 미뤄온 중소기업·자영업 구조조정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변화에 뒤처진 기업 퇴출이 이뤄져야 경제 선순환도 가능하다. 돈 푸는 게 능사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