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언 칼럼] 부동산보다 더 걱정해야 할 청년 일자리
임직원 50명인 기업이 업무를 효율화해 고용을 49명으로 줄일 수 있다면 회사 사장은 고급 자동차 벤틀리를 탈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서글픈 얘기지만 고용의 무서움을 안다면 빈말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해고가 거의 불가능한 법적 규제가 아니더라도 직원을 한번 뽑으면 조직 안정 차원에서도 감원이 쉽지 않다. 실질적 고용 비용은 급여의 두 배 정도라는 게 정설이기도 하다.

한국은행 보고서를 보면 2022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15~29세 청년층 일자리가 28만5000개나 감소했다. 사라진 일자리의 대부분인 26만8000개가 정보서비스업, 출판업, 컴퓨터 프로그래밍업, 전문서비스업 등 인공지능(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나왔다.

한은 분석을 뒷받침하듯 올해 들어 대형 게임회사 한 곳은 채용을 사실상 중단하다시피 했다고 한다. 일선 부서에서 개발자든 기획자든 마케터든 신규 채용 결재를 올려도 웬만해선 승인되지 않는다. 회사 규모를 생각하며 ‘설마’ 했지만, 사실이라고 했다.

예전에는 직원이 퇴사하면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채용은 당연한 듯 상시로 이뤄졌다. 업무 인수인계를 아무리 정교하게 해도 후임자를 뽑지 않으면 일처리에 구멍이 생기는 일이 허다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영난에 따른 구조조정 등 진짜 위기 상황이 아니면 웬만한 기업에선 일자리 자체가 줄어드는 일이 드물었다. 효율과 상관없이 조직이 계속 팽창한다는 ‘파킨슨의 법칙’은 공무원 조직은 물론 민간에도 적용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기업은 직원이 퇴직하면 그 직무를 AI로 분석해 꼭 필요한 일자리인지부터 파악하고 있다. 퇴사자 업무를 샅샅이 해부하고, 남은 직원이 나눠 맡을 수 있는지를 분석하며, 앞으로 A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를 들여다보면서 채용을 효율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청년층에 인기 많은 대형 게임회사 일자리가 알게 모르게 줄어들고 있다.

청년 일자리 부족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지 오래다. 청년 인구 대비 취업자 비율인 청년층 고용률은 지난 8월 44.1%로 28개월 연속 하락했다. 20대와 30대 ‘쉬었음’ 인구도 68만 명이나 된다. 비경제활동 인구 중 별다른 이유 없이 구직 활동이나 취업 준비, 교육·훈련 등에 참여하지 않고 그냥 쉬고 있는 이들이다.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없어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2030세대가 국군 병력의 1.5배에 이른다.

당연한 얘기지만 일하지 못하는, 또는 어떤 이유에서든 일하지 않는 청년이 많은 나라의 미래가 밝을 수는 없다. 노동시장 진입이 늦거나 아예 진입하지 못하는 청년이 많아지면 경제활력이 떨어질뿐더러 세수 기반과 국민연금을 비롯한 각종 사회보험의 안정성도 흔들리기 마련이다. 전체적인 사회 안정의 관점에서 보면 서울과 수도권 집값을 잡는 것보다 청년 일자리 확보가 훨씬 더 중차대한 문제일 수 있다. 강남 집값은 ‘배 아픔의 문제’이지만, 청년 일자리는 ‘배고픔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청년층 고용절벽을 막겠다고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내년 청년 일자리 예산은 3조3000억원에 달한다. 역대 최대 규모인데도 정부가 내놓는 정책은 효능감 없이 겉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넘치는 재정으로 노인 일자리에 이어 청년 알바만 양성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다고 정부가 게임회사의 팔을 비틀어 청년층이 선호하는 일자리를 억지로 만들도록 하는 것은 억지일 뿐이다.

일본과 영국은 청년기 취업에 실패한 뒤 끝내 일자리를 얻지 못한 니트(NEET)족이 빠르게 고령화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청년 일자리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면 우리가 당면할 일이 될 수도 있다.

얼마 전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AI가 재무, 콜센터, 초급 프로그래밍 같은 일자리를 없애지만 로봇과 자동화 설비를 다루는 숙련 기능인력은 더 필요해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포드에서 1만 명 넘는 숙련 기능직이 로봇을 수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자리 전환에 맞춰 새로운 교육 훈련과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AI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직무 조사와 교육 훈련에 대한 한발 앞선 정부 대응이 필요하다. 시간이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