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23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비 대납’ 재판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결정적 이유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진술의 신빙성 결여다. 2심 재판에서 새로 등장한 명씨와 김한정 씨(오 시장의 후원자)의 녹취록도 주요 근거로 삼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오 시장이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는지, 김씨에게 비용 대납을 지시했는지 등을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삼았다. 1심 재판부는 2021년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당내 영향력이 부족한 오 시장이 명씨에게 먼저 연락해 ‘(서울시장 후보 경쟁자인) 나경원 의원을 이기는 여론조사를 의뢰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명씨는 2021년 1월 22일 차를 타고 경남 창원 장복터널을 지나는 중 오 시장이 울면서 전화해 여론조사를 부탁하며 비용은 김씨가 낼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운전기사는 오 시장과 명씨의 대화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며 “오 시장은 불과 이틀 전에 명씨를 처음 만났는데 명씨에 대한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불법적인 비용 부담 문제까지 언급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명씨 측이 2020년 10월부터 보궐선거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부산시장 관련 여론조사도 돌린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명씨가 보궐선거라는 정치적 격변 상황에서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여론조사를) 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오 시장 측이 항소심 재판에서 새로 제출한 김씨와 명씨의 녹취록도 무죄 근거로 제시했다. 이 녹취록에는 명씨가 ‘하여튼 오세훈이는 몰라요’ ‘내가 오세훈이한테 10원짜리 한번 받았나’ 등의 발언을 하는 대목이 나온다. 재판부는 또한 “오 시장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불법적인 여론조사 비용 대납을 김씨에게 대놓고 직접 요청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오 시장에 대한 대법원 최종 판단은 내년 1월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법상 특검이 기소한 사건의 3심은 전심 선고일로부터 3개월 내에 선고가 이뤄져야 한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