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안동~독일 '백신 벨트'
개발·생산 글로벌 전주기 완성
2028년 IDT 매출 두 배 목표
SK바이오사이언스가 독일 백신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IDT바이오로지카 인수를 발판으로 글로벌 백신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생산 공정 효율화로 IDT의 흑자 전환을 이끈 데 이어 양사의 생산 역량을 결합한 차세대 백신 개발에도 나섰다. 국내외 생산거점을 연계해 백신 개발부터 생산·공급까지 아우르는 사업 기반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 공정 효율화로 흑자 전환
1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독일 백신 CDMO 기업 IDT 인수 2년 만에 수익성 개선과 글로벌 백신 개발 협력 확대라는 성과를 거뒀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4년 10월 IDT 지분 약 60%를 확보하며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다. 자체 백신 사업에 글로벌 CDMO 역량을 더하고 해외 생산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투자였다. IDT는 백신 원액(DS)부터 완제(DP)까지 생산할 수 있는 기업으로, 글로벌 제약사와 정부 기관 등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송도 본사 전경.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인수 이후 우선 추진한 것은 생산 효율과 비용 구조 개선이었다. 기존 고객사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공정별 생산성을 높이면서 실적 반등을 이끌었다. IDT는 지난해 매출 4657억원, 영업이익 99억원을 기록하며 연간 흑자로 전환했다.
올해도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IDT는 올해 2분기 매출 1295억원, 영업이익 18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영업손실 27억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상반기 누적 매출은 2578억원, 영업이익은 127억원이다. 주요 고객사의 생산 물량이 늘어난 가운데 인력 운영 효율화와 수율 개선, 비용 절감 등이 수익성 개선을 뒷받침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운영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수주 확대에 힘을 실을 계획이다. IDT의 생산성과 비용 구조를 지속해서 개선하고 고부가가치 계약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북미와 유럽, 아시아를 중심으로 신규 고객을 확보해 기존 고객 기반을 넓히고 글로벌 CDMO 사업의 성장 속도를 높일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는 2028년까지 IDT 매출을 인수 당시의 두 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목표다.
◇ 공동 개발 확대…생산거점 연계
양사의 생산 역량을 결합한 글로벌 백신 개발 프로젝트도 구체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차세대 패치형 독감백신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IDT, 호주 백신 플랫폼 기업 백사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 2월 유럽집행위원회 산하 보건·디지털 집행기구(HaDEA)의 프로젝트에 선정됐다. 고령자용 계절성 독감백신과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팬데믹 독감백신을 패치형으로 개발하는 과제다.
컨소시엄은 임상 1상을 포함한 1단계 연구비로 최대 1290만유로를 지원받는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세포배양 기술을 바탕으로 독감백신 항원을 생산·공급하고 백사스와 임상 개발을 수행한다. IDT는 유럽 현지 계약 주체로 프로젝트 관리를 총괄하며, 향후 상업화 단계에서는 백신 원액 생산까지 맡을 예정이다. 백사스는 미세바늘 패치 기술과 임상시험용 패치 생산을 담당한다.
패치형 백신은 적은 항원 양으로 높은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제품을 목표로 한다. 짧은 부착 시간과 상온 보관이 가능한 열 안정성을 확보해 접종과 유통의 편의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기술 검증과 임상 성과에 따라 개발이 후속 단계로 진전되면 지원 규모는 최대 2억2500만유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
독감백신에 이어 에볼라 백신에서도 생산 협력이 구체화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미국 머크(MSD), 힐레만연구소와 추진 중인 2세대 자이르 에볼라 백신 개발과 관련해 지난 3월 IDT와 완제 위탁개발·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감염병혁신연합(CEPI)이 해당 프로젝트에 3000만달러 규모의 개발비 지원을 발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 프로젝트는 기존 에볼라 백신의 복잡한 제조공정과 초저온 유통 부담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조 수율과 열 안정성을 높여 백신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원액을 생산하고 IDT가 CDMO 기술과 설비를 활용해 완제 개발·생산을 담당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 같은 협력을 바탕으로 송도와 안동, 독일 IDT를 잇는 글로벌 생산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국내 백신 개발·생산 역량에 IDT의 해외 생산시설과 고객 네트워크를 결합해 글로벌 공급 대응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자체 백신의 IDT 생산도 추진 과제다. 제품별 기술이전과 공정 검증, 생산 준비, 관련 허가 절차 등을 거쳐 자체 제품 생산이 현실화하면 안동 백신 공장 ‘엘하우스’에 더해 해외 생산 기반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IDT 역시 외부 고객 수주에 더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자체 백신 물량을 확보하면 시설 가동률과 사업 규모를 높일 수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IDT의 글로벌 CDMO 사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자체 백신의 국내외 공급과 핵심 파이프라인의 임상 개발을 추진하겠다”며 “중장기 성장 기반을 강화해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서 입지를 높여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