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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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당뇨나 체중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교수님, 인슐린이 많이 나오면 살찌는 것 아닌가요?” 최근엔 인슐린을 마치 비만의 원인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인슐린을 줄여야 살이 빠진다’거나 ‘인슐린은 나쁜 호르몬’이라는 이야기도 쉽게 접한다. 인슐린 입장에서는 꽤 억울한 일이다. 인슐린은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호르몬이다. 인슐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혈액 속 포도당이 우리 몸의 세포에서 제대로 사용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환자들에게는 인슐린을 ‘혈당의 교통경찰’이라고 설명한다. 밥을 먹으면 탄수화물이 소화돼 포도당이 혈액으로 들어온다. 출근시간에 자동차가 도로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것과 비슷하다. 그때 인슐린이라는 교통경찰이 등장한다. “너는 근육으로 가고, 너는 간으로 가고, 남는 에너지는 저장해.” 포도당이 필요한 곳으로 이동하고 사용될 수 있도록 교통정리를 하는 것이다. 교통경찰이 있다고 길이 막히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가 너무 많이 몰리면 교통경찰이 바빠지는 것이다.

인슐린도 마찬가지다. 많이 먹고 적게 움직이면 몸에는 사용하지 못한 에너지가 남는다. 인슐린은 이 에너지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과정에 관여한다. 그렇다고 “인슐린 때문에 살이 찐다”고 단순하게 말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인슐린 자체가 아니라 먹는 에너지와 쓰는 에너지의 불균형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상태가 오랫동안 반복될 때다. 처음엔 인슐린이 조금만 나와도 근육과 간이 신호를 잘 알아듣는다. 복부비만, 운동 부족, 과도한 에너지 섭취 등이 지속되면 어느 순간부터 근육과 간이 인슐린의 신호에 예전처럼 잘 반응하지 않게 된다. 인슐린 저항성이다. 쉽게 말해 교통경찰이 호루라기를 불어도 자동차가 말을 잘 듣지 않는 상태다. 그러면 췌장은 더 많은 인슐린을 만들어낸다. 처음엔 인슐린을 더 많이 분비해서 혈당을 정상 범위에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고 췌장의 베타세포가 필요한 만큼 인슐린을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하게 되면 결국 혈당이 올라가고 2형 당뇨병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인슐린 저항성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근육이다. 식사를 하고 혈액 속에 포도당이 많아졌을 때 근육이 움직이면 포도당을 사용할 수 있는 큰 소비처가 생긴다. 근육을 키우고 움직이는 것은 혈당이 들어갈 주차장을 넓히는 일이다. 중년 이후엔 주차장이 자꾸 줄어든다. 나이 들수록 근육량과 활동량은 감소하기 쉽고 복부 지방은 늘기 쉽다. 체중은 예전과 비슷해 보여도 몸 안에서는 근육이 줄고 지방이 늘어날 수 있다. 혈당 관리에서 체중계 숫자만 보는 것은 부족하다. 허리둘레와 근육량, 활동량을 함께 봐야 한다.

또 하나 사람들이 자주 오해하는 게 ‘혈당 스파이크’다. 식사 후 혈당이 올라가는 것은 정상적인 생리현상이다. 문제는 식후 혈당이 자주 높게 올라가고 이런 상태가 반복되는 경우다. 흰밥이나 면, 빵, 단 음료처럼 흡수가 빠른 탄수화물을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혈당이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 혈당 관리는 ‘무엇을 먹느냐’뿐 아니라 어떻게 먹고, 먹은 뒤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밥이나 면만 급하게 먹기보다는 채소와 단백질을 함께 구성하고 식사 속도를 조금 늦추는 것이 좋다. 식사가 끝났다면 가만히 앉아 있기보다 움직이는 것이 좋다. 수면도 빼놓을 수 없다. 잠을 제대로 못 잔 다음 날 유난히 단 음식이나 고열량 음식이 당기는 경험을 하는 사람이 많다. 수면 부족은 식욕과 보상에 관련된 뇌 회로뿐 아니라 인슐린 감수성과 혈당 조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스트레스도 마찬가지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 같은 호르몬이 증가한다. 몸은 이를 비상사태로 받아들인다. 간에서 포도당을 공급하고 혈당을 높일 수 있다.

뱃살 붙이는 포도당 체증…'혈당 교통경찰' 인슐린을 움직여라
10월에는 딱 세 글자만 기억해보자. ‘천·십·밤’이다. 첫째, 천천히 먹어라. 밥을 국에 말아 후루룩 먹기보다는 충분히 씹고 식사 속도를 늦춰보자. 탄수화물만 급하게 먹지 말고 채소와 단백질을 함께 먹는 것이 좋다. 둘째, 식후 10분 움직여라. 점심을 먹고 10분 걷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집에서 설거지를 해도 된다. 셋째, 밤에는 혈당도 쉬게 하라. 습관적 야식과 늦은 폭식을 줄이고 충분한 수면을 확보하자. 혈당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오늘 무엇을 먹었는지, 얼마나 움직였는지, 어떻게 잤는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보여주는 생활의 기록이다. 천천히 먹고, 10분 움직이고, 밤에는 쉬어라. 10월의 건강 지령이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