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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살 붙이는 포도당 체증…'혈당 교통경찰' 인슐린을 움직여라
안철우 교수의 이달의 호르몬
인슐린도 마찬가지다. 많이 먹고 적게 움직이면 몸에는 사용하지 못한 에너지가 남는다. 인슐린은 이 에너지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과정에 관여한다. 그렇다고 “인슐린 때문에 살이 찐다”고 단순하게 말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인슐린 자체가 아니라 먹는 에너지와 쓰는 에너지의 불균형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상태가 오랫동안 반복될 때다. 처음엔 인슐린이 조금만 나와도 근육과 간이 신호를 잘 알아듣는다. 복부비만, 운동 부족, 과도한 에너지 섭취 등이 지속되면 어느 순간부터 근육과 간이 인슐린의 신호에 예전처럼 잘 반응하지 않게 된다. 인슐린 저항성이다. 쉽게 말해 교통경찰이 호루라기를 불어도 자동차가 말을 잘 듣지 않는 상태다. 그러면 췌장은 더 많은 인슐린을 만들어낸다. 처음엔 인슐린을 더 많이 분비해서 혈당을 정상 범위에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고 췌장의 베타세포가 필요한 만큼 인슐린을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하게 되면 결국 혈당이 올라가고 2형 당뇨병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인슐린 저항성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근육이다. 식사를 하고 혈액 속에 포도당이 많아졌을 때 근육이 움직이면 포도당을 사용할 수 있는 큰 소비처가 생긴다. 근육을 키우고 움직이는 것은 혈당이 들어갈 주차장을 넓히는 일이다. 중년 이후엔 주차장이 자꾸 줄어든다. 나이 들수록 근육량과 활동량은 감소하기 쉽고 복부 지방은 늘기 쉽다. 체중은 예전과 비슷해 보여도 몸 안에서는 근육이 줄고 지방이 늘어날 수 있다. 혈당 관리에서 체중계 숫자만 보는 것은 부족하다. 허리둘레와 근육량, 활동량을 함께 봐야 한다.
또 하나 사람들이 자주 오해하는 게 ‘혈당 스파이크’다. 식사 후 혈당이 올라가는 것은 정상적인 생리현상이다. 문제는 식후 혈당이 자주 높게 올라가고 이런 상태가 반복되는 경우다. 흰밥이나 면, 빵, 단 음료처럼 흡수가 빠른 탄수화물을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혈당이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 혈당 관리는 ‘무엇을 먹느냐’뿐 아니라 어떻게 먹고, 먹은 뒤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밥이나 면만 급하게 먹기보다는 채소와 단백질을 함께 구성하고 식사 속도를 조금 늦추는 것이 좋다. 식사가 끝났다면 가만히 앉아 있기보다 움직이는 것이 좋다. 수면도 빼놓을 수 없다. 잠을 제대로 못 잔 다음 날 유난히 단 음식이나 고열량 음식이 당기는 경험을 하는 사람이 많다. 수면 부족은 식욕과 보상에 관련된 뇌 회로뿐 아니라 인슐린 감수성과 혈당 조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스트레스도 마찬가지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 같은 호르몬이 증가한다. 몸은 이를 비상사태로 받아들인다. 간에서 포도당을 공급하고 혈당을 높일 수 있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