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브비벤처스는 초기 투자 기회를 발굴해 투자하고 이후 애브비와의 파트너십으로 발전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한국 바이오 기업과 연구자도 주저하지 말고 가능한 한 이른 시점부터 애브비벤처스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길 바랍니다.”
크리스찬 슈베르트 애브비벤처스 부사장(사진)은 최근 기자를 만나 “앞으로 많은 한국 기업과 교류하고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애브비의 투자 부문 자회사인 애브비벤처스는 미국과 유럽에 집중하던 활동 범위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신경과학을 전공한 뒤 화이자에서 제약 연구개발(R&D) 경력을 시작한 슈베르트 부사장은 2022년부터 애브비에 합류해 글로벌 벤처팀을 이끌고 있다. 그를 통해 애브비벤처스의 투자전략 등을 들어봤다.
▷외부 도입 기술이 애브비 매출을 이끌고 있다.
“애브비는 2013년 애보트의 의약 사업부가 분사해 설립됐다. 핵심 제품이던 휴미라의 특허 만료를 앞두고 추가 신약 파이프라인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내부 R&D를 통해 하나의 아이디어가 허가받기까지 12~18년이 걸린다. 애브비는 새 아이디어와 인재, 신약 후보물질 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애브비 신약 후보물질과 매출의 3분의 2는 외부 도입 물질이다. 20~25년 전엔 세계 상위 5~10개 제약사의 파이프라인 중 80%가 내부에서 발굴·개발되고 외부 도입은 약 20% 수준이었다. 지금은 최대 75%가 외부에서 발굴되거나 도입되는 구조로 비중이 역전됐다. 바이오 기업은 초기 단계부터 큰 위험을 감수하며 새 아이디어와 모달리티를 개발하고 있다. 애브비는 이런 기업과 협력해 조기에 유망한 혁신 기술을 발굴하고 함께 성장·발전시켜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환자에게 새 치료 혜택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
▷전통 벤처캐피털의 목표는 결국 수익 실현이다.
“애브비벤처스는 일반적인 벤처캐피털과는 투자 철학이 다르다. 앞으로 애브비와 협업할 가능성이 있는 혁신 기술을 초기 단계에서 발굴하고 지원한다. 애브비가 직접 사업개발에 나서기에는 너무 초기이거나 불확실성이 큰 기술과 기업에 투자해 과학과 데이터를 중심으로 가능성을 평가한다. 이후 적절한 시점에 애브비의 R&D·사업개발 조직과 파트너십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연결한다. 사업개발 조직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훨씬 더 초기 단계에서 관여한다는 게 다르다. 유망한 기술과 후보물질을 조기에 발굴하고 발전시키면 재무 성과는 따라오는 결과로 본다.”
▷투자 대상을 선정할 때 고려하는 기준과 원칙은.
“함께 성장하는 장기 파트너가 되려고 노력한다. 초기 단계부터 자주 소통하고, 상황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도 솔직히 논의하고 함께 방향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과학적 아이디어를 치료제로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현실적 관점과 개발 노하우를 제공하면 바이오기업이 가진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투자 검토의 시작은 과학이다. 계열 내 최초(퍼스트 인 클래스)인지, 치료 표준을 바꿀 잠재력이 있는지 살펴본다. 기술을 적절한 모달리티로 의약품화할 수 있는지, 초기 임상에서 타깃 결합과 작용, 기능적 결과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지식재산권 보호 가능성, 개발 및 상업화 가능성도 함께 검토한다. 면역학, 종양학, 신경과학, 대사질환, 메디컬 에스테틱, 호흡기질환, 통증 분야 등을 중심으로 투자 기회를 살펴보고 있다.”
▷한국 바이오기업은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하나.
“의약품이 실제 환자 삶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로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혁신 속도도 중요하다. 실패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가능한 한 빠르게 실패하고 그 이유를 명확히 이해해 다음 개발 방향에 반영하는 것이다. 과학과 임상의학, 실험의학이 긴밀하게 연결된 한국 생태계는 신약 후보물질을 신속하게 검증하고 개발하는 데 경쟁력이 있다. 한국 바이오기업은 적극적으로 자신을 알리고 글로벌 생태계와 지속해서 교류해야 한다.”
▷지난 4월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바이오텍 이노베이터 어워드를 열었다.
“80여개 지원 기업 중 큐로젠과 에피바이오텍을 선정했다. 이들 기업엔 지속적인 멘토링을 제공할 계획이다. 애브비는 R&D 부문에만 약 1만3000명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수상 기업은 과학·기술·규제·상업화 등 다양한 분야 내부 전문가들로부터 지속해서 자문을 받을 수 있다. 한국에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