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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인터넷은 왜 우주로 갔을까
김승연 넥스트증권 대표
최근 스타링크를 들여다보면서 평소 당연하게 여기던 이 ‘연결’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휴대폰의 이동통신 신호는 기지국을 거치고, 대륙과 대륙 사이의 데이터는 바닷속 광케이블을 통해 오간다. 그런데 바다 한가운데와 사막, 재난으로 통신시설이 망가진 곳에서는 이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스타링크는 그 빈틈을 우주에서 메운다.
기존 위성통신은 지구에서 아주 먼 곳에 있는 위성 한 대가 넓은 지역을 맡는 방식이었다. 스타링크는 이와 반대다. 지구와 가까운 곳에 수천 개의 작은 위성을 띄우고, 이들이 빠르게 지구를 돌며 통신을 이어준다. 다만 이 위성들은 한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내 머리 위를 지나는 위성이 멀어지면 단말기는 다음 위성과 연결된다. 잠시 뒤에는 또 다른 위성으로 바뀐다. 위성끼리 레이저로 데이터를 주고받기도 한다. 지상에서는 기지국이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하늘에서는 수천 개의 위성이 계속 움직이면서 통신을 이어 가는 셈이다.
위성도 움직이고, 배와 비행기에 탄 이용자도 움직인다. 데이터가 지나갈 최적의 경로도 계속 달라진다. 이런 통신망에서 상황에 맞는 경로를 찾아 효율적으로 데이터를 보내기 위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지구를 관측하는 위성에서도 AI가 쓰인다. 유럽우주국(ESA)은 위성에 AI를 실어 구름에 가린 영상을 걸러내거나 산불과 선박을 찾아내는 기술을 시험하고 있다. 촬영한 정보를 지상으로 내려보내기 전에 우주에서 먼저 분석하는 것이다.
증권업에 몸담고 있다 보니 새로운 기술을 접하면 그 기술이 어떤 사업으로 이어지고, 얼마나 많은 자본이 필요한지 따져보게 된다. 이런 서비스는 위성 한두 대로는 제대로 된 통신망을 구축할 수 없다. 수천 대를 먼저 제작하고 쏘아 올려야 하고, 궤도에 오른 위성도 시간이 지나면 교체해야 한다. 고객이 충분히 늘기 전에 막대한 돈이 먼저 들어가고, 서비스가 커진 뒤에도 투자는 계속된다. 땅에 통신망을 까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주에 통신망을 구축하는 데도 긴 시간을 버틸 자본이 필요하다. 기술만 좋아서는 되는 사업이 아니다.
스타링크의 힘도 위성 한 대보다 수천 대가 함께 움직일 때 드러난다. 하나하나는 작은 장치지만 서로 연결되면 이전에는 닿기 어려웠던 곳까지 인터넷이 이어진다. 여기에 AI가 더해지면 이 복잡한 연결을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여지도 커진다. 다음에 휴대폰 신호가 한 칸 줄어들면 아마 예전처럼 와이파이부터 확인할 것이다. 다만 이제는 한 번쯤 하늘도 올려다볼 것 같다. 화면에 보이는 신호는 겨우 몇 칸이다. 그 몇 칸을 채우기 위해 필요한 기술과 자본은 이제 지구 밖까지 확장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