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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라틴의 보석 멕시코, 그리고 BJFEZ
윤영미 한국수입협회장
멕시코를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 2016년 우리 대통령이 멕시코를 방문했을 당시 경제사절단에 참여했을 때다. 다른 기업들은 주로 수출을 위해 멕시코를 찾았지만, 우리 회사는 멕시코 상품을 수입하기 위해 갔다. 현지 관심은 우리에게 집중됐다. 좋은 멕시코 상품을 안정적으로 구매해주는 중요한 바이어로 여겼기 때문이다. 현지 공장 준공식에서 멕시코 대통령과 환담할 기회가 있었고, 소수만 참석하는 대통령궁 만찬에도 초청받았다. 나는 중견 수입기업을 국가 차원에서 존중하는 걸 보고 크게 감동했다. 좋은 상품을 구매하는 일 역시 국가와 국가를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 경험은 새로운 꿈으로 이어졌다. 우수한 멕시코 원재료를 한국으로 가져와 우리 기술과 손맛을 더한 뒤 세계 시장에 다시 수출하는 플랫폼을 구축해보고 싶었다. 마침 부산항만공사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BJFEZ) 관계자들이 부산신항 배후부지를 보여줬다. 그들이 부지 경쟁력에 관해 설명해 줬을 때, 나는 ‘바로 여기다’라는 확신이 들었다. 경남 거제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지만, 고향 가까이에 세계적인 무역 허브가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마치 오랫동안 찾던 신기루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양질의 원재료로 K푸드를 생산해 세계 시장에 공급하려면 물류, 제조, 수출이 한곳에서 연결돼야 한다. 부산신항 배후 경제자유구역은 그 조건을 갖춘 최적지였다. 내가 이곳에 멕시코와 협력하는 K푸드 제조·수출기지와 아시아 바이어를 위한 멕시코 상품 쇼룸을 조성하자고 제안하자, 멕시코 정부도 움직였다. 멕시코 상원의장이 방한해 부산신항을 직접 방문했다. 이후 그는 나와 BJFEZ청장을 멕시코 상원으로 초청해 국빈급으로 환대해줬다. 아쉽게도 그 공동프로젝트는 우여곡절 끝에 실현되지 못했다. 그렇다고 내 꿈까지 멈춘 것은 아니다. 우리는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2023년 진해 남문지구에 복합 제조·물류센터를 준공했다. 그곳을 통해 K 프라이드치킨을 유럽에 처음 수출하는 성과도 냈다.
오늘날 수입기업은 단순히 물건을 들여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기업의 국내 투자를 유도하고, 기술과 노하우를 결합해 공동으로 세계 시장을 개척한다. BJFEZ는 전 세계 원재료와 한국 기술, 그리고 아시아 시장을 연결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다. 부산에서 비행기로 7시간 이내에 30억 명 규모의 소비시장에 닿을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민간기업의 도전과 정부 지원이 함께 움직이는 일이다. 보석은 이미 그 자리에 있다. 남은 과제는 그 가치를 알아보고 빛나게 만드는 우리의 역할이다.